HBO - Rome

Filme 2006. 1. 10. 21:23 posted by srv

(사실 거의 언제나 그렇듯) 블로그가 너무 방치되고 있는 듯 하여 짧은(?) 글이라도 하나 올립니다.

올드독님의 TV 감상실을 통해 알게 된, 최근 재미있게 보고 있는 TV 시리즈가 하나 있습니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로 유명한 HBO가 다시 한번 BBC와 손을 잡고 만든 역사물 'Rome'이 그것입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시오노 나나미 여사의 '로마인 이야기'를 통해 로마의 역사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글로서 접한 로마의 세계를 좀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영상물은 아직 만나지를 못했더랬습니다. '글레디에이터' 정도가 당시의 로마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상상할 수 있게 해주었지만 내용이 역사적 사실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기에 초반의 전투씬을 제외하면 과거 대 로마 제국의 모습을 느끼기에는 좀 부족했더랬습니다.

하지만 'Rome'은 역사적 사실을 거의 벗어나지 않으면서 당시 로마인들의 생활에대한 고증을 철저히 해서 당시모습을 피부에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 시리즈를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정도니까요.

현재 미국에서는시즌 1(총 12편)이 끝난 상태이며 2007년이 되어야 시즌 2를 선보일 예정이라는데, 지금까지의 등장한 시대적인 배경은 카이사르가 갈리아 원정을 끝내고 1차 삼두정치가 결렬되는 시기부터 그가 원로원파에 의해 암살되는 때까지로, 로마 역사상, 아니 어쩌면 인류 역사에서도 가장 흥미진진했던 시기중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는 때입니다.

기존의 로마 관련 역사물들이 당시의 역사적 인물들과 귀족들의 이야기만을 중심으로 이루어 졌다면 이 시리즈는 카이사르, 폼페이우스, 안토니우스, 키케로 등의 당시의 주요 인물들과 일반 시민(평민)들의 이야기가 동시에 펼쳐진다는데 매력이 있습니다.

특히 막강하기로 유명했던 로마의 군단, 특히 카이사르의 휘하에 있던 군단의 백인대장과 보병이 그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사실은 더욱 흥미를 불러 일으키게 합니다. 즉 로마를 지탱했던 '시민'들의 삶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엿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극적인 사실감도 높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시리즈의 매력은 생생한 묘사 외에도 역사에 대한 통찰력도 잊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극적인 전개를 위해 상상력으로 살을 입히긴 했지만, 역사를 보면서 언제나 가지게 되는 '왜' 라는 질문에 상당히 설득력 있는 해답을 보여줍니다.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 행동에 동기가 있으며 이들의 행동이 모여 '역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고증 이외에도 역사적 사실 뒤의 배경에 대한 충실한 이해가 전제하고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재미있는 점은 로마사의 연구에 그 누구보다도 열심이라는 영국인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극중 설정에 주인공의 한명인 풀로(13군단의 보병)이 영국 출신으로 되어 있는 것은 아주 재미있습니다. 거기에 드라마 속에 대부분의 인물들이 영국식 영어로 말하는 장면을 보면 웃음을 참기 힘들때가 있을 때도 있습니다. 갈리아 원정 당시 처음으로 섬나라 영국으로 건너 갔던 카이사르가 이 드라마속에서는 근엄한 표정으로 영국식 액센트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라니...

거기에 이 평범한(?) 두 주인공이 역사적인 사건에 자의던 타의던 참여하게 된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조금은 집착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만 영국인들 나름대로의 로마에 대한 존경심을 엿볼 수 있는 같아서 웃음을 짓게 만듭니다. 여기에 군데군데 영국식 유머가 숨어 있어 이래저래 히히덕 거리면서 보게 만드는군요.

- 백인대장임을 나타내는 투구를 쓴 루시우스 보레누스 -



- 두 평민 주인공 티투스 풀로와 루시우스 보레누스 -

(이 아래 문단에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의!)

이 시리즈에서 언급되는 역사적인 사건들은 대부분이 실제의 그것과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물론 디테일에서는 차이가 있습니다만 극적 전개를 위한 장치라고 생각하면 크게 거슬리지 않습니다. 예를 들자면 2번째 에피소드에서 호민관인 안토니우스가 원로원의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기 위해 원로원으로 가다가 포룸에서 폼페이우스파와 싸움을 벌여 결국 거부권을 행사 못하고 이때문에 카이사르가 로마로의 진군을 결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는 안토니우스는 다른 호민관들과 함께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원로원이 최종권고를 결정해 카이사르가 움직이게 되죠.

하지만클레오파트라와 카이사르의 사이에서 난 아들 '카이사리온'이 사실은 카이사르의 아들이 아니라던지, 아니면 카이사르가 간질병을 앓고 있다고 묘사하는 것은 실제론 역사가들 사이에서도 논쟁중인 문제들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물론 드라마인만큼 보면서 즐거웠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의도에 감탄했더랬습니다. (클레오파트라의 성격 묘사는 거의 완벽! 그녀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무기를 잘 활용하죠.)



- 역사적인 주인공 카이사르 -

무엇보다도 등장 인물들의 묘사는 너무도 탁월해서이들의 디테일한 면도 생생하게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말만 많은 공화주의자 (소)카토, 인텔리하지만 소심한 키케로, 허영심이 많은 폼페이우스, 무식한 안토니우스, 그리고 사람을 다루는 심리전(뿐만일까?)의 천재 카이사르, 그의 뒤를 잇는 젊은 옥타비아누스(나중에는 초기 황제인 아우구스투스)의 병약한, 그러나 똑똑한모습들 등은 이들이 딱딱하고 건조한 역사책 속의 인물들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생생한 인물들로느낄 수 있을 정도로 묘사됩니다. 특히 카이사르가 부인을 동반한 파티에서 그의 연인 세르빌리아를 만나는 장면은 시오노 나나미 여사가 묘사한 카이사르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연하고 있습니다. 즉, 어떻게 하면 여자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여러 여자들과 사귈 수 있는지를 말이죠.

비록 거대한 전투씬은 거의 등장하지 않지만 - 폼페이우스가 카이사르에게 수적 우세에 있었음에도 패배하는 파르살로스의 회전은 전투씬은 거의 보여주지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폼페이우스가 자기 입으로 전투가 어떻게 진행되었고 왜 패배했는지 설명하는 장면은 너무 멋진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 그 대신 로마인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즉 무엇을 입고 먹었으며 어떤 곳에서 거주했고 경제, 종교 , 심지어 그들의 성 생활은 어떤 모습이었는지까지 매우 생생하게 보여줍니다.따라서 미리 로마인에 대해서공부를 좀 하고이 시리즈를 본다면 훨씬 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너무 생생하다 보니잔인하고 야한 장면들도 간혹 등장하니 온 가족이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TV에서야 알아서 많이 자르겠지만요. (어쩌면 화면에 하트가 둥둥 떠다닐 지도)

어쨌든 최근 Lost, 24 등의 공백기동안 좀 심심(?) 했는데 너무도 흥미로운 시리즈를 알게 되었습니다. 로마사나 유럽의 문화 등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분들은 필수로 보아야 할 듯 싶습니다. 이 시리즈를 보면서 시오노 여사가 무슨 생각을 했을 지 궁금하네요.

한국에서는 OCN에서 일요일 밤에 방영한다고 합니다. 많이들 즐기시길.

뱀다리:

한가지 궁금한 것은 카이사르에 의해 결국 로마화가 된 갈리아와 브리타니아는 카이사르에 대한 사랑을 열심히 표현하는데(프랑스 - 아스테릭스, 영국 - ...), 카이사르가 라인강을 경계로 할 것을 결심하고 물러선 탓인지 왜 독일에선 별다른 뭔가가없느냐는 겁니다.물론 나중에 게르마니아가 로마 역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긴 합니다만... 어쩌면 일찍 로마화되지 못하고 미개인으로 남아야 했던 과거가 지금처럼 잘 살고 영향력이 있는데도 이들의 마음속 어딘가에는 컴플렉스로 남아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겠죠. 사실 지금의 독일인들은 이태리를(과거의 로마와는 관련이 아주 많지 않습니다만) 은근히 깔보는 성향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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