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커가는 아이.

Leben in Deutschland 2008. 2. 5. 01:02 posted by srv
1. 아이는 부모조차 모르는 사이에 쑥쑥 크고 있습니다.
그냥 매일 보는 저희로는 아이의 성장이 잘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옛날 사진을 잠깐이라도 들춰보면 아이가 얼마나 많이 자랐는지 새삼 느끼게 되죠.

얼마 전 일요일에 산책을 나갔다가 찍은 사진입니다.


이런 표정은 확실히 또래의 애들 같아요.


영락없는 꼬마죠. :-)


하지만 이 사진은 참 다릅니다. 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아이는 가끔씩 자기 안에 있는 다른 얼굴을 이렇게 보여주는 모양입니다.


2. 유치원과 관련해 요새 힘듭니다.
아침마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아이는 가지않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징징 거리고 떼를 씁니다.
심지어는 전날 저녁부터 가기 싫다고 몇번이나 말하기도 하구요.

이유가 무엇인지는 확실하게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지루함이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아직 친한 친구도 없고 - 아이와 비슷한 시기에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아이들이 대부분 그렇지만요. - 유치원의 장난감들은 다 가지고 놀아봐서 더이상 아이를 흥분시키는 것이 없어진 것이죠. 그렇다고 자기가 동경하는 '형'들이 잘 놀아주는 것도 아니구요. 여기에 언어의 장벽이라는 것도 한몫하지 않나 싶어요.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내놓는 답이 다 달라요. 어떤 분은 가기 싫다고 하면 그냥 집에 며칠 두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분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유치원에 데리고 가야 한다고 하고.. 그래서 조만간 아이 선생님과 면담을 할까 생각중이에요.

사실 아이를 데리고 집에서 나가는 것이 힘들어서 그렇지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아침에 엄마/아빠와 떨어지는 것만 힘들고 - 네, 유치원에 도착해서 옷을 벗고 할 때도 힘들어요. - 그 이후로는 잘 논다고 하거든요. 하지만 집에 와서는 유치원에서 노는 것이 재미없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아이에게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아요.

매일 아침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저희 부부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느라 아주 힘듭니다. 야단을 쳐서는 해결이 잘 안되서 어떻게든 아이의 마음을 돌려야 하거든요. 역시 무한한 인내심이 필수입니다. ㅠ.ㅠ


3. 한국은 전혀 상관없겠지만 지금 독일 - 특히 라인강 유역의 지방들(Rheinland) -은 카니발의 절정에 가까운 때입니다. 비록 저희가 사는 동네는 큰 행사는 없지만 아이의 유치원에서도 분장을 하고 오는 아이들이 많아요. 지난 목요일에는 동네에서도 작은 규모지만 행사가 있었습니다. 동네 카니발 - 이동네에서는 Fasching 혹은 Fastnacht라고 합니다. - 클럽과 유치원 아이들이 함께 시청을 점령(?)했죠. 이날은 Weiberfastnacht라고 해서 여자들이 남자들의 넥타이를 자르는 날이었죠. 어쨌거나 여전히 저에겐 낯선 이 축제에 대해선 언젠가 자세히 소개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선생님이나 아이들이나 다 재미있는 분장을 했습니다.


저희 아이의 분장은 말이었습니다. 심통이 잔뜩 나있는 얼굴이군요. :-)
이날도 집에서 나가기 싫어했습니다. 전날 말의상을 살 때만 해도 신나했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