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사우스햄튼에서 젊은 여자가 자신의 엄마와 여동생을 죽인 후 시체를 몇 개의 조각으로 분리하는 처참한 살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사건 발생 몇 년 후 사고로 딸을 잃은 후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기자가 에이전트의 압박에 못 이겨 이 사건의 살인마에 대한 책을 써야만 합니다.
모두가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감옥 안에서 '조각가'라는 이름을 가진 이 살인마에 대해 점점 더 많이 알게 되면서 기자는 그 처참한 사건이 과연 '조각가'에 의해 이루어 진 것인지 의심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와 그 주변 사람들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면서 속속 새로운 진실이 밝혀집니다....

미넷 월터스는 현재 여류 추리소설가를 대표하는 이름중의 하나입니다. 오랫동안 여성지의 편집일을 하다가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서죠. 이 작품은 그녀가 두번째로 발표한 작품입니다.

작품은 꽤 흥미롭고 흡입력도 상당합니다. 1/3 이후부터는 마음먹고 덤벼드니 금방 읽혀버렸습니다.
모든 등장인물들은 비교적 입체적으로 잘 묘사되어 있고 이들이 가지는 복잡한 심리 상태와 그 결과도 잘 전달이 됩니다. 그리고 이들은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거나 쉽게 감정이입이 가능한 꽤나 실제적 인물들이기도 합니다. 이렇다 보니 이 작품에는 전형적인 영웅이나 악당이 존재하고 복잡다단한 인간의 심리에 대한 탐구가 주내용을 이룹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그녀가 했느냐 그리고 아니라면 누가 했느냐'인데 이에 대해 작가는 명쾌한 대답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전통적인 '누가 범인인가' 스타일의 구성은 잘 만들어져 있고 나름대로 아슬아슬한 부분도 간간히 등장합니다.

그렇지만 아쉬운 점도 꽤 있습니다. 중반부까지만 해도 빽빽하게 진행되지만, 결정적인 단서가 등장하거나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동안 '익숙했던' 등장인물의 모습이 별다른 설명없이 완전히 달라져 버립니다. 이들의 이런 갑작스러운 돌변과 뜬금없는 러브라인의 첨가는 꽤나 당황스러워서 그때까지 쌓인 긴장감과 재미가 확 떨어져 버리는 아쉬움이 생기더군요. 그리고 사건의 결말도 중반부 이후에서부터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는 초반에 이런저런 사회적 통념에 대한 떡밥을 던져봅니다만 이것들도 결국에는 흐지부지 사라져 버리더군요.

처음 기대했던 것보다는 조금 아쉽긴 하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이 주는 교훈(?)이라면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말자' 정도가 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