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중국 상하이에서 여자축구 월드컵의 결승전이 열렸습니다.
독일과 브라질이 맞붙어 독일이 2:0으로 이기며 2003년 월드컵 우승에 이어 최초로 월드컵 우승을 방어하게 됩니다. 올해 독일 여자축구 팀의 성적이 썩 좋은 편이 아니라 그 누구도 독일의 우승을 예상하지 않았는데 - 모두의 예상은 8강 정도의 성적이었죠 - 오히려 대회 무실점이라는 유일무이한 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브라질과의 결승전은 힘과 스피드의 전형적인 유럽축구 vs. 뛰어난 개인기술의 남미축구의 대결이라 더욱 흥미진진했으며 실제 내용 또한 끝까지 박진감 넘치는 좋은 경기였습니다.
그래서 이 기회에 현재 여자축구계에서 세계 최강임을 자랑하고 있는 독일팀과 여자축구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해볼까 합니다.
2차대전 후 50년대 독일축구연맹은 '축구라는 스포츠가 여성의 본질에 어울리지 않고 몸과 마음에 많은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여자축구를 금지했습니다. 70년대에 들어서야 연맹에서 여자축구 금지를 풀면서 천천히 여자축구가 시작되었지만 여차여차하여 80년대가 되어서야 공식적인 여자축구 대표팀이 만들어집니다. 첫번째 국가대표 경기는 1982년에 스위스와의 경기였는데 당시 18세였던 현재 독일팀의 감독인 Silvia Neid가 이경기에서 골을 넣기도 했습니다.
이후 80년대말 유럽컵의 본선에 진출하기 전까지는 변변찮은 성적을 거둔 독일팀이지만 1989년 독일에서 열린 유럽컵의 본선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처음으로 좋은 성적을 거둡니다. 이 대회에서 이탈리아와 맞붙은 준결승은 처음으로 TV로 중계된 여자축구팀의 대표팀 경기였으며(승부차기까지 가서 독일이 승리) 오스나뷔릭에서 열린 노르웨이와의 결승전(4:1로 독일승)에서는 2만3천명의 관중이 몰리는 기록도 세웁니다.
2년 후에 열린 91년 유럽컵 본선에서도 우승을 거두며 독일은 여자축구의 새로운 강팀으로 군림하기 시작합니다. 독일은 95, 97, 01, 05년에 열린 유럽컵에서 내리 우승하며 유럽에서는 최고의 강팀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월드컵과 올림픽에서는 그다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다가 2003년 미국에서 열린 월드컵의 결승에서 스웨덴에게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첫번째 월드컵 우승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중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다시 한번 우승함으로써 FIFA랭킹 1위의 자리를 다시 탈환했습니다.
독일 여자축구팀의 대표적인 선수라고 한다면 Birgit Prinz(비르기트 프린쯔)를 언급해야 하겠습니다.
2003, 2004, 2005년 3년 연속으로 '올해의 여자축구선수'로 선정된 77년생의 프랑크푸르트 출신의 프린쯔는 독일뿐 아니라 세계를 대표할 수 있는 공격수입니다. 그동안 171 경기의 A매치에서 115골을 넣었으며(첫번째 A매치때 그녀의 나이는 고작 16세) 월드컵에서만 무려 14골을 넣어 그녀가 세계적인 톱스트라이커임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놀라운 실력에 반한 이탈리아의 AC페루지아의 구단주는 - 우리에게는 안정환과의 악연으로 유명한 분 - 2003년에 백만불의 연봉을 약속하며 자신의 남자팀에서 뛰도록 스카웃하려 하였으나 프린쯔는 이 입단제의를 거절하여 화제가 된 적도 있습니다.
사실 이제는 선수로서의 전성기가 좀 지났습니다만 몇 안되는 기회를 골로 연결시킬 줄 아는 여전히 뛰어난 공격수이며 축구선수로서의 생활이외에도 현재 그녀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프린쯔가 대학생이라는 대목에서 대강 눈치를 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현재 전세계에서 열리고 있는 여자축구리그는 모두 아마튜어입니다. 한때 여자축구의 인기가 높은 미국에서 잠시나마 프로리그를 운영하였습니다만 재정난으로 결국 다시 아마리그로 돌아왔습니다. 최근 조만간 다시 프로리그가 미국에서 운영될 계획이라는 소식을 듣긴 했습니다만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군요.
현재 독일대표팀에 소속된 선수들이 자신의 클럽에서 받는 돈이라고는 기껏해야 매월 수백유로 수준의 적은 돈입니다. (아마리그라고 해도 약간의 돈을 받습니다. 이는 남자 6,7부 리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선수들에게 축구는 '본업'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취미이며 생계의 수단으로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들이 축구로서 버는 금액은 연 수천정도이며 잘해야 수만정도의 액수입니다. 개인 스폰서나 광고 등으로 수입이 좀 더 많은 선수도 있을 수 있지만 '직업'으로 가지기에는 수입의 정도가 너무 낮습니다.
같은 독일의 남자 대표선수들의 연봉이 보통 6에서 7자리의 액수임을 생각해 본다면 이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도저히 상대도 안되는 액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월드컵을 우승하면서 우승수당으로 선수당 5만 유로를 받았는데 작년에 열린 남자 월드컵에서 독일팀이 우승시 받게되었을 우승수당인 선수당 30만유로와 비교해도 1/6밖에 안되는 금액입니다. 그러나 4년 전 월드컵 우승의 우승수당이 만오천유로였고 처음으로 유럽컵을 우승했던 89년에는 우승수당이 없이 '커피서비스'가 전부였던 것과 비교하자면 나름대로 상당한 진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남자축구와 여자축구를 비교하는 것은 사실 부질없는 것입니다.
여자축구의 수준이 남자축구에 비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는 2003년 월드컵에 대비하여 독일 여자대표팀이 슈투트가르트의 B-유스팀(14-16세의 선수들로 구성)과 가진 3:0으로 패배한 연습경기의 결과가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여자축구가 테크닉적으로 뛰어나다는 말이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10대초반(11살에서 13살)의 시기에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보다 축구를 잘하기 때문에 나온 이야기이고, 본격적으로 남녀의 신체적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16살정도의 나이부터는 힘, 스피드, 기술 모든 면에서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4년 전과 비교할 때 현재 여자축구의 수준은 많이 향상되었지만 그 간격이 그다지 좁아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만큼 남녀간의 기량차이는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이라는 것이죠.
그렇다고 여자축구의 수준이 보기에 안타까울 정도로 수준이 낮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전술의 이해도라던지 그 적용 같은 면에서는 상당히 볼만하고 잔인한 반칙이 적기 때문에 안심하고(?) 구경할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앞으로도 계속 여자축구를 많은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싶습니다. 그 힘든 축구라는 과격한 운동을 멋지게 해내는 언니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