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의 어느 술집에서 우연히 경찰관을 쓰러트린 잭 리처는 히치하이킹으로 차를 얻어탑니다. 그 차에는 아름다운 멕시코계의 여인이 운전하고 있었는데 리처에게 자신을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남편을 죽여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되도록이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은 쓰지 않는다는 것이 제 나름대로의 원칙입니다만 이제까지 일련의 잭 리처 시리즈는 언제나 '잭 리처가 악인들을 물리치고 승리한다.'로 끝나기 때문에 크게 스포일러에 연연하지 않고 감상을 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래도 뒷부분에 가서야 밝혀지는 사실들은 함구하도록 하겠습니다. :-)

이번 작품은 뜨거운 태양이 언제나 내려쬐는 인적도 별로 없고 황량하기만 한 텍사스의 시골에서 펼쳐집니다. 현대의 이 시대까지도 여전히 '거친 서부'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 텍사스에서 잭 리처는 마치 서부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떠돌이 총잡이 같은 활약을 펼칩니다. 그가 사건이 일어나는 곳까지 가게 되는 과정이라던지 - 히치하이크라니! -,  잘 알지도 못하는 멕시코계 여자를 보호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전형적인 서부의 사나이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더군요. 심지어 마지막 쇼다운에서 그는 역시 서부영화의 단골 손님인 윈체스터를 들고 싸우기까지 합니다. 처음부터 내내 건조하고 황량하기만 하던 텍사스의 초원위에 짧은 소나기가 내려 열기를 식히는 그 순간 리처는 자신을 제거하기 위해 온 킬러들을 상대로 멋진 싸움을 보여줍니다.

배경을 잘 반영해서인지 전반적인 작품의 전개 속도는 꽤 느린 편입니다. 초반부에 잭 리처가 설득당하는 부분에서는 조금 지루하기도 하고 가장 마지막 부분은 약간 사족같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만 적절한 시점에서 알아서 잘 굴러가기 시작하더군요. 덕분에 언제나처럼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상대가 비교적 약체이다 보니 무지막지한 액션씬은 많이 없었고 - 이 작품에서는 목뼈가 부러지는 사람이 한명도 없습니다.;;; - 오히려 수사관으로서 여러 단서를 추론해 나가는 부분이 많다는 것 또한 매력적입니다. 불행히도 트릭의 수준이 아주 높지는 않아서 범인이 누구인지는 눈치가 빠른 분이라면 중간 정도에 눈치챌 수 있지만 - 심지어는 그 이유도 추정이 가능합니다. - 그래도 적절한 재미는 보장합니다.

이 작품에는 매력적인 여자가 두 명이나 등장하지만 그 누구도 잭 리처와 자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