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난감. T.T;;

Leben in Deutschland 2007. 10. 10. 19:22 posted by srv

아이와 관련해 난감한 일이 종종 발생했지만 아이의 성격이 슬슬 표현되는 요즘 부모로서는 상당히 난감해지는 일들이 생기는군요.
역시 기록의 차원에서 망각의 저편으로 넘어가기 전에 남겨둡니다.

1. 약 3주 전의 일입니다.
아이와 단 둘이서 동네의 역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미 아이는 '자기 보다 먼저 앞으로 걸어 가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단계였죠.
함께 다닐 때 언제나 2-10미터 앞으로 먼저 뛰어가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이날도 마찬가지로 차길을 건너자 마자 "내가 앞에!"하며 앞으로 뛰어 나갔습니다.
마침 옆에 있던 아이 또래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역시 아빠랑 걷고 있었는데, 저희 아이가 뛰어 가는 것을 보고 그뒤를 따라 뛰기 시작하더군요. 그런데 이아이는 저희 애와 키는 비슷하지만 덩치는 더 컸고 뛰는 스피드도 훨씬 빨랐습니다. 누군가 자기를 쫓아오는 것을 힐끔 본 저희 아이는 그 아이가 자기를 앞지르지 못하게 지그재그로 뛰며 앞을 막으려 하더군요. 그러나 이 아이의 스피드가 좋아 금방 앞질러 갈 것 같으니 저희 아이가 갑자기 뒤로 확 돌아서면서 'NEIN!!' 하고 크게 소리치며 발로 차려는 시늉을 하더군요. 그러나 그 아이는 잠깐 놀라기만 하고는 자기 갈 길을 계속 갔습니다. 그리고는 저희 애는 주저앉으며 울음을 터뜨렸죠.

네. 자존심이 상했던 거에요. 자기보다 더 빠른 아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무엇보다 자기가 그만큼 빨리 뛰지 못한다는 사실이 억울하고 분했겠죠. 엉엉 우는 아이를 품에 안고 달래주었습니다. 그럴 때 '괜찮아. 너보다 빠른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거야'라고 말하는 것 보다는 그냥 '빨리 달리지 못해 억울해서 그렇구나. 화가 날 수도 있지.'라고 했어야 하는데 그만 전자의 풍으로 말하며 달랬던 것 같습니다;
아이가 가지고 있는 오묘한 심리와 그 성격 - 강한 자존심! - 을 처음으로 목격한 순간입니다.

2. 바로 어제 일어난 일입니다.
아이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지난 일요일에도 갔던) Killesberg의 공원에 갔습니다. 아이의 여자친구와 그 엄마, 그리고 이제 돌을 막 지난 아이와 그 엄마가 함께 갔지요.

공원의 놀이터는 아주 넓고 시설도 좋아 아이들이 여러가지 놀이를 하며 놀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특히 모래를 가지고 놀 기에 아주 좋습니다.
저희 아이는 여자친구 아이가 가져온 삽을 빌려 모래를 가지고 놀고 있었습니다. (이하 사건의 처음붙터 끝까지를 정확히 목격한 아내의 증언입니다)
도르레에 줄과 함께 달린 양동이가 두개 있는데 그중 하나에 열심히 모래를 퍼담았죠. 그런데 어느 독일 아이 A가 저희 아이가 잠시 다른 곳을 보고 있는 사이 그만 이 양동이를 자기가 가지고 가버린 겁니다. 저희 아이가 이미 가지고 놀고 있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죠.
아이는 꽤 화가 났지만 잘 참고 또다른 양동이에 모래를 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것마저 A의 친구인 B가 위쪽에서 줄을 당겨 올려 가져가 버렸습니다.
이제 아이는 화가 많이 났습니다.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삽으로 모래바닥만 긁고 있었습니다.
이때 아까의 A와 B가 앉아있는 아이 뒤쪽을 뛰어 지나가면서 A가 그만 아이를 살짝 밀어 아이가 앞으로 넘어졌습니다. 순간 아이는 "NEIN!!!!!"이라고 소리를 치며 일어서면서 손에 든 삽으로 A의 뒤를 뒤따라 오던 B를 때렸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한대 맞은 B는 너무 당황했고 그래도 화가 안풀린 저희 아이는 씩씩거리고 있습니다. 다행히 B가 입은 옷이 두꺼워서 별다른 일은 없었고 아내가 금방 달려가 B에게 미안하다고 하고는 아이를 안아 달랬습니다. 아이는 분해서 식식거리며 "더럽게 해주고 말꺼야!"라고 중얼거리더랍니다. 아내는 이때 아이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를 못했죠.
아이가 좀 진정이 되어 '절대로 다른사람을 때리는 것은 안된다'고 단단히 주의를 주고 놔뒀더니 놀이터 한쪽에 손으로 물을 퍼올리는 펌프가 있는 곳으로 가더랍니다. 그러더니 물때문에 진흙에 가까운 지저분한 모래를 삽으로 듬뿍 푸더니만 이걸 들고 어느새 아까의 A가 있는 곳으로 뛰어가 철푸덕 그아이에게 던져버렸죠.
덕분에 A는 정말 아이가 중얼거린대로 '지저분하게'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이의 연속콤보 돌발로 놀이터는 순식간에 싸늘~해졌답니다. ㅠ.ㅠ 그리고는 놀던 아이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가는 부모/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았다고 하네요.

네. 이 녀석.. 성질이 꽤 있어요. 게다가 잊지 않고 마음 한구석에 담아두었다가 터트리는 것도 할 줄 압니다. 물론 가끔 그런 것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놀아야지.하고 말하는 것이 때로는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도 압니다. 하지만 아이가 서운하거나 상한 기분을 적당하게 표현하는 것은 확실하게 가르쳐야 할 부분입니다. 아이에게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잘 가르치고 싶어요. 아이가 한글을 좀 늦게 깨우쳐도 별로 속상할 것 같지 않은데 예의 없고 사회적이지 못하다면 그건 정말 속상할 것 같아요. 앞으로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아이에게나 저희에게나 필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