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z Liszt는 제게는 결코 좋은 작곡가라는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분의 생애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은 없지만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다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사실 이분의 작품들을 들어보면 번개같은 천재적 발상도 수많은 고뇌와 갈등도 느껴지지 않고 단지 허영심이 강하고 잘난 척하기 좋아하는 천재 피아니스트의 이미지만 떠오릅니다.

리스트는 자신만의 오리지널 곡들 이외에도 많은 유명 작곡가들의 작품을 자기 입맛에 맞게 편곡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물론 이것은 리스트 생전 당시의 시대적 유행이었던 'Salon 음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이 양반이 돈많은 귀부인들을 모아놓고 우아하고 긴 손가락으로 유명한 작품들의 멜로디를 뛰어난 테크닉으로 연주하면서 얼마나 많은 '빠순 레이디'들을 생산해냈을 지는 안봐도 비디오니까요. 그렇잖아도 멋부리기 좋아하는 성격에 극렬한 팬심의 지원까지 결합되면 어떤 양상으로 발전하는지에 대해서는 우린 이미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이 음반은 모짜르트, 베르디, 롯시니의 오페라를 리스트가 편곡한 작품들을 프랑스 출신의 피아니스트인 François-René Duchâble이 연주했습니다. 말이 편곡이지 사실은 각 오페라의 주요 멜로디를 따서 자기 입맛에 맞는 장식들을 붙인, 거의 환상곡에 가까운 형식입니다. 그러나 익숙한 아리아 멜로디가 나올 때면 대강 가사를 붙여 함께 부르게 되니 즐겁고 부담없이 듣기에는 적격인 음반입니다. 최근 저희 가족은 아침 기상 음악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

좀 찾아보니 이 음반을 녹음하신 피아니스트께서 상당히 재미있는 분이군요. 2003년 클래식 음악계의 엘리트주의에 반발하여 계획된 세 개의 공연에서 두 번은 그랜드 피아노를 부시고(!) 한번은 연주복에 불을 지를 계획을 세우신 적이 있답니다. 그리고는 전자 키보드(!)를 들고 다니며 프랑스 안에서 비공식적인 공연을 하실 생각이셨답니다. 그래도 비교적 유명한 분인데 대단한 똘끼까지 있으신 줄은 몰랐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