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잡담

Leben in Deutschland 2009. 3. 4. 21:35 posted by srv

0. 여전히 겨울이지만 그래도 많이 따뜻해졌습니다.

1. 아이는 이제 육체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성장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빨라졌습니다.
비록 몸집은 크지 않고 말랐지만 키는 많이 컸습니다. 문제라면 머리 크기도 함께 자라는 것 같다는...;;
이제는 자기보다 어린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줘야 하는 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장난감도 잘 나눠 주고 놀아주고 달래주는 일에도 적극적이고 꽤 능숙합니다.
하지만 자기 주장은 더욱 강해졌고 자기 행동의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간단한 논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아이가 내키지 않는 것들을 설득시키는 일이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ㅠ.ㅠ

2. 이제 유치원은 정말 즐겁게 갑니다.
무엇보다 친한 친구들이 많이 생겨 유치원에서도 아이 혼자 노는 일은 없어졌습니다.
이제는 아이 친구 집에 놀러 가는 일도 잦아졌고 생일 초대를 받는 일도 생기기 시작하네요.

이 모든 것은 아이의 독일어 실력이 많이 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년 가을부터 유치원에서 일주일에 두세차례 독일어가 모자란 아이들만 그룹으로 모아 놀이식으로 독일어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데 그 덕분인지 이제는 제법 많은 표현을 알고 있고 완성된 문장으로 이야기하는 것에도 익숙해 보입니다. 발음은 말할 것도 없이 한국말 액센트 없는 '현지인' 발음입니다. ^^;;
이제는 집에서도 간단한 말은 독일어로 해버리고 싶어하는 것 같아 저희 부부는 조심에 조심을 하고 있습니다. 뭐랄까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싶더군요. 왜냐하면 저희는 아이가 독일어만큼 한국말도 잘해주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독일말로 물어보거나 말을 걸어도 못 알아 듣는 척을 하거나 아니면 우리 말로 답을 해줍니다. 아내는 앞으로 우리 말로 된 프로그램을 좀 더 보여줘야 할 것 같다고 하는군요.

3. 요새 매주 토요일은 정말 바쁩니다.
아내가 토요일 오전, 오후 모두 빡빡하게 스케쥴이 있어 저와 아이 둘이서만 하루를 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점심, 저녁을 뭘 먹어야 할 것인가부터 고민이고 둘이서 무엇을 하며 놀아야 할 지 고민하는 것도 꽤 어렵군요. 이제 날씨가 좀 더 따뜻해지면 밖으로 많이 나갈 생각입니다. 자전거 타는 것도 가르쳐야 하겠군요.

지난 토요일에는 둘이서 오랜만에 수영장에 다녀왔습니다.
아이는 이제 물을 무서워 하지 않아 꿀꺽꿀꺽 수영장물을 마시면서도 나름대로 수영을 하느라 정신이 없더군요. 말이 수영이지 이건 견공의 영법보다도 효율이 더 떨어지긴 합니다. 그래도 이제는 수영장에 온 보람 같은 것이 느껴지더군요. 재미있었습니다.

4. 4월 중순경에 아이의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한국에 대한 소개를 하는 프로그램을 계획중입니다.
총 사흘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데, 일단 하루는 한국의 위치, 기후, 풍경, 음식 같은 것들에 대해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소개하고, 두번째 날은 아이들과 함께 한국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어 보고(아내는 계란말이 같은 것이 어떻겠냐고 그럽니다.), 세번째 날은 한국의 동요를 함께 배워볼까 생각중입니다.
혹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신 분은 덧글로 조언을 해주시길 부탁 드릴께요. :-)

올해 Fasching(카니발)때 아이의 분장은 해적이었습니다.
해적선 선장께서 저녁 반찬이 마음에 안드셨던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