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rwandschiessen

Fussball 2009. 1. 14. 00:25 posted by srv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십수년이 지나도 여전히 제대로 된 스포츠 전문 프로그램이 없는 한국의 공중파 방송을 보면 언제나 아쉬움이 남습니다. 깊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스포츠뉴스만이 작은 자리만 차지한 채상대적으로 연예관련 프로그램들만 과포화상태임에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는 솔직히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스포츠강국이라는 이미지가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독일의 공영방송인 ARD와 ZDF는 토요일 저녁 각각 Sportschau와 Das aktuelle Sportstudio(이하 DaS)라는 스포츠 전문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두 프로그램 모두 방영을 시작한지 오래된 전통적인 프로그램이며 두 방송사의 경향 차이만큼 두 프로그램도 차이가 있습니다.

초저녁 시간에 방영되는 Sportschau는 그날의 분데스리가 축구 하일라이트를 중심으로 편성되는데 - 다른 스포츠에 대한 보도는 보통 일요일 오후에 있는 Sportschau를 통해 소개됨. -  Premiere 같은 유료채널을 시청하지 않는 시청자들에게는 가장 빨리 분데스리가 축구의 제대로 된 하일라이트를 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보통 밤 10시에 시작하는 DaS는 분데스리가 축구가 중심이 되긴 하지만 다른 스포츠들에 대한 것들도 다루며 다양한 게스트를 직접 스튜디오에 초대해 인터뷰를 가지는 등 좀 더 분석적인 경향이 강합니다.

DaS를 보면 프로그램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Torwandschiessen이 있습니다.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게스트가 방청객중 한명과 아래와 같이 생긴 구조물을 가지고 일종의 페널티킥 시합을 하는 것입니다. 각각 오른쪽 아래에 3번 그리고 왼쪽 위에 3번의 시도를 할 수 있는데 골을 많이 넣는 사람이 이기고 몇 골을 넣느냐에 따라 나름대로의 상품이 방청객에게 주어집니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대략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동영상으로 보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VfB Stuttgart의 전 감독인 아르민 페가 어느 방청객과 대결을 벌이고 있습니다.


1963년 8월 24일에 첫 방영을 시작한 DaS가 1966년 9월5일, 당시 진행자였던 베르너 슈나이더의 제안에 의해 시작한 Torwandschiessen은 원래 독일의 축구팀인 1.FC Kaiserslautern의 감독인 리하르트 슈나이더가 선수들의 킥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고안한 훈련방법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합니다. 한때 DaS의 제작진이 이 코너를 없애기도 했으나 시청자들의 반발이 너무나 심해 다시 부활시킬 수 밖에 없었다는 에피소드도 있을 정도로 이 코너의 인기는 높습니다.
가로 2.7m, 세로 1.83m 크기의 나무판에 지름 55cm의 구멍이 두개 뚫려있는 이 'Torwand'를 향해 7미터의 거리에서 정지된 공을 차서 구멍에 넣는 것은 보기와는 달리 실제로는 매우 어렵습니다. 무슨 축제같은 행사장에 가면 자주 볼 수 있고, 저도 기회가 있어 몇번 시도해봤는데 하나라도 넣으면 운이 좋은 것이더군요. ㅠ.ㅠ

그동안 DaS에는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게스트로 등장해 Torwand를 향해 공을 찼지만 지금까지 6개의 골을 모두 성공시킨 경우는 아직까지 없습니다. 축구계의 거물인 펠레, 마르코 판 바스텐, 유세비오 등도 시도했으나 이들은 단 한골도 성공시키지 못했습니다. 이에 반해 독일 축구계의 거물인 프란츠 베켄바우어는 4골을 성공시킨 적이 있고 1994년 5월 7일 바이에른 뮌헨이 우승했던 날에는 심지어 맥주컵위에 놓여진 공을 차서 골을 성공시키는 묘기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처음으로 다섯골을 성공시킨 사람은 1974년 5월 18일 당대의 축구스타 귄터 넷처에 의해서입니다. 이후 다섯골을 성공시킨 사람은 루디 푈러, 귄터 헤어만, 라인하르트 사프티히, 마티아스 베커, 롤프 프링거, 프랑크 파겔스도르프, 그리고 프랑크 로스트입니다.
프로 스포츠 선수가 아닌 사람으로 많은 골을 기록한 사람은 독일의 유명 코메디언인 마이크 크뤼거인데 그는 1984년 무려 4골을 성공시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F1 드라이버인 루이스 해밀턴이 4골을 성공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독일의 여자축구 국가대표 선수인 파티미르 바야르마이는 무려 7cm 높이의 굽의 구두를 신은 채 두 골을 성공시키기도 했습니다.


루이스 해밀턴이 4골을 성공시키고 있습니다.


저도 이 코너를 무척 좋아해 시간이 되면 DaS를 보는 편인데 가끔 재미있는 해프닝도 많이 벌어집니다.
예를 들자면..


바이에른 뮌헨의 프랑크 리베리가 강슛을 날려 Torwand를 부셨습니다. 그러나 알고 보니 팀동료인 루카스 포돌스키가 리베리를 놀리기 위해 미리 제작진에 부탁해 Torwand를 개조해놨던 것이죠.

물론 아래와 같은 사고도 종종 발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