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다운30 (Lowdown30) - Jaira (2008)

Musik 2009. 1. 5. 22:27 posted by srv


글솜씨가 떨어져 글이 좀 많이 허접합니다. 이해를... ㅠ.ㅠ

비교적 긴 시간동안 음악 듣는 것을 취미로 하면서 분명해진 것중 하나는 마음에 드는 좋은 음악을 만나기 위해서는 운이 좋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십수년 전 한국이 아닌 곳에 있었음에도 노이즈가든의 앨범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외국에 있는 후배에게 선뜻 좋은 음반들을 보내준 어느 마음좋은 선배 덕분이었고, 로다운30이라는 밴드를 알게 된 것은 노이즈가든 음반을 듣다가 문득 이 밴드 기타리스트의 행적이 궁금해져 구글을 뒤적이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 60년대/70년대의 음악에 빠져 있던 당시 노이즈가든의 윤병주씨가 블루스(록)와 관련된 밴드를 한다는 사실과 툭툭 던져주는 관련 뮤지션들에 대한 정보는 당시 이쪽 음악에 대해 많은 지식이 없었던 제게 좋은 가이드 라인 역할을 해주었고 덕분에 요새까지 '형님'들의 음악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사실 직접 공연을 본 적이 없으니 로다운30의 음악이 어떤 스타일인지는 이들의 카페에 듬성듬성 올라오는 동영상이나 음원들을 통해서, 그리고 멤버들이 좋아한다는 뮤지션들을 통해서 짐작할 수만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음악적 지향에 관해서만큼은 그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을 - 심지어는 스스로와도 타협하지 않을 것 같은 - 윤병주 라는 기타리스트와 적어도 이들이라면 하고 싶은 음악을 원없이 펼쳐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앨범 녹음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부터 지난 한 해동안 그 어떤 음반보다도 로다운30의 앨범을 기다리게 만들었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로다운30이 결성된지 무려 8년만에야 첫번째 앨범을 발표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우선은 이들이 음악을 생업으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창단멤버이자 윤병주씨와는 둘도 없는 친구였던 고 이상문씨의 작고가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추측해 봅니다. (부디 두번째 앨범은 빨리 나와주길 바랍니다. ㅠ.ㅠ)

이 앨범을 듣기 전 제가 예상했던 로다운30의 음악은 60,70년대의 느낌이 가득 살아 있는 블루스록이었습니다만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오히려 좀 더 느슨한 ZZ Top 분위기의 서든록에 가까울 줄 알았습니다. 어쩌면 Allman Brothes Band 같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더랬는데 아무래도 본인들이 밝힌 롤모델인 Gov't Mule인만큼 한없이 이어지는 잼의 향연도 은근히 기대했더랬습니다.

그러나 실제 앨범을 들어보니 이 예상들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ㅠ.ㅠ
로다운30의 첫번째 앨범은 정확히 뭐라 정의하기가 어려운 음악입니다.
물론 일단은 클래시컬한 블루스록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여기에 여러 형님들이 그동안 이루어놓은 성과들과 멤버들의 개성이 잘 섞인 로다운30만의 음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지미 헨드릭스(I'm going down)와 지미 페이지(Bella Godiva)의 냄새가 특히 강하게 느껴지는 곡들도 있습니다만 솔직히 이 형들의 영향을 안받고 이런 음악한다고 하면 오히려 이상하게 아닐까 싶군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이 앨범 무진장 마음에 듭니다.
솔직히 이런 잡스러운 글따위는 집어치우고 '우왕 굳ㄷㄷ 킹왕짱' 이라고만 쓰고 싶습니다.
요새 매일 두번 이상씩 듣고 있는데도 매번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는군요.
비록 들으면서 춤을 추기도 어렵고;; 따라 부르기도 쉽지 않지만 그냥 마냥 계속 듣게 됩니다. :-)

Jaira 앨범을 듣고 있자면 이미 오랜 경험을 가진 능숙한 장인들의 손길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독일의 크리스마스 시장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손으로 깎아 만든 나무 공예품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냥 보기에는 투박하고 한편으로는 촌스러워 보이지만 노련하고 섬세한 칼날의 흔적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쌓였을 만든 이의 내공이 느껴지고 온갖 유행과 첨단의 물결 속에서도 여전히 은근한 매력을 과시하는 그런 작품 말입니다.  이러한 느낌은 이 앨범의 사운드를 꼼꼼하게 들어보면 더욱 진하게 느껴지는데 사실 이 앨범에서 들을 수 있는 사운드는 한국산 음악에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수준이죠.

어떤 곡에서의 셋팅일려나... (출처: Lowdown30 홈페이지)

로다운30의 사운드는 60/70년대의 빈티지를 기본하지만 멤버들의 개성이 충분히 우러나오는 기름지면서도 세련된 톤입니다. 세명의 연주라고 믿기 힘들만큼 빈 틈을 찾기 힘든 꽉 찬 사운드인데 특히 윤병주씨의 다양한 기타톤은 기대이상이고 이 수준 높은 기타연주에 절대 밀리지 않은 김락건씨와 이민우씨의 리듬섹션 또한 매우 훌륭합니다. 이렇게 세명의 사운드가 조화를 이루며 균형잡힌 연주를 만나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군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험악한(?) 인상과는 달리 꽤나 얇은 톤의 윤병주씨의 보컬이라 하겠습니다. 아주 못부르는 목소리는 아니라 계속 듣다 보니 이젠 정이 들 정도이긴 합니다만 ^^;; 악기들의 중후한 연주와는 좀 덜 어울리는 것 같다는 인상은 아무래도 지우기가 힘듭니다. 그래서인지 보컬에 퍼즈 등의 이펙트를 넣는 시도도 하고 있지만 그래도 뭔가 좀 모자라는 느낌입니다. 발성과 관련된 훈련을 받으시면 어떨까 싶기도 하네요.

장비부터 빈티지의 냄새가 납니다. (출처: Lowdown30의 홈페이지)

수록된 곡들의 길이는 생각보다 짧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잼세션의 향연은 없습니다만 기타 솔로 부분에서 다른 톤의 연주를 차례로 넣어 마치 여러 명의 잼세션을 듣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I'm going down'의 솔로부분) 물론 대부분의 곡들이 공연에서 연주될 때에는 긴 솔로나 잼세션이 쉽게 가능하게 구성되어 있어 역시 이들의 음악을 제대로 들으려면 공연을 직접 보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예 공연 실황을 앨범으로 내놓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한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이지만 고작 5곡..뭐 이런 구성이면 멋지겠군요.
그동안 로다운30이 가졌던 공연들의 셋리스트를 살펴보니 상당 수의 곡들이 이미 오래 전에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I'm going down'과 '데빌맨'은 꽤 오래 전부터 자주 연주되었던 곡들이더군요. 자작곡 이외에 형님들의 음악중 몇곡 정도를 넣지 않았을까 했는데 단 한곡도 없더군요. 좀 의외였습니다. 아마 텔레케스터 계열의 기타로 연주된 것으로 들리는 비교적 흥겨운 곡인 '괜찮아'는 좋은 연주이긴 하지만 가끔은 흐름을 끊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고, 슬로우 템포의 '어느 작은 작은 날'은 헨드릭스의 'Little wing'을 떠올리게 하는데 혹시 고 이상문씨를 위한 곡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제게 베스트 트랙은 '데빌맨'과 'Bella Godiva'에서 시작해 '중독'까지 이어지는 부분입니다. 이중 'I'm going down'의 솔로 부분은 여러가지로 음미할 부분이 많아 아주 좋아합니다.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전 이미 두번째 앨범을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작업을 시작하신다는 소문이 들립니다. ^^;;)
만약 한국에 가게 되면 공연도 꼭 보러갈 생각입니다. :-)
앞으로 로다운30의 더욱 멋진 활동을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앨범과 관련한 로다운 30의 공식적인(?) 설명을 옮겼습니다.
한번 읽어보면 감상에 나름대로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