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육군 헌병대의 특별수사팀 소속의 잭 리처는 1989년 12월말 파나마에서 노리에가 관련 작전을 수행중 갑작스럽게 미국 본토로 전출 발령을 받습니다. 노스 캐롤라이나에 위치한 Port Bird 기지에서 한가로이 한 해의 마지막 날 저녁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기지 인근 모텔에서 미군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시체가 다름 아닌 2성장군의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수사를 시작합니다. 장군의 사망소식을 전하기 위해 장군의 미망인을 찾아간 리처는 미망인 또한 처참하게 살해당한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잭 리처가 헌병으로 있던, 소위 '왕년의 시절'을 소재로 쓰여졌습니다. 잭 리처의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물 같은 작품이죠. 리 차일드의 철저한(?) 팬서비스 차원에서 쓰여졌는지, 지금까지 시체로만 만났던;; 잭 리처의 형 조 리처도 잠깐 등장합니다. 그리고 작품의 출간 순서를 이 작품 다음에 나온 'One Shot'의 내용에 잠시 언급되기도 하는, 그가 강등당한 사연에 대해서도 설명해 줍니다. 그리고 그가 제대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한 배경을 간접적으로 제시하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이제까지 언제나 싸구려 옷만 입고 다니는 잭 리처가 아닌 헌병대 마크를 단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고 있는 잭 리처를 상상하려니 처음에는 적응할 시간이 좀 필요하기도 했습니다. :-)

비록 이 작품 속에서 리처는 그의 분신과도 같은 '군대'에 '소속'되어 있는 인물이지만 의외로 계급이나 규율, 명령 등에 크게 신경을 쓰는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가 정식 '수사관'으로서 활약하는 모습은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그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작품에서 그는 꽤 많은 실수를 범하기도 합니다만 결국 작은 단서에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내는 훌륭한 추리력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작품 전반에 걸쳐 골고루 장치된 스릴은 거의 5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작품을 수일 안에 읽어낼 수 있게 만듭니다. 마지막 쇼다운이나 잭 리처가 밝혀내는 사건의 음모는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습니다만 충분히 즐길만 합니다.

리처 형제의 어머니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잭 리처 시리즈로는 과도한 센티멘탈이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나름대로 잭 리처의 인간적인 모습이 느껴져 저는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터프함은 단순히 역시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피만을 물려받았기 때문이 아님을 알게 해줍니다.

작품의 주무대는 워싱턴을 중심으로 한 미국 동부입니다만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미국 LA, 모하비 사막 등 여러 곳을 이동하며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리처는 여전히 자동차를 몇시간 타고 다니며 이 작품에서는 특이하게도 비행기를 여러 번이나 탑니다. 다른 시리즈에서는 신용카드도 없고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아 비행기를 타고 다니지 않지만 이 작품에서는 좀 다르군요. 그리고 작품 초반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듯이 마음에 드는 여자와 잡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