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잡담

Leben in Deutschland 2009. 3. 28. 01:21 posted by srv

1. 아이 유치원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저희 아이가 유치원에 가는 시간은 보통 아침 8시 30분정도입니다. 유치원은 집에서 걸어서 3분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습니다. 한국은 유치원버스 같은 것이 있다는데 여기선 아이를 데려가고 오는 일을 모두 부모가 해야 합니다. 한국 같이 빡빡한 직장 생활에서라면 상상도 하기 어렵겠지만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것이 가능한 이곳에서는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급하면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데리고 오는 일도 흔합니다. 어차피 모든 아이가 작은 이 동네에 살기 때문에 - 다른 동네에 사는 아이들은 다닐 수 없습니다. - 아이의 통학이 번거롭지도 않습니다.
저희가 사는 동네에는 유치원이 모두 5개가 있습니다. 저희 아이 유치원에는 모두 40명 정도의 아이가 다니고 있습니다. 만 세살이 되면 유치원에 갈 수 있는데 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나이인 만 5살까지 다니게 됩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알고 보니 유치원의 많은 부모들이 이 동네에서 자란 토박이들이더군요. 그래서 서로를 잘 알고 친할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성인이 되면서 부모 곁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갔던 사람들이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다시 돌아오는 일도 많다고 합니다. 하긴 아이가 있는 가족에게는 저희 동네가 아주 적합하긴 합니다.
아침에 유치원에 도착하면 아이는 친구들과 놀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이 놀기 위한 장난감이나 놀이기구는 유치원에 충분히 있습니다. 이렇게 10시 30분까지 아이들은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놀게 됩니다.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기도 하고 음악이나 오디오북을 듣기도 하고 아니면 레고 같은 장난감이나 퍼즐이나 보드게임 같은 것을 하기도 합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도 준비가 잘되어 있고 배가 고픈 아이들은 부엌에 가서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어도 됩니다. 선생님들은 소외되는 아이가 없도록 신경을 쓰면서 아이들과 함께 놀아줍니다.
그리고 10시 30분이 되면 아이들은 반별로 혹은 전체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동그랗게 앉습니다. 이때부터 모두가 함께 하는 전체 프로젝트를 하게 됩니다. 이것은 때마다 여러 가지 테마로 바뀌게 되는데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은 꼭 포함되어 있습니다. 엊그저께 유치원에서 동네 양로원에 가서 노인들을 위해 연극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왔는데 이런 행사 준비도 이때 하게 됩니다.
11시 30분정도가 되면 아이들은 날씨와 상관없이 30분정도 거의 필수로 밖에 나가서 뛰어 놉니다. 비바람이 몰아치지 않는 한에는 꼭 바깥에 나가서 놀게 하는데 아이들은 바로 옆에 있는 학교 운동장에서 킥보드나 자전거를 타면서 놀거나 아니면 유치원내 놀이터에서 놀게 됩니다.
그리고 12시 30분까지는 다시 반별로 모이거나 모두 모여 뭔가를 합니다. 끝나기 직전 사과 같은 과일 한조각씩을 나눠 먹고는 헤어지는 노래를 부르고 유치원에서의 일과가 끝이 납니다. 하지만 아이와 부모가 원한다면 점심 도시락을 미리 준비해서 13시 30분까지 유치원에 더 머물 수 있습니다. 요새 저희 아이는 친구들과 놀기 위해 거의 대부분 유치원에 오래 남아 있는데 이때는 별다른 프로그램없이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됩니다.
아이의 유치원에서는 특별히 무엇을 가르치지도 않고 모두가 똑같은 율동을 하면서 노래를 하는 것도 하지 않습니다. 따로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더더욱 하지 않죠. 아이들은 서로 어울려 신나게 놀면서 친구들을 사귀고 사회성을 배웁니다. 저희 아이처럼 독일어가 떨어지는 아이들은 따로 놀이를 통해 언어를 배우기도 합니다만 이는 소수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유치원에서는 아무 것도 가르치지 않는 것 같지만 아이와 이야기를 해보면 뭔가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이는 유치원에서 자기를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다른 사람과 타협하는 법을 배웁니다. 그리고 친구의 소중함을 배웁니다. 아이의 나이에 가장 중요한 것들을 배우고 있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2. 지난 토요일은 아내의 생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성당에 가는 날이었고 우리가 음식 당번이라 하루종일 바빴습니다. 간단히 케익을 준비해 성당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생일 축하를 하긴 했습니다만 경황이 없어 아이와 함께 아내를 위해 축하 카드를 만드려고 했던 것은 까맣게 잊고 말았죠. ㅠ.ㅠ
저녁이나 되어 집에 돌아와 아내와 맥주 한잔을 하며, 그리고 아이는 특별히 콜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내: xx야. 너 오늘 엄마 생일인데 무슨 선물을 준비했어?
아이: (약간 당황스러워 하며) 아..선물이라. (갑자기 얼굴이 환해지면서) 물론이죠. 엄마를 위해 선물을 준비했어요.
아내: 그래? 무슨 선물을 준비했는데?
아이: (귀여운 목소리로) 엄마를 위해.... 뽀뽀를 준비했죠~
엄마 선물 받으세요. (뽀뽀하려고 입을 내민다.)
아내/나: 하.하.하.

점점 뻔뻔스러워져만 가는 아이입니다. ㅠ.ㅠ

3. 같은 날 성당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아이보다 한살 적은 남자아이의 외할아버지/할머니가 한국에서 놀러 오셨습니다.
전에도 벌써 뵌 적이 있는 분들이라 이중 할머니가 저희 아이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하셨습니다.
할머니: 아이고, xx야! 그동안 잘 있었니?
아이: 누구신데 제 이름을 아시는 거죠?
할머니: 내가 oo이 할머니잖아. 그리고 우리 벌써 본 적이 있어.
아이: 그래요? 전 생각이 잘 안나는데...
할머니: 내가 너 3살때도 보고 그랬는데 생각이 안나?
아이: (곰곰히 생각하더니) 아..... 이제 조금씩 생각이 날 것 같네요.

점점 더 부모를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ㅠ.ㅠ

4. 유치원에서 아이는 정말 친한 친구가 생겼습니다.
벌써 그 친구가 저희 집에 놀러온 적도 있고, 저희 아이가 놀러간 적도 있습니다.
그 아이는 밑으로 동생이 둘이나 있어서 약간은 어른스럽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 아이를 잘 돌봐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유치원에서도 둘은 늘 꼭 붙어 다닌다고 합니다.
이 아이의 부모는 러시아 사람이고 아이 엄마는 아직 독일어가 서툴어 저녁때에는 어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집도 저희 집에서 아주 가까워서 날이 좀 따뜻해지면 방과후에도 둘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이제 이녀석들은 부모에게 미리 물어보지도 않고 알아서 약속까지 정하고 있답니다.
벌써 다음에 언제 우리 집에 놀러올 지 둘이서 다 정해놨답니다.

아이는 이렇게 점점 크고 있습니다...

4. 요새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소녀시대 - Gee
장기하와 얼굴들 - 싸구려커피
장기하와 얼굴들 - 달이 차오른다, 가자

Gee는 두어번 듣더니 가사를 다외워 신나게 부르고 있고, 장기하의 노래들은 중요한 코러스부분은 다 외우고 있더군요. 특히 소녀시대는 '누나들'이 이쁘다며 더욱 좋아하는 눈치입니다.
벌써 예쁜 여자들에게 관심이 많아 앞으로가 참 기대됩니다. ㅠ.ㅠ


쿨쿨쿨... 자는 모습은 여전히 이쁩니다.

이제 햄버거 하나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