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얼마 전 발매된, 달인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의 자서전입니다.
모든 텍스트를 본인이 썼다고 믿기는 어렵겠습니다만, 적어도 상당 부분은 본인의 손에 의해 쓰여진 것이 분명한 것 같다는 느낌은 받게 됩니다.
클랩튼은 어린 시절 부모님인 줄 알았던 양반들이 알고 보니 할아버지, 할머니였고, 막상 진짜 엄마를 만났으나 엄마라 부르지 못하고 오히려 형제처럼 지내야 했던 트라우마부터 시작해, 블루스 음악과의 만남, 여러 뮤지션들과의 교류, 기타 연주의 시작 등에 대해 소소한 일화까지 곁들여 담담하게 설명합니다.
여기에 너무도 복잡하고 난잡했던 여자 관계 특히 자신의 최고의 친구였던 조지 해리슨의 아내인 패티를 사랑하게 되어 오래 시간에 걸친 노력(?) 끝에 자신의 여자로 만들었지만 결국 행복한 결합으로 발전하지 못했던 것을 비롯해 스스로를 거의 죽음의 문턱 앞에까지 몰고 갔던 마약 중독과 알콜 중독에 대해서도 솔직하고 세세하게 이야기를 합니다. 뿐만 아니라 4살짜리 아들의 죽음을 비롯 가족과 친구들의 죽음을 접해야 했던 그의 고통 또한 생생하게 묘사가 됩니다. 이 책을 읽고 있자니 스타로서의 삶이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본인 스스로도 '부끄러울 만큼 죄많은 인생'을 살았고, 그가 만든 음악들이 언제나 자신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 아닌 돈과 명성을 얻기 위한 것이기도 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부분에서는 인간 클랩튼에 대해 어쩔 수 없는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그가 했던 수많은 악행은 정말 이해하기도 용서하기도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만 적어도 그런 삶에 대해 '부끄러워' 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그에게 비난의 눈길만 보낼 수는 없게 되더군요.

아무래도 가장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것은 그가 몸담았던 여러 밴드들과 다른 뮤지션들에 대한 일화들이었는데 60년대 런던의 음악씬이 그리 넓지는 않았던 모양인지 서로서로 다 알고 지내는 사이였더군요. ㅠ.ㅠ 크림의 음악은 어쩌다 보니 하게 되긴 했지만 스스로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고 정말 좋아하는 음악을 연주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것 같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대규모의 월드 투어는 할 생각이 없으신 모양이라는 점은 좀 아쉽더군요. 게다가 이제는 청력이 약해져 거의 들리지 않는 상황이시라니... ㅠ.ㅠ

어쨌거나 에릭 클랩튼이라는 인간의 삶과 그의 음악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께는 필독을 권해드립니다. 덕분에 요새 클랩튼의 음반들을 초창기부터 하나씩 듣고 있는데 그 느낌이 꽤 다르게 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