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mmitments (1991)

Filme 2009. 2. 16. 22:59 posted by srv



감독: 알란 파커

이 작품은 라빗 가족의 일대기에 대한 로디 도일의 '베리타운 3부작'중 하나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원작의 다른 두 편 또한 영화화 되었는데 주인공인 지미 라빗의 아버지인 지미 라빗 시니어 역을 맡은 콜름 미니는 3부작 모두에 출연했습니다.

개인적으로 90년대 최고의 음악 영화로 꼽는 본작은 아일랜드의 더블린을 배경으로 '소울'음악을 하는 밴드의 흥망성쇠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구성이나 스토리 자체는 그리 새로운 것이 없습니다. 뜬금없이 소울이라는 '흑인'들의 음악을, 아무런 연관이라고는 없는 아일랜드의 '더블린'의 빈민지역의 밴드가 연주한다는 설정은 그냥 보기에도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후의 전개 또한 밴드와 관련된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멤버간의 갈등 + 외부와의 갈등을 등장시키며 평범하게 이루어집니다.

그렇지만 이 평범한 스토리를 훌륭한 영화로 바꾸어 놓는 것은 역시 음악입니다.
이미 80년대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 영화인 'The Wall'을 만든 전력이 있는 알란 파커 감독은 본작을 위해 오디션을 통해 연기보다는 음악 연주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이들이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는 음악은 음악에 대한 취향에 상관없이 무척 근사하게 다가옵니다. 하나같이 잘난 것이라고는 없는 주인공들이 연주를 시작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열정과 에너지가 충만한 멋진 음악을 들려주고, 이들의 음악은 보는 이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줍니다. 그리고 이들 스스로도 자신의 새로운 모습에 놀라고 힘든 현실을 잊기 위해서라도 음악에 매달립니다.


The Commitments - Dark end of street

이 밴드가 소울음악을 연주하는만큼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많은 소울의 명곡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오티스 레딩, 윌슨 피켓, 아이작 헤이스, 제임스 브라운 등 소울계의 거장들이 연주했던 곡들을 이들은 멋지게 연주해냅니다. 영화만큼이나 만족스러운 OST는 두 장으로 나뉘어 발매되었으며 영화에 출연하고 연주했던 이들이 주축이 된 밴드 The Commitments 이후 투어에도 나서기도 했습니다.


The Commitments - Take me to the river


그밖에도 이 작품은 재미있고 작은 에피소드들을 군데군데 잘 배치해 신나는 이들의 음악만큼 적당한 리듬감과 속도를 보여줍니다. 역시 노련한 알란 파커 감독은 영국식 블랙 유머를 잊지 않으면서 솜씨있는 편집으로 자칫하면 식상할 수 있는 내용의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특히 초반부의 일련의 오디션 장면은 일품입니다. 결국은 파국으로 끝나는 영화이지만 중반부까지 만들어놓은 유쾌함 덕분에 마지막의 bittersweet한 여운이 잘 살아납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를 소개하며 어설픈 리뷰를 마칩니다.

주인공인 지미 라빗은 노래도 악기 연주도 못하지만(지미 라빗 역을 맡은 로버트 아킨스는 실제로는 자신의 밴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밴드를 결성하기 위해 멤버를 모으고 이후로는 매니저의 역할을 합니다. 일단 밴드를 한다니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멤버들이 하나둘 모였고 지미 라빗은 이들에게 제임스 브라운의 비디오를 보여주며 이런 음악을 연주하려 한다고 설명합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멤버 하나가 묻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저런 음악을 하기에는 너무 '하얗지' 않나?"
여기에 지미 라빗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Do you not get it, lads? The Irish are the blacks of Europe. And Dubliners are the blacks of Ireland. And the Northside Dubliners are the blacks of Dublin. So say it once, say it loud: I'm black and I'm proud. "

제가 이 작품을 처음 본 것은 독일에 온지 얼마 안되어서입니다.
늦가을 학생 기숙사에 이사해 갑작스럽게 쌀쌀해진 어느날 저녁 기숙사 건물 사이의 공터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담요를 뒤집어 쓰고 따뜻한 글뤼바인을 마시며 깔깔 웃으며 봤습니다. 당시는 DVD같은 미디어가 없던 시절이라 조악한 모노 사운드의 16mm 필름으로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기숙사 극장을 운영했던 독일친구들과는 많이 친해져 나중에는 제가 기숙사 극장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알게 된 친구들은 지금도 여전히 연락을 하며 지냅니다. :-)

* 이 밴드의 기타를 맡아 연기하고 연주를 한 인물은 지금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사람입니다.
   바로 영화 Once의 주인공 글랜 핸사드입니다.

* 아일랜드 출신으로 현재는 매우 유명한 The Corrs는 네명의 Corr 남매들이 주축이 된 밴드이죠.
  리드 보컬인 안드레아 코어는 지미 라빗의 여동생으로, 기타의 짐 코어는 오디션을 보러온 아방가르드 밴드의 멤버로, 드럼의 캐롤린 코어는 역시 오디션 장면에서 'I Never Loved Man'을 연주하고, 바이얼린의 샤론 코어는 영화 마지막에 밴드 멤버인 버니가 합류하는 컨추리 밴드의 일원으로 각각 출연합니다. 이 영화의 음악 코디네이터였던 존 휴즈는 이들 코어 남매에게 반해 스스로 매니저가 되길 자청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들은 이당시 무명의 밴드였습니다.

* 오디션을 보러오는 스케이트 보드 소년은 역시 아일랜드 출신의 유명 밴드인 U2의 앨범 'Boy'와 "War'의 앨범 자켓의 바로 그 소년입니다. 그는 아일랜드의 스케이트 보드 챔피언으로 현재는 더블린에서 스케이드 보드 관련 가게를 운영하고 있답니다.

* 매우 훌륭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보컬역의 앤드류 암스트롱은 아주 우연히 캐스팅 경우인데, 당시 나이가 겨우 16살이었다고 합니다.


The Commitments - Mustang Sal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