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간

Leben in Deutschland 2009. 4. 17. 23:23 posted by srv

지난 일요일은 부활절이었고, 이번 주는 내내 부활절 방학 기간이었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과 이번 주 월요일은 공휴일이었으니 우리나라로 따지면 추석 연휴 같은 분위기가 나는 기간이죠. 겨울 스포츠 팬들은 마지막으로 눈을 즐길 수 있는 - 그래도 해발 2-3천미터 이상 지역으로 가야하긴 합니다만 - 때라고들 하죠. 덕분에 지난 주부터 고속도로는 꽉꽉 막히는 구간들이 많았습니다.

학교 다니는 형제가 있는 아이들은 대부분 어디론가 떠난 경우가 많아서인지 이번 주 내내 아이 유치원에는 아이들이 많이 없었습니다. (네, 유치원은 방학이 아니고 학교만 방학입니다.) 그래서인지 유치원이 한결 조용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리고 이번 주 내내 저희 부부는 아이 유치원에서 한국 주간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국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오늘은 한국말로 된 노래를 함께 부르고 한국 음식을 먹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몇달 전 유치원 선생에게 선뜻 하겠다고 하긴 했는데 막상 준비를 하려니 좀 막막하기도 하더군요.
학교 다니는 아이들이라면 별 문제가 없었겠지만 만 세살에서 여섯살짜리들을 앞에 놓고, 아이들로서는 생판 상상하기 어려운 나라에 대해서 설명을 할 생각을 하니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어야 할 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며칠동안 시간날 때마다 고민을 한 끝에 중요한 몇가지 주제를 정리해 사진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의 시작은 한국이란 나라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를 지도에서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유럽, 아시아 같은 단어부터가 아이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아서 - 실제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은 극히 적었습니다. - 그냥 '무려 반나절 이상을 꼬박 비행기로 가야만 도착할 수 있는 나라'정도로 간단히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한반도의 모양을 보여주며 많은 한국 사람들은 이를 '호랑이'처럼 생겼다고 얘기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떤 녀석이 호랑이보다는 토끼같은데 라고 중얼거리더군요. ㅠ.ㅠ

다음에는 산악 지역이 많고 바다로 둘러 쌓여 있는 한반도의 지형을 설명하며 관련된 사진을 보여주었죠. 멋진 제주도의 어느 해수욕장의 사진을 보여주니 좋아하더군요. 그리고 나서 해운대가 근사하게 나온 사진을 보여주면서 '평소에는 이렇게 멋진 곳이지만 시즌 때에는..'하면서 8월 휴가때 해운대의 바글바글한 사진을 보여주니 다들 놀라면서 웃더군요.

그리고는 서울의 높은 빌딩숲과 아파트숲 그리고 경복궁과 숭례문의 사진들을 연속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또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농촌의 모습을 보여주며 자연스럽게 주제를 쌀로 옮겼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먹거리 문화에서 쌀을 빼놓고는 얘기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쌀농사를 짓는 방법을 차례로 설명하면서 한국인은 이미 수천년 전부터 쌀농사를 지어왔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오랜 역사덕분에 쌀은 한국인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강조했죠.

그리고는 일상적인 한국의 밥상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나라의 먹거리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 아침점심저녁을 '밥'을 먹는다고 얘기하고는, 밥, 국, 김치에 생선 구이가 놓여 있는 밥상을 보여주며 '이것 또한 아침 식사일 수도 있다고'고 하니 다들 놀라더군요. (헉! 어떻게 그런 일이.. 하는 표정이었습니다.)
김치 얘기를 좀 자세히 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전통 옷에 대한 주제로 넘어갔습니다.

한복을 입은 사람들의 사진을 보여주고 역시 한복을 입고 찍은 저희 아이의 돌사진을 보여주니 이쁘다고 감탄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아내가 남자와 여자아이용 한복을 각각 준비해가 한번 입어보고 싶은 아이들에게 실제로 한복을 입어볼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아이들 또래의 한국 어린이들의 유치원 모습을 보여주면서, 한국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케릭터중 하나인 뽀로로의 주제가 동영상을 보여주며 마쳤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준비해간 한국 물건들을 보여주기도 하고 한복을 입혀주기도 했습니다.

한꺼번에 모든 아이들을 놓고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없어 두 그룹으로 나누었는데 첫날에는 이번 가을에 학교에 가는, 좀 큰 아이들이 주로 있어서 그랬는지 분위기도 훨씬 진지하고 집중도 잘했습니다만 둘째날에는 어린 아이들이 대부분이어서 좀 산만하고 장난치다가 선생님의 주의를 받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

오늘 오전에는 아내와 함께 '머리 어깨 무릎 발'을 한국말로 배우고는 저희가 준비한 군만두와 땅콩강정을 함께 먹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둘 다 반응이 좋아서 몇조각씩 먹는 아이들도 더럿 있더군요. 물론 아예 먹어볼 생각도 안하는 아이들도 있긴 했습니다만. (저희 부부는 몰래 '촌스러운 녀석들'이라고 했습니다.)

휴. 어찌어찌해서 행사가 모두 끝났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막상 끝나고 나니 시원하긴 하군요.
어제 오늘 동네에서 아이들 부모와 마주쳤더니 아이들이 집에서 한국은 이렇다더라 하면서 좋아했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더군요.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들에게 한국에 대한 많은 인상을 심어준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유치원에서 있을 여름 바베큐 파티때는 불갈비로 어른들의 미각을 자극시킬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흐흐.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면서 택씨님의 블로그를 많이 참조했습니다.
제가 원했던 한국의 평범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 사진이 많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