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ul Thomas Anderson 인터뷰 - Spiegel Online

Filme 2008. 2. 20. 03:14 posted by srv
새 작품인 There Will Be Blood와 관련 Spiegel Online에 실린 폴 토마스 앤더슨의 인터뷰를 번역해 옮겨봅니다.



"제대로 된 스테이크 같은 영화"

Spiegel Online(이하 S): 당신은 영화계에서 당신의 새 영화인 "There Will Be Blood"의 주인공인 욕심많고 사람들을 무시하는 다니엘 플레인뷰 같은 사람을 만난 적이 있습니까?

Paul Thomas Anderson(이하 A): 그런 류의 사람들은 헐리웃에 깔렸습니다. 이 캐릭터는 그사람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것이죠.

S: 사실 "There Will Be Blood"는 업튼 싱클레어의 "Oil!"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각색과정에서 원작에서의 디테일을 대부분 바꿔 버렸습니다. 그럼 당신은 도대체 왜 원작이 필요했던 것이죠?

A: 사실 어느 시점에서 우리도 스스로 그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원작 소설에는 아주 멋진 내면의 독백이 있죠. 전 그것을 그대로 갖다 썼구요. 그렇기 때문에 원작과 아주 관련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죠.

S: 모든 비평가들이 당신의 영화를 사랑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런 많은 갈채가 당신을 불안하게 만들지는 않나요?

A: 좀 그렇긴 합니다. 그래서 전 언제나 제게 이렇게 말합니다. 이건 비평가들이 다음번의 내 영화는 좋아하지 않겠다는 뜻일지도 몰라 라구요. 처음 (신작에 대한) 비평을 받고는 전 바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 위험해. 이제부터는 오직 한방향으로만 가게 될지도 몰라. 뒤로 말이야. 다른 한편으로는 비평가와 언론들의 관대함에 대해 놀랐습니다. 이것은 긍정적인 평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널리스트들도 제가 이 영화를 찍을 때와 비슷한 열정을 가지고 비평을 쓰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비평들에서) 어떤 느낌을 받지 않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S: 당신은 이런 다수의 지지에 대해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A: 아마도 이 영화가 어떤 면에서 구식이라 그런 것이 아닐까요? 전에 TV에서 "시에라 마드레의 보물'을 봤을 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 카피나 모방이 아닌 내 이야기를 바로 이런 방식으로 마치 연극처럼 핵심만 남겨놓고 거친 서부를 배경으로 얘기하는 거야. 전 마치 제대로 요리된 스테이크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당신의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을 하기가 어렵군요. 하지만 이런 지지를 전 현재로선 단순히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S: 당신은 당신의 영화를 인간 세계의 은유중 한가지라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 영화를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배경으로 만들 수도 있었을까요?

A: 물론이죠. 전 이 이야기를 땅속의 자원을 캐내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라도 배경으로 만들 수 있었을 껍니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군요.

S: 하지만 당신은 이 영화에서 전형적인 미국의 영혼을 해부하고 미합중국을 만든 개척자들의 토대였던 교회와 자본주의에 대해 보여주고 있잖습니까?

A: 제 이야기에 그런 면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우리 영화에서 중요한 모티브가 아닙니다. 당신이 이야기했던 것들에 대한 영화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해야죠.

S; 하지만 당신은 그것에 성공했습니다.

A: 어쩌면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시도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제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이해하시겠죠? 만약 그런 류의 매우 어려운 주제에 대한 영화를 만드려고 손을 댔다면 무진장 빨리 손가락에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전 그저 이 이야기를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게 방향조정만 했을 뿐입니다. 나머지는 알아서 굴러갔죠. 당신이 믿을 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 영화에서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영화속에서 자본주의 라는 단어는 등장하지도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S: 그렇다면 그 대신 당신은 무슨 이야기를 한 것입니까?

A: 좋은 질문이군요. 주연인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전 이 영화의 시나리오에 대해 얘기를 했습니다. 그때 우리가 던졌던 질문은 아주 단순한 자연스러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굳이 예를 들자면 이 장면에서 내가 모자를 쓰고 있어야 하나 아니면 벗어야 하나. 내가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고 있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같은 것들이죠.

S: 지금 우리보고 그런 얘기를 믿으라구요?

A: 이럴 줄 알았어요. 젠장! 당신이 만약 석유와 미국과 그리고 어떤 성경판매원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 유럽으로 들고 온다면 당연히 이런 질문을 받게 되겠죠. 어쨌거나, 전 이 영화를 근본적으로 남자들과 그 가족 사이의 투쟁으로 봅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주인공들은 어떤 직업을 가져도 상관이 없습니다. 전 그저 석유 산업이라 정했을 뿐이구요.

S: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당신과의 관계를 모든 것을 아우르는 형제같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큰 사랑에서 거친 주먹다짐까지요.

A: 핵심을 찌르는군요.

S: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관련해) 언제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했나요?

A: 여러번요.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끼리의 심한 다툼 같은 것이었어요. 불편한 감정이 하루를 넘긴 적은 없습니다. 전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어요. 만나고 나서 전 마치 사랑에 빠진 여학생처럼 길위에서 펄쩍펄쩍 뛰었다구요. 그리고는 다음 날 전화를 해서 이렇게 말했죠. 안녕 내 사랑. 하지만 이렇게 잘 풀리는 것은 이상적일 때 뿐이라구요. 그리고는 감독으로써 주연배우와의 로맨틱한 관계를 가지게 된 적이죠. 이상적인 경우에서만 깊은 관계가 되는 겁니다.

S: 당신의 영화가 오스카의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나요?

A: 전 우리가 사실은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한두 부문에 더 노미네이트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아. 이런 것을 얘기해야 하는 게 싫지 않나요? 이건 전적으로 아카데미의 잘못이에요. 이런 수모는 당신을 갈기갈기 찢어놓을 수 있다구요. 처음에는 당신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런 건 나한테 아무 것도 아냐. 그리고는 곧 이렇게 되죠. 왜 다른 부분은 노미네이트가 안되었는데? 이건 정말 우울해요. 석달 전만해도 전 이 주제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절 완전히 잡고 있어요.

S: 달콤한 독이 효과를 내기 시작했군요.

A: 맞아요. 전 낚시바늘에 매달린채 아무 것도 못하고 있는 셈이죠. 게다가 2월말까지 매달려 있어야 한다구요. 미칠 것 같아요.

S: 당신의 이전 영화인 "매그놀리아"나 "부기 나이트"에 비해 "There Will Be Blood"는 간신히 160분밖에 안되는 짧은 길이입니다. 왜 이렇게 짧아졌죠?

A: 제가 "매그놀리아"를 만들 때만 해도 전 젊었고 가족도 없었죠. 그때는 사람들이 세 시간이 넘는 영화를 보러 극장에 올꺼라고 생각했습니다.

S: 너무 나이브 했던 것 아닙니까?

A: 어쩌면 너무 오만했던 것이겠죠.

S: 이제 당신은 영화 만들기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나요?

A: 전 이제 매번 피땀을 흘리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일련의 상황에 익숙해져 있죠. 하지만 말이죠 가끔 다시 그런 날이 옵니다.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도대체 아무 생각이 안나는 듯한 느낌이 오는 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