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이 지나고 늦가을 어느 무렵인가부터 저희 아이는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머리를 자르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아이는 '기타치는 형들'처럼 머리가 길어지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는데, 어차피 날씨도 쌀쌀해지니 별 상관없으리라 생각했던 것도 또다른 이유라면 이유입니다. 앞머리가 너무 길어지면 아내가 조금씩 다듬어주긴 했지만 옆과 뒷머리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겨울내내 아이는 머리를 길렀습니다.
하지만 머리가 많이 길어지니 그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점점 알게 되었습니다.
동네 할아버니, 할머니들뿐 아니라 아이를 모르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여자애죠?"라고 물어보는 것은 그나마 약과였습니다. 관리가 안되고 점점 길어지는 머리덕분에 잘 씻겨놔도 뭔가 정리가 안된 기분이 드는데다 수영장이라도 가면 아이 머리를 말리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습니다.
오랫동안 완강하게 머리 깎기를 거부하던 아이가 어느 날 약속을 했습니다.
날이 따뜻해져 반팔옷을 입게 되면 머리를 깎기로..
그리고 저희 부부는 그때부터 따뜻한 날만을 기다렸습니다.
귀를 완전히 덮은 머리에 주목해주세요.
갑자기 80년대 최고의 청춘스타였던 전영록이 떠오르는군요.
그리고 4월 어느 날....
날씨가 갑자기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 기온이 쑥쑥 올라가버려 반팔옷을 입어야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런 날씨가 며칠 계속되자 저희는 아이에게 드디어 말을 꺼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 반팔옷 입을 수 있으니 머리도 깎자."
아이는 착하게도 군말없이 깎겠다고 하더군요. 하긴 날이 더워지니 긴 머리가 이젠 답답하기도 했을 껍니다.
지금까지는 늘 엄마의 손에 깎였지만 이번에는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흔쾌히 머리를 깎아주시겠다는 분의 집에 갔습니다.
지금까지 무서워했던 '기계'로 머리를 깎았는데도 말입니다.
한국의 할머니, 할아버지도 아이의 머리를 보고 기뻐하십니다.
그동안 보느라 답답했다면서... ㅠ.ㅠ
부활절이라고 받은 달걀모양의 초컬릿을 들고 찰칵!
오랜만에 아이의 귀를 볼 수 있게 되어 반갑습니다.
머리를 깎으니 좋은 일도 생깁니다.
유치원에서 아이와 같은 그룹(한 그룹은 10명에서 12명정도. 모두 4그룹이 있습니다.)에 꽤 예쁘게 생긴 여자아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여자아이는 다른 아이들처럼 여자아이들과 어울리지 않고 역시 같은 그룹의 작지만 꽤 귀엽게 생긴 남자아이와만 놉니다. (그래서 이 남자아이는 남자아이들 그룹에 잘 끼지 못하더군요.)
이쁜 여자에 무한히 약한 저희 아이는 속으로 이 여자아이를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여자아이가 "나는 머리가 긴 남자는 정말 싫어."라고 해서 친해질 기회가 없었답니다.
그렇지만 아이가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나니 이 여자아이가 함께 놀아주기 시작했답니다.
유치원 2층에서 쿠션으로 배를 만들어 놓고 저희아이와 둘이서 놀고 있는데, 여자아이의 단짝 남자친구가 올라와 그러더랍니다. "이 배는 우리 둘의 배야!"
그랬더니 여자아이가 "아니야! 이제 이 배는 우리 셋의 배야!"라고 했답니다.
저희 아이는 머리를 깎으니 세상이 자기를 보는 눈이 이렇게 달라졌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머리 기르겠다는 말은 들을 일이 없을 것 같군요.
머리를 깎으니 좋은 일도 생깁니다.
유치원에서 아이와 같은 그룹(한 그룹은 10명에서 12명정도. 모두 4그룹이 있습니다.)에 꽤 예쁘게 생긴 여자아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여자아이는 다른 아이들처럼 여자아이들과 어울리지 않고 역시 같은 그룹의 작지만 꽤 귀엽게 생긴 남자아이와만 놉니다. (그래서 이 남자아이는 남자아이들 그룹에 잘 끼지 못하더군요.)
이쁜 여자에 무한히 약한 저희 아이는 속으로 이 여자아이를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여자아이가 "나는 머리가 긴 남자는 정말 싫어."라고 해서 친해질 기회가 없었답니다.
그렇지만 아이가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나니 이 여자아이가 함께 놀아주기 시작했답니다.
유치원 2층에서 쿠션으로 배를 만들어 놓고 저희아이와 둘이서 놀고 있는데, 여자아이의 단짝 남자친구가 올라와 그러더랍니다. "이 배는 우리 둘의 배야!"
그랬더니 여자아이가 "아니야! 이제 이 배는 우리 셋의 배야!"라고 했답니다.
저희 아이는 머리를 깎으니 세상이 자기를 보는 눈이 이렇게 달라졌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머리 기르겠다는 말은 들을 일이 없을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