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예민군과 사는 법

Leben in Deutschland 2007. 10. 8. 23:45 posted by srv

따뜻한 햇살과 파란 하늘의 전형적인 '좋은' 가을 날씨였던 어제 일요일.
집구석에 처박혀 보내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날씨라 가족과 함께 나갔습니다.

현재 슈투트가르트의 Canstatter Wasen에서는 Volksfest - 뮌헨의 옥토버페스트와 비슷한 축제. 다만 규모가 조금 작습니다 - 가 한창 열리고 있기에 대관람차라도 타고 아이가 좋아하는 그밖의 탈 것(기차나 회전목마 같은)도 태워주고 구운 소세지라도 먹을 생각으로 갔더랬죠.


대략 이런 분위기.


사람도 바글바글

S-Bahn에서 내리니 역부터 벌써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여유있게 천천히 Wasen의 입구쪽으로 걸어갔습니다.
저희 부부는 아이가 재미있어 할 것이라는데 조금의 의심도 가지고 있지 않았더랬죠.

지하도를 빠져나와 Wasen에 들어서는 순간........
아이는 길 한쪽 구석으로 가더니 고개를 두 무릎사이에 파묻으며 웅크리고 앉아버렸습니다.
아이 엄마가 가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들릴락말락 하는 목소리로...
'무서워..' 흐엑~

갑자기 (독일의 기준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 + 무지무지 시끄러운 소음 + 낯선 냄새(걸어다니며 담배 피우는 사람이 많았음)에 아이는 놀라서 그만 주저앉아 버린 것이죠.
아이는 엄마품에 안겨 (갑자기 놀란 탓에) 딸국질을 하며 무서우니 집에 가자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유턴하여 Wasen을 빠져나왔습니다.
집에 그냥 가기에는 아까운 날씨라 간단히 점심을 먹고 - 간만에 KFC -,
Killesberg의 공원으로 갔습니다.

가을이라고 노랗고 빨갛게 물든 나뭇잎들이 걸린 나무들과 풀밭, 그리고 꽃들을 보며 아이는 좋아서 사방으로 뛰어다니더군요. 그 예의 '나 잡아 봐라~'를 외치며.

그런 아이를 보며 저희 부부는 조심스럽게 걱정의 말을 나눴습니다.
아이가 너무 예민한 거 아닐까.. 한국 같이 복잡한 곳에 가면 적응 못하는 것 아닐까.. 등등.

하지만 공원에 놀러 나온 수많은 또래의 아이들을 바라보며 어쩌면 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시끄러운 놀이공원의 탈 것이 아닌 넓은 풀밭에서 뛰어다니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어쩌면 좀 예민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은 본능에 충실한(--;) 자연스러운 욕구를 표현한 것뿐이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렇게 신나게 오후 내내 공원을 산책하고, 기차도 타고,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놀기도 하고 뛰어다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잠들었습니다.
아이의 자는 모습은 여전히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동영상 몇개를 추가해봤습니다.

(우리가 탄 기차는 아니지만) 이런 기차가 공원을 크게 한바퀴 돌며 운행합니다. 근사해요.



이렇게 덜컹거리며 타고 갑니다. 아이는 신났습니다.


노래도 부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