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군생활을 마치고 미국 전역을 떠돌아다니는 방랑자 생활을 하고 있는 잭 리처는 어느 시골 동네에서 아침을 먹다가 체포됩니다. 이유는 전날 일어난 살인사건의 용의자라는 것이죠. 확실한 알리바이에 경찰쪽의 증거라는 것도 그다지 신뢰성이 없어 보이는데도 그는 조사를 받아야 하고 주말동안 구치소에 수감될 처지가 되고 맙니다. 그러나 아무 것도 없어보이던 이 시골 마을에 어떤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과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다름 아닌 자신의 친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잭 리처는 천천히 이상한 사건에 엮이게 됩니다...

와. 정말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방점이 '재미'에 있다는 사실이 중요)
이 작품의 작가인 리 차일드는 영국 출신이지만 전통적인 영국식 추리/스릴러 물이 아닌 매우 화끈한 미국식 액션물을 만들었습니다. 이분은 원래 책을 쓰는 작가가 아닌 TV 시리즈물을 만드는 분이었는데 'Prime Suspect' 등의 훌륭한 시리즈를 만드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고 합니다. 이런 배경을 갖고 있어서인지 이분의 작품들은 소설이 아니라 시나리오를 읽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합니다. 작가로서의 시작은 별볼일이 없었다는데 어느 날 미국 여행을 하며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쓴 그의 첫번째 작품인 'Klling Floor'이 성공하면서 이후 거의 매년 잭 리처가 등장하는 작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현재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는군요.

이제는 인기 있는 시리즈물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잭 리처(Jack Reacher)에 대한 소개부터 해야할 것 같습니다. 잭 리처는 이 작품의 알파이자 오메가거든요.
나이는 30대 중반이고 이 작품에 따르면 군대에서 전역한지 6개월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양반은 그냥 그런 일개 병사 출신이 아닙니다. 사관학교를 나온 장교(전역시 계급은 소령)이며 그가 13년 동안 맡았던 일은 바로 MP, 헌병이었던 겁니다. 가장 뛰어난, 한편으로는 위험한 군인들 - 이중에는 네이비 씰이나 특전대 출신도 포함됩니다. - 을 상대해야 했던 그로선 그 어떤 군인보다 혹독한 훈련을 받았고 가혹한 상황을 이겨내며 훌륭하게 자신의 업무를 수행했던 것이죠. 195cm의 키에 115킬로의 체중이 말해주듯 그 누구도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외모까지 겸비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물리적 장점에 오랫동안 (탈영한 병사들을 뒤쫓는) 수사관으로의 경험까지 가졌으니 람보에 셜록 홈즈를 합쳐놓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처음 보는 상대라도 금방 상대의 능력이나 의도를 금방 눈치채고 머리 회전도 좋아 자기가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하여 행동에 옮기는 능력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니 대략 제이슨 본 정도나 되어야 상대가 될 것 같기도 합니다. 돈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고 (그의 통장에는 6자리 수준의 금액이 들어이다 합니다!) 여기에 여자들이 좋아하는 매력까지 가지고 있으니 참 대단한 능력자라 하겠습니다.

이렇게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인물이 주인공인 작품이다 보니 대략 일종의 영웅물로 분류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시원시원한 액션에 목마른 분이라면 홀딱 반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아무리 현실적이지 않게 느껴지는 주인공이지만 작품 속에서는 꽤나 그럴 듯하게 묘사되고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나름대로의 논리적 이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알면서도 그냥 속아 버리게 되더군요. :-)
하지만 그만큼 작품이 주는 재미는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이 아직까지 영화화 되지 않았는지 궁금해질 뿐이거든요.

작품을 읽으면서 D게시판의 레이바크 님이 생각이 났습니다.
잭 리처가 등장하는 각종 무기들의 재원, 장단점 등을 자세히 설명해 주기 때문입니다. 아마 레이바크 님이 이 소설을 접하시면 꽤 좋아하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이 작품에서 잭 리처는 Desert Eagle이라는 권총을 사용합니다.


위 사진은 6인치의 총열길이를 가진 모델이지만 잭 리처의 것은 무려 14인치였습니다. 게다가 .44 매그넘탄을 쏘는 모델이었으니 이정도면 권총이라고 말하기가 미안해질 지경입니다.

굉장히 재미있게 읽어 동네 도서관에서 잭 리처 시리즈중 아무 거나 하나를 빌려 지금 읽기 시작했습니다.
시국이 뒤숭숭해서인지 이렇게 스트레이트한 작품이 잘 읽히는군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