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뒤쫓는 KGB를 피해 모스크바를 떠나 시베리아를 거쳐 결국은 소비에트 연방의 가장 동쪽인 블라디보스톡까지 오게 된 전직 수사관 아르카디 랜코는 미국과 협력으로 베링해에서 조업을 하는 폴라 스타호를 타게 됩니다. 잡아 올린 생선을 가공하는 공장선 라인에서 지저분한 일을 하던 그가 트롤리 어망에 배의 여승무원의 시체가 걸려 올라오며 선장의 지시로 수사에 나서게 됩니다. 여러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며 수사를 계속하는 랜코는 여러가지 복잡한 배경이 폴라 스타호에 숨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예전에 자신이 체포했던 인물이 선원으로 폴라 스타에 있다는 것을 깨달고는 자신의 생명 또한 위험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지난 휴가기간 내내 읽었던, 마틴 크루즈-스미스가 '고리키 공원' 다음으로 내놓은 작품입니다.
작품의 배경은 고르바초프가 서기장으로 취임하며 내놓은 '페레스트로이카'가 막 시작하려는 때로, 춥고 얼음마저 어는 회색빛 베링해 위에서 사건은 펼쳐집니다. 파랗고 따뜻한 아드리아해 해변에서 회색빛의 베링해의 묘사를 읽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더랬습니다.
최근 잭 리처 시리즈를 너무 많이 읽었는지 주인공인 랜코가 두들겨 맞고, 번번이 위험에 빠지는 순간마다 '아니 왜 힘으로 부셔버리지 않는거야?!!' 하고 말도 안되는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습니다만 이 작품이 주는 각별한 재미에 금방 다시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랜코는 정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습니다만 특유의 끈질김과 수사관으로서의 본질을 최대한 살려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힌 폴라 스타호의 내부를 하나씩 파헤칩니다.
절대로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는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기도 했지만 - 자신의 생각이나 문제의 본질의 겉만 슬쩍 던지는 느낌이었습니다. - 꼼꼼한 디테일과 훌륭한 인물들의 묘사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더군요. 고리키 공원보다 더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훌륭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