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해리스 - Imperium (2006)

Bücher 2008. 7. 15. 21:52 posted by srv



저도 한번 감상을 썼던 Fatherland를 비롯해 여러 가상 역사 소설 작품들로 유명한 로버트 해리스의 최근작 Imperium을 읽었습니다. 제목에서부터 예상할 수 있듯이 이번 작품은 지난 작인 폼페이에 이어 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마 인간 역사상 가장 흥미로웠을 순간중의 하나였던, 공화국 로마가 제정 로마로 변화하기 위한 준비 단계이자 폼페이우스, 크라수스, 루쿨루스 그리고 카이사르 등 당대의 인물들이 총출연하던 역동기의 한복판에 서서 그 또한 시대의 인물이었던 키케로의 삶을 그의 충실한 비서였던 티로(Tiro)의 입을 통해 서술하는 방법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로마인 이야기 등을 통해 로마의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당연히 필독이 되어야 할 작품입니다만 그밖에도 정차 비화 등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도 매력적일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역시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과 사건은 실존했던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작품의 화자인 티로(M. Tullius Tiro)는 실제 키케로의 비서 노예였으며 독특한 속기술을 고안해낸 인물로 그 덕분에 수많은 키케로의 연설과 편지가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것이죠.

제가 듣기로는 작가인 로버트 해리스는 키케로를 주인공으로 한 3부작을 구상했으며 이 작품은 그중 첫번째에 해당하는 것이라 합니다. 이 작품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시골 출신의 신참자(homo novus) 키케로가 그리스에 가서 화법을 연마하여 로마에 진출해 제 2인자 변호사이자 원로원 의원으로 활약하다가 출세를 위해 안찰관에 출마하고 동시에 희대의 재판인 베레스의 재판에서 승소하는 것이 그 내용입니다. 이렇게 내용을 밝혀 버리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지만 로마인 이야기에도 모두 언급되어 있는 역사적 사실이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군요.
두번째 부분은 드디어 성공한 키케로가 자신의 꿈인 집정관에 당선되기까지의 내용입니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은 지금에 와서 보면 필연적이거나 혹은 운명적으로까지 보여질 때가 있습니다만 당시 그 시대를 살고 있던 인물들에게는 한치의 앞을 예상할 수 없었던 놀라운 일이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건들은 지금으로선 추측만이 가능한 어떤 이유에서 일어났던 것이죠. 로버트 해리스는 이 두가지를 대전제로 놓고 이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는 대단히 사실적이고 한편으로는 신빙성이 있는 논리로 굵직굵직한 당대의 사건들의 사이사이를 꼼꼼히 메우면서 역사적 사건이란 필연이나 우연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의한 결과라는 것을 실감나게 보여줍니다.
특히 원로원 내에서 귀족파와 민중파의 갈등 - 이 갈등은 작품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중 하나입니다. - 과 로마 지도층의 부패와 권력에의 암투 그리고 당시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 대해서까지 매우 생생하게 전해줍니다. 여기에 정치에서 언제나 빠질 수 없는 권력 장악을 위한 여러 노력과 그 비화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은 이 작품을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만들어 주는 요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게는 전반부의 베레스의 재판 과정이 후반부의 집정관 당선보다 훨씬 더 극적이었고 재미있었습니다. 마치 검사와 변호사가 피튀는 설전을 나누는 훌륭한 현대의 법정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키케로의 변론은 훌륭하고 멋집니다. 그가 현대 변호사의 아버지라고 불리워지는 이유를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을 정도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몇번이나 로마인 이야기를 뒤적거리며 역사적 사실들을 확인했습니다.
로마인 이야기에서는 간단히 언급되었던 사건들이 과연 얼마까지 극적일 수 있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그 어떤 소설보다 역사가 더 극적이고 소설적일 수 있다는 말이 새삼 와닿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