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잡담

Leben in Deutschland 2008. 3. 26. 20:03 posted by srv

1. 아이의 표현력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냥 그런가 보다의 수준이 아니라 실감이 팍팍 날 정도로요. 어디서 배워왔을 지는 솔직히 잘 모릅니다. 저희가 가르친 것은 아닌데 아마도 드라마를 통해서가 아닐까 추측만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나쁜 말은 배우고 있는 것 같지 않아서 표현력 증진(?)을 위해 일일드라마 정도는 계속 함께 보려고 합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입니다.

(엄마와 함께 점심을 먹다가 평소에 거의 안마시는 오렌지 레모네이드를 한모금 마시더니)
(어른 목소리를 흉내내면서) "우리가 이렇게 밖에서 마시는 것도 오랜만이지? 한잔 마셔. 난 벌써 두잔 마셨어..."


2.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여자친구와도 가관입니다.

(자동차 뒷자석에 여자친구인 아무개와 함께 앉아)
아이: (창문 밖에 보이는 어느 식당을 가리키며) "아무개야, 우리 결혼하면 저기 식당에 가자."
아무개: "우리 둘이서만?"
아이: "아니. 우리 딸이랑~"

운전하던 아무개의 엄마는 웃겨서 사고를 낼 뻔 했다는군요. ㅠ.ㅠ
그런데 한국에서 자란 또래의 아이들은 더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안가는군요.

3. 요새 아이는 혼자 자는 연습을 (여전히) 하고 있습니다.
벌써 두 살때부터 시도를 해보고 있는데 여전히 잘 안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곧잘 스스로 혼자 자겠다고 하지만 저나 아내와 함께 잘 때 확실히 더 깊이 잘 자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빨리 아이가 혼자 자도록 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좀 느긋해졌습니다. 좀 더 크면 어련히 알아서 혼자 자게 될 것이라 믿고 있거든요. 게다가 아내와 저 사이를 파고 드는 아이의 작은 몸의 느낌을 조금이라도 더 느껴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자면서 사정없이 날아오는 강력한 발길질은 좀 싫긴 합니다만.


4. 아이들은 한번은 공룡에 꼭 빠지게 되는 법인가봐요.
저희 아이도 현재 공룡에 올인중입니다. 사실은 스필버그가 제작한 'The Land before time'을 보면서 시작된 것 같은데 지금은 공룡 이름 외우기 모드에도 슬슬 접어드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저희가 사는 지역에서 발굴된 공룡의 화석들을 전시해놓은 자연사 박물관에 함께 갔더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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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목이 긴 공룡들이 이렇게 많아요.'

사실 요새 혼자 자는 연습도 작은 상품이 걸려 있습니다. 혼자 스무밤을 자면 '목이 긴' 공룡 모형을 사주겠다고 약속했답니다. ㅠ.ㅠ
아참. 저 박물관에 갔을 때 공룡 모형들이 너무 무서워서 아이는 가까이 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 공룡들은 이제 '죽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라는 것을 설명해주니 가까이 가기 시작하더군요. 아이에게 공룡은 더이상 살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해 주면서 당시 공룡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죽었다고 설명을 해줬는데 이후 아이는 '먹을 것이 생기면' 공룡들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5. 요새는 아이의 다양한 표정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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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 난 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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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 난 도깨비다!' (도깨비라 눈이 하나밖에 없는 것이랍니다.)


6. 지난 주는 아내의 생일이 있었습니다.
고민을 좀 하다가 생일케익을 만들어 주기로 마음 먹었더랬죠.
그래서 만들었는데... 결과가 발로 만든 것과 별 차이가 없게 되어 버렸어요. ㅠ.ㅠ
아마도 늦은 밤에 만들다 보니 피곤해서 더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좀 속상하지만 그래도 맛은 좋았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딸기를 듬뿍 넣었더니 봄의 맛이 좀 나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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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사진마저 발로 찍었군요. ㅠ.ㅠ

다행히 아내는 매우 기뻐하며 맛있게 먹어주었습니다.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한 것이죠.
그리고 내년에는 꼭 밝은 대낮에 만들어야겠다고 혼자 다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