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 Metheny - Day Trip

Musik 2008. 3. 28. 22:00 posted by srv
사용자 삽입 이미지

팻 메시니 형님께서 그동안 기다렸던 솔로 앨범을 새로 들고 나오셨습니다.
그동안 크리스티안 맥브라이드(b), 안토니오 산체스(dr)와의 트리오 편성으로 투어를 하셨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 불행히도 제가 사는 곳까지는 안오셨습니다. 그래도 데뷔 앨범을 녹음하셨던 곳인데 좀 더 자주 들러주셔야.. 좀 살펴보니 올 6월에 독일에 오시긴 하는군요. 그런데 우리 동네는... 흑흑 - 결국 음반으로도 나왔군요.
어쨌거나 꽤나 긴 투어가 끝나고 세 분이 하루 날잡아서 녹음을 하셨다고 합니다.
하긴 이 고수분들에게 녹음을 위해 며칠씩이나 시간이 필요할 이유가 전혀 없죠. 투어동안 멤버간의 교감 같은 것도 충분히 무르익었을테니까요.

제게는 무엇보다 안토니오 산체스가 트리오 편성에 참여했다는 것이 제일 반가웠습니다. 이분이 PMG에 합류하신 이후 리듬섹션이 전보다 훨씬 더 풍부해졌기 때문이죠. 특히 공연에서의 놀라운 연주 모습에 홀딱 반해서 한번쯤 트리오 편성으로 음반을 내주길 바라는 마음이 굴뚝 같았더랬습니다.

메시니 형님의 음반들중 제가 각별히 아끼는 음반들은 ECM 시절에 나온 대부분의 앨범들이지만 그밖에도 트리오 편성으로 나온 앨범들은 모두 좋아합니다. 데뷔앨범이자 자코 페스토리우스(b), 밥 모세즈(dr)가 참여한 "Bright Size Life"(1976) 앨범에서부터, 찰리 헤이든(b), 빌리 히긴스(dr)과 함께 한 "Rejoicing"(1983), 데이브 홀랜드(b)와 로이 헤인스(dr)가 참여한 "Question and Answer"(1989),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들인 래리 그래나디어(b)와 빌 스튜어트(dr)가 참여해 두 장짜리 라이브 앨범까지 내놓은 "Trio 99->00"와 "Trio->Live"(2000) 까지 트리오 편성으로 내놓은 앨범치고 우수하지 않은 음반이 없었으니까요. 가장 단순해 보이지만 균형이 제일 잡힌 삼인조 편성이 각 멤버들의 실력 발휘에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고 여기에 세 사람의 개성과 인터플레이까지 조화를 이루면 명연이 나올 조건이 갖추어지는 셈이죠. 재즈에서는 보통 4인조의 쿼텟 편성이 스탠다드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관이 빠진 상태에서는 트리오 편성이 가장 안정된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일일이 예를 들어야 할 필요도 없죠.

음반을 죽 들어보니 가장 먼저 귀에 닿는 것은 심플한 사운드입니다. 메시니 형님의 기타톤은 20 여년 전 ECM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입니다. 솔직히 이분의 톤이야 딱 들으면 금방 알아차릴 수 밖에 없는 독특한 톤이지만 최근 앨범에서 들을 수 있던 스케일이 크고 웅장한 스타일이 아니라 단아하고 담백한 그 예전의 톤이더군요. 무지 반갑웠습니다.

앨범의 구성은 이제까지 나왔던 트리오 편성의 앨범들을 고루 섞어 평균을 내놓은 듯한 느낌입니다. 포스트 밥적인 연주들을 들을 수 있는가 하면 - 1번, 3번, 9번, 10번 트랙 -,  "Rejoicing" 앨범에서 연주한 'Lonely Woman'이 연상되는 느린 연주도 있으며 - 4번, 8번 트랙 -, 메시니식 스탠다드스러운 연주와 - 5번, 7번 트랙 - "Beyond the Missouri Sky"앨범의 연장선으로 보여지는 folk의 영향을 받은 멜로딕한 연주들이 - 2번, 6번 트랙 - 사이사이 들어 있습니다. 최근의 경향으로 보아서는 좀 더 요란하고 복잡하고 거창한 연주들이 담겨 있지 않을까 예상했습니다만 앨범 전체의 흐름은 초중기 시절의 연주에 가깝습니다. 사실 "Trio99->00" 앨범 같은 조금은 막가파(?)식 연주를 조금 기대했던 터라 의외로 얌전한 연주에 처음에는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필요했습니다.

세 사람의 인터플레이는 과연 이름값을 하고도 남습니다. 맥브라이드 형님은 사이드맨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때로는 흡사 레이 브라운이 연상되는 연주를 들려주시는데 특히 6번째 트랙인 'Is This America?'에서의 활을 이용한 솔로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산체스형은 특유의 액센트를 살려주는, 다이나믹하지만 절대 오버하지 않는 균형잡힌 훌륭한 연주를 들려줍니다. 메시니 형님은 피카소기타를 제외한 늘 쓰시는 기타들을 이용해 트레이드마크 같은 톤으로 마에스트로다운 연주를 들려주십니다. 과다한 임프로비제이션은 자제하면서 그보다는 세 명의 인터플레이에 좀 더 신경을 쓰신 듯한 느낌입니다. 지금까지 들어본 바로는 분명히 예전에 연주했던 곡들을 다시 연주하신 것 같은데 곡의 제목이 달라 제대로 찾아내려면 앨범들을 하나하나 들어봐야 할 것 같군요. ㅠ.ㅠ 어쩌면 너무도 메시니 적인 연주라서 제가 착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구요.

어쨌거나 매우 만족스러운 앨범입니다. 솔직히 말해 최근 몇 년 동안 나왔던 메시니 형님의 앨범 가운데서 가장 마음에 드는군요. 당분간 자주 듣게 될 것 같습니다. 제게 베스트 트랙은 6번에서 10번까지 이어지는 후반부의 연주들입니다. 특히 9번 트랙인 'The Red One'은 꽤나 그리웠던 명연입니다.

조만간 세 분이서 함께 한 라이브 음반만(이왕이면 두세장짜리로) 내놓아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는 소원성취가 될 것 같습니다. :-) 사실 메시니 형님의 PMG 활동은 더이상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솔로나 트리오 프로젝트에서만큼은 여전히 기대가 큽니다.

다음 음반도 빨리 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