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로 만 세살이 된 저희 아이는 이제 더이상 '아기'라 불리울 수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말도 많이 늘고 머리속도 복잡해지면서 이제는 부모가 이해할 수 없는 괴상한 행동도 많이 하죠.
요새는 함께 아이와 있다보면 재미있는 일이 아주 많아서 하나하나 기억하는 것이 더 어려워 마냥 아쉬울 뿐입니다. (그래서 더 잊기 전에 여기에라도 기록..)
- 며칠 전 아침에 일어나 갑자기 서늘한 공기에 제가 그만 크게 재채기를 몇번 했습니다. (결국 코도 풀고..) 그랬더니 아이가 엄마한테 하는 말이...
'엄마. 내가 아빠를 계~속 밖에 데리고 다녔더니 그만 감기에 걸렸나봐..'
미안하지만 네 아빠는 그렇게 약하지 않단다..... 네. 엊그제까지 감기/몸살로 고생했습니다.

- 비가 왔음에도 오후 내내 밖에 나가 엄마랑 신나게 놀다가 들어온 아이.
지저분해진 손을 씻기 위해 욕실에서 아이가 혼자 손을 씻고 있는데 집에 들어오다 잘못해서 아이옷에 묻은 거미줄을 떼어주려고 하던 엄마가 실수로 아이의 옷에 물을 묻혔답니다. 놀다 들어온 것은 좋았지만 덕분에 한껏 피곤해져서 신경이 완전히 날카로워진 아이는 대뜸 '옷에 물 묻히지 말랬잖아! 엄마가 바보야?' 하며 엄마에게 소리를 버럭 질렀습니다.

그와중에 집전화가 울려서 엄마는 가서 전화를 받았죠. 그랬더니 아이는 소리소리 지르며 엄마에게 갑니다. '내가 가서 받으려고 했는데 왜 엄마가 받아. 기타 등등 바락바락..' 전화는 아이친구의 엄마(이자 아이엄마의 친구)에게 온 것이었는데 아이가 너무 악을 써서 나중에 연락하자고 하고는 금방 끊었야 했죠.

소리지르던 녀석은 이제 자기 방에 들어가 문을 쾅 닫고 '저리가. 들어오지마.'라고 또 소리를 질렀습니다. 엄마는 아이가 피곤해서 이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아이방문에서 서서 'xx야. 엄마는 xx가 졸려워서 힘들줄 알아. 하지만 xx가 엄마한테 이렇게 말하는 것은 마음이 아프구나. 나오면 엄마가 안아줄께.'라고 조용조용 이야기했답니다. 그러나 아이는 다시 '저리가. 들어오지마'를 반복.

그래서 엄마는 아이의 방문에서 멀리 떨어진 소파에 앉아 책을 읽으며 아이가 진정되기를 기다렸답니다. 혹시라도 엄마가 자기 방문을 열고 들어올까봐 문손잡이를 꼭 잡고 있던 아이는 자기가 잘못해서 문이 좀 열렸을 때도 '엄마 저리가 들어오지마'를 반복했죠. 이렇게 문이 열렸다 닫혔다도 몇번 반복됩니다. 그때마다 아이의 목소리를 커지구요.

그러다가 결국 아이가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좀 더 흐르자 아이는 방문을 조용히 열고 자기 방에서 책을 두권 가지고 나와 엄마가 있는 곳으로 왔습니다. '엄마, 책 읽어줘.'
엄마가 차분한 목소리로 'xx야. 엄마한테 책 읽어달라고 하기 전에 해야 할 말이 있지?' 라고 말했더니 아이는 '엄마, 책 좀 읽어주세요.'

엄마가 다시 'xx야. 엄마한테 책을 읽어달라고 하기 전에 해야 할 말이 있잖아.'라고 말했더니 아이는 갑자기 흑흑 울면서 '엄마.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그래. 엄마한테 바보라고 한다던지 소리를 지르는 면 안되는 거야.' '흑흑.엉엉.' 이제 아이는 눈물까지 흘리며 울기 시작합니다.

엄마 '그래. 아까 oo엄마한테 전화왔을 때 네가 소리를 너무 질러서 oo엄마도 놀랐을 꺼야. 그러니까 네가 전화해서 죄송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 '네. 하지만 눈물이 그치면 할께요.'

시간이 좀 흘러 아이가 진정되자 엄마는 oo엄마에게 전화를 겁니다. 아이는 oo엄마에게 '(흑흑) 잘못했어요. 죄송해요.'라고 사과를 하죠. 그리고 전화를 끊고는 또 엉엉 울었답니다.

그리고는... 책 좀 읽다가 저녁 먹고 바로 잠들었답니다.
이 재미있는 광경을 직접 보지 못하고 전해 들어야만 했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에요.

함께 올리는 사진은 아이의 하루일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들입니다. 먹고 싸기. ㅠ.ㅠ


얼굴의 반창고는 다른 친구와 놀다가 난 상처에요. 점점 남자아이라는 실감이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