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잡담

Fussball 2008. 3. 5. 19:10 posted by srv
0. 요새 축구 관련 잡담이 뜸했던 것은 VfB의 경기력이 개판이기 때문입니다. ㅠ.ㅠ
제 스스로를 Erfolgsfan(팀성적이 좋을 때만 열광하는 팬)이나 Bruddler(불평불만만 하는 팬)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 전 사실 GLB(Gute Laune Baer: 언제나 긍정적인 팬)에 속합니다. - 최근 몇주동안은 축구 경기를 볼 수 있는 여건도 아니었어서 포스팅이 뜸했습니다.

1. 일단 VfB 얘기부터...
후반기(Rueckrunde) 시즌이 시작하자마자 첫 두경기를 내리 지더니 다음 두 경기는 간신히 이겼습니다. 하지만 현재 문제는 경기력이 작년 시즌 같지 않다는 것에 있습니다.

이번 시즌 맘먹고 뉘른베르크에서 데려온 골키퍼 라파엘 쉐퍼는 거듭되는 결정적인 실수로 현재 자신의 주전자리를 19살짜리 아마츄어인 스벤 울라이히에게 넘겨준 상태입니다. 골키퍼가 불안하니 전반적인 수비도 불안합니다. 전반에 두점을 앞서가도 상대에게 만회골을 허용하면서 동점을 허용하거나(Duisburg 경기) 막판까지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하고(Karlsruhe 경기) 있습니다. 심지어 2부리그 최하위팀인 Jena와의 DFB Pokal 경기에서는 내내 일방적인 공격을 펼쳤지만 전반에 허용한 어이없는 골때문에 내내 질질 끌렸고 정규 경기종료 직전 간신히 동점을 만들어 연장으로 들어가서 연장초반 터진 역전골로 앞섰지만 연장 종료 직전 또다시 동점골을 허용하여 결국 승부차기에서 지고 말았죠. 도대체 안정되고 노련한 경기운영이란 것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ㅠ.ㅠ

여기에서 수비의 불안은 단순한 수비진만의 불안이 아닙니다.
미드필더에서의 쓸데 없는 실수나 패스 미스가 많고 수비로 돌아섰을 때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여기에 대부분의 선수들이 집중력이 떨어지는 때가 너무 잦아서 허무하게 상대에게 골을 허용하기도 합니다.

공격도 마찬가지입니다. 마리오 고메즈는 절정의 골감각을 과시하고 있지만 - 매 경기 골을 넣고 있습니다. - 문제는 미드필더진의 득점력이 너무 떨어지다 보니 상대에게 수를 쉽게 읽히고 있죠. 고메즈의 공격 파트너로 뛰는 카카우나 루메니아 출신의 신예 마리카의 득점력도 빈곤합니다. 미드필더 일디라이 바스튀르크의 비효율적인 공격력은 거론할 필요조차 없겠죠.

현재의 문제는 체력이나 기술적인 물리적 문제라기보다는 정신적인 문제인 것 같습니다. 선수 대부분이 자신감이 떨어져 있고 팀으로서의 기능이 잘 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팀웍의 문제라기 보다는 선수 개개인의 문제라고 해야겠죠. 후보선수들의 경기력이라도 좋으면 선수들간의 경쟁이 생겨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될 것 같은데 그렇지도 못한 사정입니다.

지금으로 봐서는 Veh 감독도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주전들을 좀 쉬게 하면서 팀분위기를 바꾸고 싶겠지만 상황이 그렇지 못하니 감독으로서도 답답하겠죠.

이번 주말 브레멘과의 경기가 이번 시즌의 성적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경기가 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좋은 경기를 보여주길 바랄 뿐입니다.

2. 제가 좋아하는 팀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는데 다른 팀은 말할 것도 없겠죠. ㅠ.ㅠ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브레멘 얘기는 좀 하고 싶습니다.

VfB와 비슷한 문제 - 주전 선수들의 부상, 이적선수들의 부진 - 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브레멘을 보면 참 부럽습니다. 이 팀의 장점이라면 주전과 후보 선수들의 기량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과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 팀 수뇌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꽤나 긴 시간동안 함께 팀을 만들어 놓은 Thomas Schaaf 감독과 매니저 Klaus Allofs의 공이 제일 크다고 봅니다. 긴 안목과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팀색깔을 만들어 온 이 듀오의 실적은 VfB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습니다. Veh-Heldt 듀오도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팀을 만들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ㅠ.ㅠ (하지만 주위에서 좋은 성적에 대한 압박이 너무 심해서 어떻게 될지는...)

3. 제가 분데스리가와 관련된 축구 소식을 주로 접하는 잡지는 Kicker와 11Freunde 입니다. Kicker야 이제는 일종의 종합 스포츠지로 바귀었지만 여전히 축구의 비중이 크고 나름대로 객관적인 1차적 정보를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축구팬으로서 정말 좋아하는 잡지는 11 Freunde입니다.
이 잡지는 말그대로 팬을 위한 잡지이기 때문이죠.

이 잡지는 경기의 분석이나 시시콜콜한 소식을 전하는 것보다는 심도 있는 현역, 은퇴 선수들과의 인터뷰, 각 팀 팬들의 분위기나 상황, 축구 주변 인물들에 대한 분석, 그리고 축구 역사상 여러 사건에 대한 기사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즉, 팬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잡지라고 하겠습니다.

특히 매달 특집 기사는 대단히 깊이가 있어 매번 즐겁게 읽을 수 있습니다.
역사적인 사건과 관련된 기사들은 놀라울 정도로 많은 자료들을 기반으로 작성되어 독일 축구의 수준이 이런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지기도 합니다.

웹진 형태로 운영되는 온라인판도 재미있습니다. 독일어가 가능하신 분께는 강추!
http://www.11freunde.de

4. 그런 의미에서 클래식 경기중 한장면을 찾아봤습니다.
1989년 5월 3일에 열렸던 UEFA Cup 결승 경기입니다.
VfB의 상대는 이탈리아의 Napoli!



이 경기에 누구나 다 아는 불세출의 축구스타가 뛰었더랬죠.

네. 당시 나폴리를 세리에A에서 강팀으로 만들었던 마라도나입니다.
아래의 사진은 VfB의 유니폼을 입은 마라도나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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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이 경기에서 심판을 봤던 Germanakos는 매수를 당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후 UEFA에서 심판 자격 정지를 당하죠.
마라도나라는 스타가 함께 한 잊을 수 없는 경기이겠습니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탈리아 축구의 좋지 않은 면 - 불행히도 지금까지도 계속 되고 있죠. - 의 일부가 드러나기도 했던 경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