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트론드하임 대학의 분자생물학 교수인 시구어 요한손은 석유회사인 스타드오일에서 일하는 티나 룬트의 부탁으로 노르웨이 연안 대륙붕에서 발견한 웜(worm)의 조사를 맡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 웜이 일종의 돌연변이라는 것을 알아내는데 이들이 대륙붕 해저에 있는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분해하는 박테리아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캐나다의 벤쿠버 아일랜드에서 고래의 생태를 연구하면서 '웨일 왓칭(Whale Watching)'의 일을 하는 이누이트 출신의 레온 아나왁은 갑작스럽게 고래들이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함을 발견합니다. 고래들은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하고 피해자가 생겨납니다.
이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선박이 고래와 조개떼의 공격을 받고, 어선들은 더이상 물고기떼를 찾지 못하게 되었으며, 많은 해안에서 독성이 강한 해파리떼의 공격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노르웨이 연안의 대륙붕에 있던 메탄 하이드레이트층이 갑작스럽게 붕괴되면서 북해에는 거대한 쓰나미가 발생하고 엄청난 피해와 사상자가 생깁니다. 미국 동부 연안에는 무시무시한 독성을 가진 바닷게의 습격을 받아 뉴욕과 워싱턴 등은 더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합니다....

이 작품은 출간되자마자 슈피겔 등의 독일 베스트셀러 차트의 정상을 차지해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켰던 유명한 독일 소설입니다. 게다가 이 작품 속에서 쓰나미의 원인과 결과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때마침 인도양에서 쓰나미 참사가 일어나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미 영어로도 번역되어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른 적이 있다고 하는군요.

무려 천페이지에 달하는 본 작품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반부는 전 세계의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바다의 공격을 받게 되는 내용이고 후반부는 이런 공격의 배후를 밝히게 되는 내용입니다. 전반부는 작가가 오랜 기간동안 준비한 과학적 이론과 배경을 적절히 넣어가면서 바다의 공격을 받는 인류의 모습을 박진감 넘치게 그리고 있고 후반부는 이에 맞서는 인간들의 노력과 갈등이 주요한 테마가 됩니다.

한권짜리 소설로는 좀 많은 양이라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습니다만 끝까지 흥미롭게 진행되는 작품이기에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작가인 프랑크 쉐칭은 본래 광고업계 출신인데 어느 날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한 재미있는 경력을 가진 분입니다. 이 작품에서 그는 수없이 많은 관련 지식들을 쉽게 풀어 써놓았는데, 특히 해양 생태계와 분자 생물학, 메탄 하이드레이트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이론 등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들에 대한 그의 설명을 읽는 것만으로도 보람이 생길 정도입니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바다의 재앙은 결국 Yrr라고 사람들이 명명한 바닷속에 살고 있는 고등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벌인 일입니다. 태고적부터 바다를 지켜왔던 Yrr가 스스로를 지구를 지배하는 생물이라 생각하는 인간들이 자연에 가하는 오만한 행동에 분노해 인간들을 멸망시키기 위해 공격을 시작한 것이죠. 그래서 후반부는 Yrr를 제거하려는 미국 정부를 대변하는 몇몇 인물들과 이런 목적은 모른 채 Yrr를 연구하는 일련의 과학자들의 갈등이 펼쳐지며 긴박감을 높입니다. 특히 작품 속의 미 대통령과 Yrr 제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유디트 리 사령관은 마치 조지 W. 부쉬와 콘돌라자 라이스의 모습이 연상되었습니다. 즉, 미국만이 세계를 구원(?)하고 지배하는 선택된 민족(?)이라는 몰개념이 머릿 속 깊이 박혀 있는 인물들말입니다.

그밖에도 작품 속에서는 수많은 재난 영화와 SF 영화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합니다. 특히 후반부 Yrr에 대응하는 미군의 항공모함 이름이 '인디펜던스'라는 것은 좀 웃기더군요. 중요한 인물중 하나인 사만사 크로우는SETI 프로젝트의 리더로 등장하는데 덕분에 작품 속에서 '컨텍트'의 조디 포스터가 맡았던 엘리 어로웨이와 비교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그런데 사만사 크로우나 엘리 어로웨이나 실제 SETI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질 타터를 모델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작품에는 작가가 취재를 하며 실제 만났던 인물들이 실명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결국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류는 스스로가 지구라는 대자연의 일부이며 인간이 가장 진화된 종족이라는 전제하에 다른 생물들을 지배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인류가 자신들이 속해 있는 자연에 대해 좀 더 겸손해져야 한다는 점에는 진심으로 동의합니다. 특히 안하무인의 우리나라의 위정자들이 꼭 이 작품을 읽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이 작품은 영화화가 진행중인데 판권을 우마 써먼이 구입했다고 하는군요. 2011년 정도에 완성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