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데이본 지방에 정착한 부유한 귀족인 바스커빌가의 찰스 바스커빌 경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자 그의 친구 인 모르타이머 박사가 셜록 홈즈를 찾아옵니다. 찰스 바스커빌 경의 유산 상속자로 헨리 바스커빌 경이 캐나다에서 건너오는데 셜록 홈즈는 이들을 미행하는 자가 있다는 것을 알아챕니다. 두 사람을 습지대로 둘러쌓인 다트무어로 돌려보내며 자신의 친구이자 동료인 와트슨 박사를 동행시킵니다. 바스커빌가의 이웃들을 살펴보며 헨리 바스커빌 경을 보호할 임무를 받은 와트슨은 나름대로의 조사를 펼치며 점점 더 의문만 늘어갑니다...

도서관에 갔다가 눈에 보이길래 그냥 빌려와 읽어버렸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 작품을 읽은 지가 벌써 거의 30년 가까이 되는 것 같군요. 간만에 셜록 홈즈와 와트슨이 주인공인 작품을 읽어보니 감개가 무량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예전에 읽었던 것은 아무래도 '소년판'이라 그런지 새로 읽으면서 나름대로의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잘난 척을 대놓고 하는 홈즈와 소심하기가 이루 말할 데 없는 와트슨의 조합은 참 재미있더군요. 특히 와트슨이 홈즈에게 실망감을 표시하는 장면은 자칫했다가는 둘이 사귀는 사이가 아닌가 싶어지기까지 합니다. 지금의 시점에서는 홈즈의 추리를 앞세운 수사 방식이 좀 어이없기도 합니다만 현장 감식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19세기말/20세기초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면 안되겠죠. 사람이 죽었는데 그 앞에서 '당신이 그 말을 해주니 정말 고맙기 그지 없구려.'같은 말이나 하고 앉아 있는 두 양반을 보며 젠틀맨으로 살기도 쉽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게다가 홈즈는 틈만 나면 '이렇게 강력한 적은 생전 처음이야.'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어이구..

물론 이 작품은 추리소설계에서는 명작에 속합니다.
런던에서부터 조금씩 긴장감을 주기 시작해 다트무어의 습지대에 가면 황량한 자연까지 긴장의 끈을 더 조여 우당탕 클라이막스로 치닫게 되죠. 주변 인물과의 미묘한 갈등, 본 사건이외에도 독자들의 시선을 어지럽히는 부수적인 사건들, 게다가 말도 삼켜 버리는 무서운 늪지대를 배경으로 괴담과 괴물의 출현이라니 여러가지로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위해 코난 도일은 그 어떤 때보다도 배경 조사를 철저히 했으며 작품의 배경이 되는 다트무어도 실제로 답사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인간의 문명이 제대로 장악하지 못한 자연 속에 과학과 이성을 신봉하는 셜록 홈즈가 주인공으로 활약한다는 점은 작품이 쓰여질 당시 사람들의 '이성의 인간이 자연을 지배한다'는 사고관을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오랜만에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 전 제가 이 소설을 처음으로 어디에서 어떻게 읽었는지 여전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난 도일의 다른 작품을 굳이 찾아내 읽게 될 것 같지는 않군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