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중반의 고등학교 선생인 야넥 미터가 대단한 숙취에 고생하며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보니 자신의 아내 에바는 욕조안에 죽어 있고 자신은 전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납니다. 여러가지 정황은 그가 이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몰리게 되어 결국 그는 유죄 판결을 받고 일단 정신휴양소로 이송됩니다. 갑자기 사건 당일의 기억이 일부 돌아온 그가 칼에 찔린 시체로 발견되면서 수사반장 Van Veeteren은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Henning Mankell과 더불어 현재 스웨덴 추리/범죄 스릴러 소설계의 거목인 하칸 네서(Hakan Nesser)가 1993년 발표한 데뷔작입니다. 만켈의 작품도 언젠가 읽어봐야 할텐데 아직은 기회가 생기지 않는군요. 네서의 이름이 한국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겠지만 적어도 유럽에서는 꽤 유명한 작가입니다. 그의 멘토인 Van Veeteren 형사가 등장하는 일련의 시리즈들은 네서를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았죠. 작품의 무대가 되는 곳은 네서가 창조해낸 가상의 세계입니다. 전반적인 풍경이나 지명은 네덜란드 같은 느낌이 듭니다만 여기에 스칸디나비아와 독일적인 요소가 섞여 꽤나 그럴듯 합니다. (작가에게는 매우 편했겠죠.)

이 작품은 크게 3부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분량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님에도 잘 읽혀지지 않았습니다. 이제 정년을 10년정도 남겨놓은 판 페데렌 형사는 예리한 직감을 가진 우수한 수사관이지만 자신의 일에 이젠 염증을 느껴 그저 외롭고 또 괴로울 뿐입니다. 하지만 오랜 형사생활 때문에 생긴 일종의 관성과 사회적 책임감때문에 풀기 어려운 이 사건을 맡아 좀 어리버리해 보이는 동료들을 데리고 꼼꼼하게 수사를 진행시키죠.

사실 전 2부의 어느 지점에서 범인의 정체와 범행 동기를 정확하게 알아냈습니다. ㅠ.ㅠ
설마 내 예상이 맞았겠어.. 하고 끝까지 읽었는데 너무도 정확하게 맞아서 사실 좀 맥이 빠지기도 했어요. 따지고 보면 그리 어려운 트릭도 아니었고 작가는 공평하게(?) 꽤 많은 힌트를 독자들에게 던져줍니다.

이 작품의 미덕이라면 등장인물들 모두가 아주 평범한 인물들이라는 점입니다. 여기에 극적인 추격신이나 급박한 전개, 혹은 총격신 같은 것도 전혀 없습니다. 비록 가상의 세계에서 벌어진 사건이지만 소설이라는 느낌보다는 실제 있었던 사건을 실제 정황에 충실하게 재구성을 해놓은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사실적입니다. 과장의 기름기를 쏙 빼놓은 담백하면서도 정직한 범죄물입니다. 정말 북유럽적이죠.

기회가 되면 네서의 다른 작품도 접하고 싶습니다.


* 제목은 촘촘하지 않은 그물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느슨하기만 했던 수사망을 비유한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