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Will Be Blood (2008)

Filme 2008. 2. 22. 21:09 posted by srv




토마스 앤더슨의 신작인 "There Will Be Blood" 우연히 '오일맨' 되어 온몸에 기름을 뒤집어쓰며 속에 숨어 있는 석유를 뽑아내는 20세기 초의 인물 다니엘 플레인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공개되어 화제가 코엔 형제의 "No Country for Old Men"처럼 영화도 일종의 서부극입니다. 그리고 보니 최근 서부극 혹은 와일드 웨스트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많이 보입니다. 아카데미에도 노미네이트된 제임스 맨골드의 "3:10 to Yuma" "앤드류 도미닉의 "The Assassination of Jesse James by the Coward Robert Ford" 등이 일단 생각나고 되긴 했지만 독일에서는 작년 말에서야 개봉했던 토미 존스의 감독 데뷔작인 "The Three Burials of Melquiades Estrada" 있군요. 죽은 알았던 서부극이 슬슬 다시 등장해주는 것이 반가울 뿐이네요. (위의 편은 독일에서 모두 작년 10월에서 12월에 개봉했습니다.)


코엔 형제의 "No Coutry.." 이들의 전작 "Fargo" 연상시킨다면 "There Will.." PTA 전 작중 "Boogie Nights" 연상이 됩니다. 비록 그의 특기(?) 절묘한 화면의 편집과 여러 캐릭터의 복잡한 이야기를 엉키지 않고 풀어내기는 전혀 등장하지 않지만 없는 주인공이 우연한 계기로 상당한 부를 축적하나 내면적으로는 피폐해진다는 모티브는 비슷해 보입니다. 여기에 주인공 모두 '가족' 매우 동경하지만 진짜 가족을 가지는 데에는 실패한다는 것도 비슷하군요.


영화는 다니엘 플레인뷰의 성공하기까지의 여정은 길게 보여줍니다만 그의 몰락은 비교적 짧게 보여줍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몰락은 이전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호주머니는 점점 돈으로 채워지지만 그의 부는 결국 자신의 영혼과 바꾼 대가였으니까요.

사실 다니엘은 매우 불쌍한 사람이죠. 마지막까지도 자신의 마음을 여는 방법을 몰랐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서 떨어지려 노력했으니까요. 하지만, 그와 얽혔던 중요한 인물이 모두 그의 곁을 떠나자 스스로 '나는 끝났다.'라고 말해 그를 움직였던 것은 단지 돈만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 줍니다. 어쩌면 그는 처음 은광을 찾으려고 노력하다가 자기가 구덩이 안에서 심하게 떨어졌을 살아남지 않았어야 행복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랬으면 그냥 은광을 찾을 뻔한 아까운 사나이로 끝나긴 했겠지만 상처가 덜 입은 마음으로 죽었을 테니까요. 그러나 끝까지 구덩이에서 기어나온 그의 집념은 결국 두 손에 피를 묻힌 채 석유 냄새와 질척한 진흙으로 가득 구덩이로 빠져버리는, 절망적이고 외로운 운명으로 이끌고 갑니다.


토마스 앤더슨은 운명의 사나이의 여정을 잔기교 없이 묵묵하고 굵은 선을 그리며 따라갑니다. 가만히 보고 있자면 진득한 원유와 기름 타는 냄새가 코 안에 느껴지고 뽀얀 먼지가 손에 잡힐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듭니다. 아직 마흔도 안된, 또래의 감독이 만들어 냈다고는 믿어지기 힘들 정도의 깊이를 PTA 벌써 이루어 냈군요. 이 사람은 정말 인간 삶의 깊이를 이렇게나 깊게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양반의 이야기에 저도 몸에서 기름냄새가 느껴질 정도로 푹 빠졌다 나왔습니다. 시간이 금방 가더군요.


가슴을 묵직하게 만드는 다이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는 일품입니다. 이마에 깊게 새겨진 여러 주름만큼이나 인상적입니다. 이 역할을 대신할 배우가 도저히 생각이 안 나더군요. 하지만, 한때 꽃미남 계열이던 분이 이젠 세월의 흔적이 많이 느껴져 시간 앞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을 새삼 떠올렸습니다.

죠니 그린우드의 음악은 영화와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립니다. 때로는 신경을 자극하기도 하면서 제 심장을 꼭 붙들어 쥐고 영화 인물에 깊이 빠지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리고 에너지만으로 화면을 꽉 채우는 멋진 촬영은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멋진 감동을 선사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