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9 시즌을 돌아보며

Fussball 2009. 6. 9. 01:09 posted by srv

지난 5월 23일을 마지막으로 그 어느 때보다 박진감 넘쳤던 2008/2009 시즌이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시즌처럼 마지막 라운드까지 우승 향방은 물론이고 강등팀 결정을 둘러싼 긴장감이 팽팽했던 시즌이 과연 또 언제 있었나 싶어지기도 합니다. 시즌 마지막 순간까지 우승의 행방이 가려지지 않았던 때야 여러 번 있었지만 이번 시즌처럼 그 어떤 팀도 독주하지 못하고 여러 팀이 엎치락뒤치락 마이스터를 향해 질주했던 것은 무척이나 고무적인 일입니다.

이번 시즌의 VfB 슈투트가르트의 모습을 한번 돌아보면서 다음 시즌을 준비해 볼까 합니다.


1. VfB 슈투트가르트의 시즌 리뷰

VfB의 이번 시즌은 다음의 그래프를 보면 한눈에 파악이 가능합니다.


x축은 시즌 라운드, y축은 리그 순위입니다.

아르민 페가 감독으로 있던 14라운드까지는 매우 부진했음을 볼 수 있는데 14라운드 경기에서 볼프스부르크에게 4:0으로 패배하면서 페가 경질되고 마르쿠스 바벨이 신임 총감독으로 부임합니다. 그리고 이후 순위가 선형적으로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으며 결국에는 3위로 시즌을 마무리합니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었던 전반기와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던 후반기로 극명하게 나눠졌던 시즌이라 하겠습니다.

전반기의 부진에는 여러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겠습니다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감독인 아르민 페였습니다.
그는 시즌 시작 전부터 원하는 영입을 할 수 없었다고 불평을 늘어놨고, 이는 선수들과 사이가 멀어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결국에는 리그내 경쟁팀과의 경기마다 패하면서 점점 침체되는 팀의 분위기를 바꿀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더이상 페가 선수들을 설득시킬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클럽 수뇌진은 시간을 오래 끌지않고 바로 감독 교체라는 수순을 밟아 더이상의 추락을 막았습니다.
다른 이유라면 미드필더진의 종합적 부진을 들고 싶습니다. 페가 줄기차게 선호하던 다이아몬드의 미드필드는 결국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는 플레이메이커 영입에 번번이 실패하면서 효율적인 공격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여기에 대표팀 참가 등으로 짧은 휴식만 허용되었던 수비형 미드필더 파벨 파르도의 피로 누적과 부상 등으로 수비 전환시 커다란 약점을 보여주어 이는 수비진 전체의 부진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새로 부임한 마르쿠스 바벨은 바로 이 두가지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슈투트가르트를 다시 리그 상위권으로 끌어 올리게 됩니다.
바벨은 부임 직후 선수들과의 면담을 통해 선수들에게 가깝게 다가감과 동시에 팀에 있어 선수들의 위치를 상기시키며 동기 부여를 성공적으로 해냅니다. 그리고 훈련 방식을 개선하면서 와해되었던 팀의 조직력을 다시 살아나게 하는데 성공합니다.
여기에 팀전술을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는 4-4-2 플랫으로 바꾸면서 팀전체의 수비력을 강화시키며 VfB의 특기였던 빠르고 조직적인 역습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게 만들었습니다.
팀이 연승을 거듭하자 선수들은 점점 더 하나로 뭉치게 되었고 후반기 중간에 주요 선수들이 부상이나 경고 누적 등으로 경기에 나오지 못하더라도 이를 충분히 만회하면서 결국에는 전반기에 절대 상상하지도 못했던 순위까지 올라가는데 성공한 것이죠.

이번 시즌 팀내 최고의 선수는 역시 마리오 고메즈입니다.
비록 지난 여름에 열렸던 유로 대회에서는 극도의 부진함을 보여주었지만 고메즈가 없는 VfB의 공격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을만큼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리그 선두팀인 볼프스부르크와의 홈경기에서 4골을 성공시키고 교체되면서 나갈 때 모든 팬들이 기립 박수를 보낸 장면은 당분간 잊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메즈의 활약에 좀 묻힌 감이 있습니다만 이번 시즌 VfB가 가장 골을 많이 넣는 미드필더진을 보유했다는 점과 백전 노장인 옌스 레만의 안정적인 활약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특히 레만의 경우 안정적인 골키퍼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꼽은 이번 시즌의 베스트 일레븐은 다음과 같습니다.

레만 - 트래쉬, 타스키, 델피에르, 마넝 - 힐베르트, 케디라, 히츨스페르거, 라니히 - 카카우, 고메즈


2. 08/09 시즌 영입 선수들의 평가 (괄호 안은 전 소속팀)

- Jens Lehmann (Arsenal), TW, 이적료 없음
말할 필요도 없이 이번 시즌 최고의 영입입니다. 지난 시즌 라파엘 쉐퍼의 불안한 플레이를 감내해야 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레만이 얼마나 안정적이고 좋은 플레이를 해주었는지 새삼 고마울 지경입니다.
물론 레만답게 거침없는 입담과 도발적인 행동들을 볼 수 있기도 했습니다만 젊은 수비진을 효과적으로 이끌어 내며 팀이 어려울 때 든든한 리더 역할까지 해냈으니 더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시즌 막판에는 체력의 고갈이 다소 눈에 띄긴 했습니다만 다음 시즌도 또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꾸벅)

- Christian Träsch (VfB Stuttgart II), RV
전반기에는 오소리오의 그림자에 거의 가려져 있었지만 후반기 들어 점점 출장 횟수가 잦아지더니 나중에는 오소리오의 공백을 느낄 수 없을만큼 멋진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테크닉적 열세를 만회하는 젊은 선수다운 기백을 보여주며 팀의 오른쪽 라인을 든든하게 지켜주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좋은 활약은 결국 독일 대표팀 발탁으로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들뜨지 않는 차분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다음 시즌에도 좋은 활약을 기대합니다.

- Martin Lanig (Greuther Fürth), MF, 이적료 500,000 유로
저렴한 이적료로 퓌어트에서 엎어온 올라운더 미드필더인 라니히는 가격대 성능비로 따졌을 때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테크닉이나 스피드는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닙니다만 준수한 골결정력과 좋은 시야을 가졌고 어느 포지션에 갖다 놔도 평균 이상의 활약을 보여줘 첫번째 1부 리그 시즌을 잘 견뎌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히츨스페르거/케디라의 공백을 무리없이 채워주는 모습을 보여줘 앞으로도 팀의 중앙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 Khalid Boulahrouz (Chelsea), IV,  이적료 5 mio 유로
지난 여름 팀을 떠난 페르난도 메이라를 대신하기 위해 이적한 네덜란드 출신의 불라루즈는 안타깝게도 만족스러운 시즌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오랜 기간동안 바이러스 감염으로 제대로 된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했던 것과 상대적으로 다른 포지션 경쟁자들이 좋은 활약을 펼치는 바람에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 또한 이러한 상황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만 감독의 적절한 설득으로 조용해졌습니다. 한동안 이적설이 나돌기도 했습니다만 현재로서는 다음 시즌에도 슈투트가르트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바이에른과의 마지막 경기에서는 명암이 교차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만 이전 경기들에서 타스키/델피에르의 공백을 잘 메꿔주는 활약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 Timo Gebhart (1860 München), MF, 이적료 3,200,000 유로
야심차게 겨울 휴식기에 영입한 젊은 공격형 미드필더입니다. 빠른 스피드와 훌륭한 테크닉을 가진 선수로 후반기에 줄기차게 주전으로 기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팀전술에 녹아들지 못했는지 무리한 개인 플레이를 자주 보여줘 앞으로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 Georg Niedermeier  (Bay. München II), IV, 임대료 100,000 유로
VfBII 출신의 젊은 중앙 수비수들이 백업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해내자 겨울 휴식기에 바이에른에서 임대한 선수입니다. 어린 나이에도 침착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플레이가 돋보였으며 현재 완전 이적을 추진중입니다. 앞으로 좋은 선수로 성장하길 기대합니다.

- Jan Simak (Carl Zeiss Jena), MF, 이적료 800,000 유로
영입 당시에는 나름대로의 기대를 했습니다만 딱 이적료만큼의 활약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스피드나 테크닉에서 이제는 예전의 모습을 거의 기대할 수 없겠습니다만 좋은 시야와 판단력만큼은 여전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공격이나 수비 모두에 한계가 있는 그를 계속 데리고 있어야 하는지는 사실 아직까지 판단이 잘 안됩니다. 하위권 팀으로의 이적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 09/10 시즌 예상

1)  이적 예상 선수
- 마리오 고메즈 (이미 갔으니 더이상의 언급을 피합니다.)
- 아르투어 보카 (계약을 연장한 상태입니다만 이적을 고려해볼 정도로 부진한 시즌이었습니다.)
- 일디라이 바스튀르크 (이적료도 필요없으니 제발 데려가 주신다면 감사. 그의 높은 연봉은 팀에게 재앙.)
- 다니엘 루보야 (잘 가라. 그런데 팀이나 찾을 수 있으려나..)
- 치프리안 마리카 (팬들의 인내심은 이미 한계를 지났습니다. 고메즈의 그늘에서 벗어나면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겠습니다만 다른 공격수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욕심이 점점 커지는군요.)

2) 영입의 루머가 돌고 있는 선수들 (tm.de를 참고했습니다.)
고메즈의 이적료로 VfB의 주머니가 두둑해지니 그 여느 시즌보다 공격수들의 이적설이 많이 등장하는군요.
현재 VfB는 젊고, 성장 가능성이 있으며, 신체적 조건이 고메즈와 유사한 공격수를 찾고 있습니다.

- Milan Jovanovic (28세, 스탕다르의 올라운드 공격수. 왼쪽 미드필더로도 활용이 가능하겠군요.)
- Marc Janko (25세, 잘츠부르크의 장신 공격수. 과연 그가 분데스리가에서도 골을 넣을 수 있을까요? 이미 큰 부상을 경험했다는 점도 좀 걸립니다. 마리카의 대신이라면 대환영.)
- Demba Ba (24세, 호펜하임의 공격수. 이적료만 적절하다면 대환영. 본인도 이적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만 그의 에이전트의 짓거리가 마음에 걸립니다.)
- Aliaksandr Hleb (28세, 바르셀로나의 공격형 미드필더. 그냥 와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바르샤에 잔류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현재도 협상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가능성은 여전히 오픈.)
- Lucas Baros (24세, 아르헨티나 출신의 공격수. 리스크가 있어 보입니다.)
- Tranquillo Barnetta (24세, 레버쿠젠의 미드필더. 오기만 한다면 대환영! 하지만 본인은 잉글랜드에 마음이 있는 듯.)
- Andrey Voronin (29세, 리버풀의 공격수. 많은 나이와 이적료가 걸림돌. 게다가 성격도...)
- Nelson Valdez (25세, 도르트문트의 공격수. 이런 영입설은 언론의 설레발일 가능성이...)
- Andre-Pierre Gignac (24세, 툴루즈의 공격수. 오면 좋긴 할텐데 과연 가능성이 있을런지.. 들리는 얘기로는 본인부터 이적 의사가 없어 보입니다.)
- Patrick Helmes (25세, 레버쿠젠의 공격수. 이적료가 너무 높습니다.)
- Niclas Bendtner (21세, 아스널의 공격수. 이 선수가 슈투트가르트로 올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 Vagner Love (25세, CSKA 모스크바의 브라질 출신 공격수. 거의 가능성은 없어 보이는데 갑자기 이적 의사가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 Aristide Bance (24세, 마인츠의 공격수. 지금은 2부 리그 출신 선수를 영입할 때가 아니죠.)

3) 시즌 예상
현재까지 이적시장에서 VfB의 모습은 매우 신중해 보입니다. 2년 전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과는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억측만이 분분한 언론과는 달리 실제로는 차분하면서도 조용히 여러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어쨌거나 어떤 선수들을 데려오느냐에 따라서, 즉 공격진에서 마리오 고메즈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다음 시즌의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 생각됩니다. 골키퍼를 포함한 수비진은 일단 이번 시즌처럼 끌고 나갈 것으로 보여지며 미드필드에는 한두명의 공격형 미드필더의 영입이 예상됩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좀 더 치밀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전술의 운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인 전술에는 큰 변화가 없으이라 생각됩니다만 한두명 정도의 유스팀 선수가 올라와주길 바랍니다.

다음 시즌은 첫단추인 챔피언스 리그 참가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감독 라이센스 관계로 일주일의 반을 쾰른에서 지내야 하는 마르쿠스 바벨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도 중요한 관건이라 보여집니다.
전체적으로 경쟁팀들의 수준이 올라가고 있기때문에 섣부른 예상은 어렵겠습니다만 팀의 목표는 리그 상위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 08/09 리그 결산

이번 시즌의 키워드는 '공격 공격 그리고 또 공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전반기 호펜하임이 보여줬던 빠른 공격은 후반기 볼프스부르크의 파괴력으로 이어졌고, 바이에른 또한 공격 축구를 표방하며 개혁의 깃발을 높게 들었습니다만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죠.
덕분에 그 어떤 시즌보다 골이 많이 터졌고 팬들은 재미있는 경기를 많이 볼 수 있기도 했습니다.

마이스터를 차지한 볼프스부르크는 후반기 마지막 여러 악재들을 잘 극복하면서 결국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만들어 냈는데 여기에는 펠릭스 마가트의 공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엄청난 규모의 재정적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긴 하겠지만 분데스리가의 듣보잡 팀인 볼프스부르크를 이렇게 멋진 팀으로 만들어낸 것에 대해서는 그저 경탄할 수 밖에 없군요.

바이에른 뮌헨은 당분간 개혁적인 행보를 보여주지 않을 것으로 보여지고, 베를린은 수비만으로는 우승을 할 수 없다는 역설적인 결과를 보여주었으며, 함부르크는 시즌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만 결국에는 아쉬움x3의 마무리를 할 수 밖에 없었고, 도르트문트의 위르겐 클롭은 그가 말빨만 센 감독이 아니라는 사실을 충분히 증명해주었으며, 샬케는 안풀리는 팀은 뭘해도 잘 안된다는 것을 시즌내내 몸소 증명해주었습니다.

그밖에 리그 하위팀들의 분전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예전같으면 승점 자판기의 역할밖에는 못했을 팀들이 적절한 전술적 다양함을 바탕으로 준수한 팀웍을 선보이며 번번이 상위팀들의 발목을 잡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리그의 전반적인 수준이 올라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번 시즌 리그의 베스트 일레븐은 다음과 같습니다.
드로브니 - 벡, 타스키, 메르테사커, 람 - 케디라, 히츨스페르거 - 미시모비치, 리베리 - 제코, 고메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