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ghetti alla carbonara

Geschmacksache 2007. 10. 5. 21:37 posted by srv

리아에 위치한 라찌오 지방의 음식으로 원래는 아뻬니니 산맥에서 석탄을 캐던 광부들이 휴식시간에 만들어 먹었던 것이 기원이라고 합니다. 본래는 뻬네(Penne, 짧고 속이 빈 파스타)를 기름에 볶은 빤체타(Pancetta, 공기중에서 건조시킨 돼지뱃살)와 갈은 뻬꼬리노 로마노(Pecorino romano, 양젖으로 만든 딱딱한 치즈.)를 섞어 먹는 아주 간단한 음식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먼지 많은 곳에서 일을 하고 나면 대포 한잔에 돼지고기를 먹는 관습과 비견할만하다 하겠습니다.

전통적인 까르보나라는 팬에 올리브 기름을 둘러 베이컨을 천천히 볶으며 기름을 뺀 것에 날계란과 갈은 치즈, 후추를 섞어 갓 익힌 스파게티와 비벼 먹습니다. 여기에 약간의 생크림이나 백포도주를 넣거나, 베이컨을 볶을 때 양파와 마늘을 함께 넣기도 합니다.
이때 계란-치즈-베이컨은 열에 익어 단단해지면 안됩니다. 말그대로 비벼 먹는 것이죠.

식당에서 까르보나라를 주문하면 흥건한 생크림에 잠긴 스파게티를 보게 되는데 이는 전통적인 의미에서 까르보나라와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저는 이렇게 만들어 먹습니다.

1. 중열로 프라이팬을 달구어 올리브 기름을 충분히 두르고 다진 마늘을 약간 넣어 볶다가 길쭉하게 썬 베이컨을 넣고 베이컨 기름을 쪽 빼낸다는 기분으로 약불에서 천천히 볶습니다. (타면 절대로 안되요)

2. 끓는 물에 소금을 듬뿍 넣고 스파게티를 삶습니다. 바릴라 기준으로 5번보다는 2번이나 3번의 가는 면쪽이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3. 날계란(1인분에 계란 하나에서 하나반정도)을 큰 보울에 깨서 넣고 여기에 빠르미지아노/파르메산 류의 치즈를 듬뿍 갈아 넣습니다. 후추를 갈아 넣고 소금도 약간 넣습니다. 집에 생크림이 있으면 두세 큰술 정도를 넣어줍니다. 이 모든 것을 핸드 믹서로 잘 섞습니다.

4. 면이 al dente로 다 익으면 건져내어 물기를 잘 뺍니다. 이때 찬물로 식히면 절대로 안됩니다.

5. 면을 1의 프라이팬에 넣어 기름만으로 잘 비빕니다. 이때 프라이팬은 가장 약한 불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6. 5에 3에서 만든 것을 넣고 역시 잘 비빕니다. 3의 것이 열에 의해 익으면 안되므로 약불을 유지하거나 프라이팬의 여열만으로 살짝 익히면 됩니다.

7. 미리 따뜻하게 해놓은 파스타 접시에 담아 내놓으면 끝.

발사미코 식초, 올리브 기름, 꿀을 섞은 드레싱에 신선한 루꼴라와 잘 익은 아보카도를 썰어 만든 샐러드와 먹으면 아주 잘 어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