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의 한복판 런던의 유명한 극단이 새로운 작품 준비를 위해 귀족인 제작자의 여동생이 새로 개업하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성을 개조한 호텔로 주말 여행을 떠납니다. 극본을 맡은 촉망받는 여작가가 초안과는 다른 내용의 작품을 들고 오자 제작자, 연기자들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여작가가 처참하게 살해된 채 침대에서 발견됩니다. 런던 경시청은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역시 귀족 출신인 토마스 린리와 그의 파트너 바바라 하버스를 파견합니다. 린리는 자신의 초대를 거절한 여자친구 헬렌이 극단 멤버들과 함께 있는 것을 발견하고 놀람과 동시에 실망을 합니다....
죠지 여사의 토마스 린리 시리즈중 두번째로 발표되었던 작품입니다.
지난 번에 죠지 여사에게 크게 당해서;; 처음에는 약간 겁을 먹고 읽기 시작했습니다만 분량도 아주 길지 않고 적당한 템포로 진행되어 어려움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죠지 여사의 특기인 등장인물들의 디테일한 심리 묘사 및 분석이 최소한으로만 등장하고 그보다는 추리소설로서의 '누가 범인인가'를 찾는 쪽에 크게 중점을 두었습니다. 따라서 흔히 말하는 독자와 작가간의 머리싸움이 꽤나 치열하게 벌어지게 됩니다. 작가는 독자들을 혼란시키기 위해 여러가지 장치를 해놓습니다. 우선 수없이 많은 암시와 복선이 작품의 첫부분부터 제시되고 있는데 이는 무의식적으로 실제 범인에게 혐의를 가지기 어렵게 만듭니다. 그리고 우리의 두 주인공인 린리와 하버스는 각각 개인 감정에 사로잡혀 - 하버스보다는 린리쪽이 훨씬 더 심합니다. - 여러가지 실수를 저지르는데 덕분에 독자는 주인공들과 함께 계속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죠지 여사의 작품에는 늘 그런 것처럼 매우 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들 각각의 묘사와 전개가 약간 모자라는 반면 범인을 쫓는 과정들은 매우 잘 짜여져 있어 독자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파악이 끝나면 바로 긴장감 속에 수사의 진행을 따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범인은 아주아주 예리한 독자라면 예상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범행의 동기는 거의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지므로 중간에 김새는 일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 바로 전작(은 사실 죠지 여사의 데뷔작입니다만)과는 달리 이 작품에는 린리-하버스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동주인공들, 혹은 주인공들의 주변인물이라 할 수 있는 인물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여 활약합니다. 시리즈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겠지만 간단히 소개를 해보겠습니다.
우선은 토마스 린리의 오랜 여자친구이자 연인이자 나중에는 약혼자이자 아내가 되는 레이디 헬렌 클라이드가 있습니다. 린리처럼 역시 귀족 출신이고 한때는 린리의 가장 친한 친구인 사이먼 세인트 제임스의 연인이기도 했습니다.
다음으로는 린리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인 법의학자 사이먼 세인트 제임스입니다. 이튼 시절부터 이미 린리와 친했으며, 린리의 음주운전 실수로 난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가 마비가 되어 이점에 대해 린리는 언제나 일종의 죄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세인트 제임스의 아내이자 린리의 옛 연인이기도 한 데보라가 있습니다. 데보라의 아버지는 세인트 제임스의 집사이기도 합니다. 직업은 사진작가이며 네명 중 나이가 가장 어립니다.
이 세명은 데뷔작때부터 이름이 거론되긴 합니다만 실질적인 활약은 이 작품이 시작이라고 생각되어집니다. 그리고 시리즈가 진행될 수록 점점 더 중요하고 결정적인 역할을 맡게 됩니다. 여기에 매 작품의 본질인 범죄의 수사과정과는 별도로 이들 주인공 각각의 갈등, 관계의 발전과 전개 등을 지켜보는 것은 이 시리즈의 또하나의 재미이자 매력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세 사람의 사생활 외에도 바바라 하버스의 개인사도 또하나의 축을 가지며 매 작품마다 발전되고 전개되어집니다.
이 작품을 읽고 나서 다시 린리-하버스 시리즈에 손을 댈 수 있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죠지 여사의 필력은 꽤나 매력적이라 이 시리즈만큼은 긴 시간을 가지고 계속 따라가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