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출신의 러시아 역사학자인 플루크 켈소는 러시아 정부의 문서 보관소에서 주최하는 심포지움에 참석하기 위해 모스크바에 왔다가 우연히 이제는 노인이 된, 스탈린의 심복 베리야의 경호원이었으며 스탈린의 마지막을 목격했던 이에게 스탈린이 가지고 있던 비밀 수첩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리고 켈소는 비밀 수첩에 대한 간단한 조사를 하면서 정말 이런 수첩이 존재한다는 확신을 하게 되고 이를 찾기 위해 과거의 흔적을 찾아 나섭니다. 하지만 켈소에게 처음 정보를 들려준 노인이 처참하게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좀 더 복잡해지고 위험해집니다....

동네 도서관에서 우연히 로버트 해리스의 책 두권이 꽂혀 있는 것을 보고 그냥 빌려와 읽고 있습니다.
로버트 해리스의 작품들은 이미 몇번 소개한 적이 있으니 이 양반의 특기가 무엇인지는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스탈린이 죽기 직전까지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는 비밀 수첩을 소재로 - 물론 이런 수첩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 , 과거 공산주의(혹은 전체주의)에 대한 추억으로 우경화 되어가는 옐친 정부 시절 러시아의 현실을 그리고 있습니다.
수백만명의 러시아인을 죽였으면서도 스탈린이 여전히 '러시아 최고의 지도자'로 추앙받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는 것은 결국 러시아가 서방 국가와 같은 민주적인 정부가 아닌 강력한 권력을 가진 독재형 국가로 발전할 수 있음을 이 작품에서는 시사하고 있습니다. 본작이 출간된 1998년과 현재 러시아의 모습을 비교하면 작가의 예측이 어느정도 들어 맞았음을 알 수 있죠. 러시아는 이미 강력한 지도자를 가지고 우경화되고 있으니까요.

로버트 해리스의 작품들이 그렇듯이 이 작품도 소련/러시아의 역사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바탕으로 꽤나 개연성 있게 쓰여져 있습니다.  특히 스탈린과 그 주변인물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던 전 이번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
초반부 등장하는 여러 러시아 이름들 - 역사적인 인물들의 이름이 많이 등장하죠. - 에 헷갈리지만 않는다면 중반 이후 펼쳐지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들에서 충분한 스릴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결정적인 배경이자 작품명과도 관련이 있는 Archangelsk에서 펼쳐지는 액션들은 매우 훌륭하여 한번에 읽어내려가게 합니다.

본작은 BBC에서 이미 TV영화로 제작되었습니다. 주연은 다름 아닌 다니엘 크레이그라는군요.
기회가 되면 한번 보고 싶습니다.
독일어 제명은 작품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러시아 극우주의자들의 신문의 제목이자 1917년 10월 혁명을 상징하는 과거 러시아 제국의 군함 이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