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거리를 떠돌던 잭 리처는 우연히 세탁소 문을 나오며 넘어진 젊고 매력적인 여성을 보고 도와줍니다. 그녀를 일으켜주고 주위를 보니 권총을 손에 든 두 남자가 자기를 포위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잭 리처와 젊은 여성은 옆에 대기하고 있던 차에 태워져 어디론가 옮겨집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함께 납치된 여자가 FBI 요원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리 차일드가 "Killing Floor"에 이어 두번째로 내놓은 잭 리처가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정말 우연히 이상한 납치사건에 연루되어 별별 고생을 다 겪고 결국은 여주인공을 구하고 악당의 음모를 물리친다는 '뻔한' 내용입니다. :-) 하긴 잭 리처 형님이 등장하는 작품이 뻔한 내용이 아니면 재미가 없겠죠.
그런데 문제는 이 뻔한 내용의 소설이 미친 듯이 재미있다는 사실입니다.
한 3일동안 정말 틈만 나면 이 작품을 읽었습니다. 도저히 손에서 떼기가 힘들다는 잭 리처 시리즈의 공통점을 또한번 경험해야 했습니다.
이 작품에서 잭 리처는 전역 한지 14개월 정도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전작이 6개월이었으니까 대략 8개월 정도의 시간이 흐른 셈이군요. 어쨌거나 리처 형님은 언제나와 같이 일당백의 멋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대략 미국 TV시리즈 '24'에서 키퍼 서덜랜드가 연기 하는 잭 바우어 같은 스타일이라고 - 그리고 보니 둘 다 '잭'이로군요. - 생각하면 됩니다만 덩치는 훨씬 더 크고 힘도 더 셉니다. 여기에 머리도 좋고 근접전, 사격술 모두 탑중의 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양반은 '내가 이정도의 능력자야'라는 모토로 사는 사람이 아니라 조용히 살고 싶은데 어쩌다가 이상한 사건에 말려들어가 빨리 빠져나오려고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는 스타일입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잭 리처의 능력은 바로 사격술입니다.
극우 몽상가 악당 보스와의 사격 내기를 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해서 전 미군 사격대회에서 우승한 전력까지 공개되고 결국 마지막 쇼다운에서도 사격 실력을 한껏 뽐냅니다. 어떤 독일 독자의 평을 읽어보니 리 차일드가 만들어놓은 잭 리처의 사격술은 원래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하던데 그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읽는 사람으로서는 한껏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아래는 이 작품에서 스나이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는 잭 리처가 사용한 무기입니다.
Barrett Modell 90
1982년 로니 바렛이 디자인한 불업 타입의 스나이퍼 라이플입니다.
무거운 .050 탄환을 사용하고 1800m의 유효사거리를 자랑합니다.
작품 속에서 잭 리처는 이 라이플로 각각 800m와 1200m의 거리에 있는 목표물을 명중시킵니다.
그밖에 작품 속에는 역시 다양한 종류의 무기들이 등장하는데 - M16, Glock, Ingram MAC 10 등등 - 악당 보스가 사용하는 권총이 좀 이색적이더군요.
SIG Sauer 9mm
스위스의 SIG사에서 만든 9mm 탄환이 들어가는 권총입니다.
도입부에 FBI 요원과 꼬이는 부분이 너무도 작위적인 '우연'으로 설정되었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을 위해 작가는 잭 리처의 입을 통해 나름대로의 변명을 합니다. 몇줄 안되니 간단히 번역해 옮겨보겠습니다. 여기서 '그'는 잭 리처입니다.
"...그가 처음에 어떻게 이 일에 말려들게 되었는가는 그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건 정말 우연이었기 때문이다. 즉, 그들이 홀리 존슨을 납치하려는 그 순간 바로 그녀 옆에 서있었던 것은 우연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실은 그에게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연들에 대해서 그에게는 나름대로의 개념이 있기 때문이다. 인생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것처럼 행동해도 사실상 우연들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그는 이때 이렇게 했으면 다른 결과를 낳았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변명치고는 참 뻔뻔하군요. 하지만 이런 뻔뻔함이 또 이 시리즈의 매력이기도 하죠. :-)
워낙 술술 잘 읽히는 작품이라 휴가때 아무 생각 없이 읽으면 딱 좋습니다.
이제 독일에 번역되어 출간된 9권의 잭 리처 시리즈중에 5권을 읽었으니 4권만 남은 셈이군요.
아껴 읽어야 하나 고민이 생깁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