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식 스파게티로 번역할 수 있는 이 음식은 사실 본토 이탈리아에는 존재하지 않는 요리입니다. 우리에게는 보통 스파게티라고 하면 자동으로 연상되는 고기가 들어간 토마토 소스는(한국에서는 미트소스라고 합니까?) 이탈리아에서는 스파게티가 아닌 딸리아뗄레(Tagliatelle)나 뻬네(Penne) 혹은 마카로니와 함께 먹지 스파게티와는 먹지 않기 때문이죠. 저 역시도 뻬네나 마카로니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만 이탈리아를 제외하고 다른 나라에서는 스파게티와 먹는 것이 크게 낯설지 않기 때문에 - 독일의 이탈리아 식당에서도 쉽게 볼 수 있죠 - 편하게 구할 수 있는 파스타 종류를 선택하시면 되겠습니다.
파스타와는 무관하게 이 '소스'(라고 하기에는 물기가 적은 편이죠)에 대해 알아보자면...
정식 명칭은 Ragu alla blognese로 볼로냐식 Ragout(라구: 각종 고기를 잘게 잘라 각종 야채와 함께 비교적 오래 끓이거나 졸여 만드는 요리. 보통 누들 종류와 함께 먹습니다. 굴라쉬 같은 것도 라구의 일종이죠)이며 프랑스에서는 Sauce bolognaise라고도 합니다.
원래 볼로냐 지방식대로라면 갈은 소고기가 아닌 덩어리 고기를 칼로 아주 잘게 썰어서 쓰고, 여기에 닭이나 오리 등의 간을 잘게 썰어 함께 넣는다고 합니다만 보통은 갈아놓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반반씩 섞어서 요리합니다. (여기에 송아지 고기 간 것을 넣기도 한다지만 가격이 세지기 때문에 전 아직 못해봤습니다) 이 소스는 라자냐(Lasagne)의 기본 소스로도 사용되는 등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합니다.
제가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당근, 샐러리, 양파를 아주 잘게 다져놓습니다.
2. 갈아놓은 소고기/돼지고기를 반반씩 섞어 후추와 소금을 조금 뿌리고 손으로 주물러 밑간을 해둡니다.
3. 턱이 높은 프라이팬이나 벽이 높지 않지만 넉넉하게 큰 냄비를 달궈 올리브 기름을 충분히 두른 후 마늘 다진 것을 넣고 천천히 볶습니다.
4. 3에 1의 야채들을 넣고 역시 천천히 볶습니다.
5. 양파가 투명해지기 시작하면 2의 고기를 넣고 나무 주걱으로 고기를 잘 으깨어 큰 덩어리가 지지 않게 하면서 볶습니다. (이때 불은 약간 세게)
6. 갈아놓아진 토마토 깡통(팩에 들어 있는 것도 있죠)를 준비하거나 아니면 생토마토를 껍질 벗기고 씨가 있는 가운데를 파내어 잘게 다져 놓습니다.
7. 5에 적포도주(꼭 질이 좋지 않아도 됩니다. 적당히 먹다 남은 것이라도 무방. 저는 집에 요리용으로 싸구려 포도주를 준비해놓습니다)를 반컵 정도 넣어 열기를 식혀줍니다. 여기에 6의 토마토를 넣습니다.
8. 우유를 조금 넣고 양념으로는 소금(조금 졸아드는 것을 고려해서 넣을 것)과 후추, 오레가노(Oregano), 파슬리(Petersillie), 월계수 잎을 넣고 약불에서 은근하게 끓여 졸입니다. 적어도 20분 이상은 끓여야(원래는 더 오래 끓여야 한다고 합니다) 제 맛이 우러나옵니다. 뚜껑은 닫아 놓지 말고 중간중간 적당히 젓는 것도 잊으면 안됩니다. 이때 소금간을 검사해서 너무 싱겁거나 짜지지 않게 해야 합니다. 너무 짤 경우에는 설탕을 약간 넣으면 괜찮아집니다.
9. 그동안 적당한 파스타를 삶아 준비해놓습니다.
10. 미리 데워놓은 그릇에 파스타를 담고 소스를 위에 얹어 내놓습니다. 만약 소스의 양이 아슬아슬한 것 같으면 소스가 담긴 팬이나 냄비에 삶아진 파스타를 넣고 잘 섞어서 내놓으면 적당히 맞아 떨어집니다.
11. 기호에 따라 빠메르산 치즈를 함께 하면 좋습니다.
비교적 기름진 소스이기에 상큼한 샐러드류가 잘 어울립니다.
파란 잎이 가득한 야채라면 무엇이든 좋을 것 같은데 드레싱은 기본적인 이탈리아식(올리브 기름+발사믹 식초+소금+후추)가 제일 잘 어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