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에서 첫번째는 파티를 수식합니다. ^^;;
약 한 달 전 아이의 생일이 있었습니다. 이제 만 5살이 되었죠. 내년 9월이면 학교에도 갑니다. 세월 참.....
지금까지 아이의 생일은 저희 세 식구만의 날이었지만 유치원에서 친구들이 점점 늘어나고, 아이도 친구들의 생일파티에 초대되어 가는 일이 자주 생기게 되니, 친구들을 초대하는 생일 파티를 해줄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때가 된 것이죠. 그리고 막상 닥치고 보니 이것도 부모에게 있어 결코 만만찮은 숙제이더군요. 어른들 파티라면 스물몇명의 손님이 와도 별다른 고민이나 무리없이 해낼 수 있겠습니다만 아이들의 파티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였습니다.
독일에서 아이들의 생일 파티는 사실 대단하지는 않습니다. 한국처럼 돈을 처바르는 파티는 거의 보기 힘들고, 보통의 경우에는 친한 친구들은 4-5명정도 초대해 함께 케익을 먹고 부모가 주도해 함께 놀아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됩니다. 식사 초대는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 대략 오후 3, 4시경 시작해 5, 6시경에 끝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함께 놀아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이들이 좀 더 크면(3학년 이상) 함께 수영장이나 박물관에 데려간다거나 아니면 실내 축구장나 스케이트장에 데리고 가는 등 집이 아닌 곳에서 파티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럿 있습니다만 아직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는 절대 무리죠. 그래서 결국 장소는 집으로 결정. 어떻게 놀아줄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는 아이 생일 한달 전부터 이 새로운 미션을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친구 생일 파티에 갔다가 경험한, 소위 '테마형 파티'였습니다. 아이가 친구 생일 파티에 갔다가 당시 아이들이 푹 빠져있던 '해적'을 테마로 놀고 와서는 자기도 비슷한 것을 하고 싶다고 오래 전부터 졸라왔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해적 분장을 하고 파티에 가야 했고 테마에 맞는 놀이들을 함께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어떤 테마의 파티를 원하냐고 물어봤더니....
'로마 병사' 파티를 해달랍니다...
아... 좀 막막해졌습니다. 해적이나 기사 등의 테마는 아이들이 좋아해서 장난감 가게를 가도 다양한 재료들을 구할 수 있지만 고대 로마에 관련된 것은 본 적이 없었거든요.
아이가 로마 병사를 원한 이유는 '플레이모빌' 카달로그의 로마 주제 상품들을 보면서 스스로 지름신을 자극했고 상상력을 키워갔고, 또 매일 무수히 다양하면서도 엉뚱한 로마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는 아이에게 비록 역사적 진실과는 다르지만 어디 구경이라도 해봐라 하며 잠깐 보여준 '벤허'의 해상전 장면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어집니다. 그동안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아이와 함께 훓어본 로마 관련 서적들의 영향도 잊으면 안되겠죠. 그러니까 시작은 플레이모빌이었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아이는 고대 로마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저녁때마다 아내와 마주 앉아 브레인스토밍을 거듭하며 고민을 하다가, 돌려줄 책이 있어 들른 시립도서관에서 아이들 파티와 관련된 서적을 우연히 발견해 생각치 못했던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여러 테마형 파티를 계획에서 진행하는 법에 대해 설명한 책은 도움이 많이 되더군요. 심지어 아이들 의상을 비롯해 테이블 장식까지 만들 수 있는 '종이본'이 실린 책은 정말 유용했습니다. 비록 로마를 테마로 한 것은 없었습니다만 - 책자에 소개된 테마는 해적, 기사, 마법사, 인디언 등이 있었습니다. - 몇가지 응용을 하면 '로마 파티'도 충분히 가능해 보였습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독일인들의 문서화에 대한 집착은 정말 놀라울 정도입니다.
그리고는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우선은 누구를 초대할 것인가와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인가 정하는 것이 일이었습니다.
아이에게 어떤 친구들을 초대할 것이냐 물어봤더니 아무개, 아무개... 끝이 없더군요. ㅠ.ㅠ
고민을 하다가 적정 인원이 4명이라는 주위의 충고를 무시하고 6명의 게스트를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이왕 충고를 무시하는 김에 아이들을 데리고 식사를 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것도 무시하고 우리끼리 마음대로 점심 식사에 초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정말 몰랐습니다. 왜 주위의 충고가 옳았는지를..
아내와 짠 시간 계획은 대략 이랬습니다.
13:00 아이들 도착
13:30 점심식사 시작 (메뉴: 가정식 햄버거와 감자 튀김. 패티를 제외한 내용물은 아이들 각자 결정.)
14:00 프로그램 시작 - (1) 방패 그리기/장식하기
14:30 (2) (날씨가 좋으면) 정원에 나가 로마식 전투 놀이 / (날씨가 나쁘면) 거실에서 병정놀이
15:00 생일 촛불 불기 + 간식
16:00 자유롭게 놀기
16:30 부모들의 픽업 시작
원래는 정원에서 파티를 진행하려 했지만 - 제 계획은 점심부터 바베큐로 준비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 부모까지 초대해 한국식으로 고기를 구워 먹자던, 거창한 것이었죠. - 날씨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안전하게 실내에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집이 큰 편은 아니지만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
그리고는 늦지 않게 초대장을 만들어 보내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이왕이면 고대 로마라는 테마에 어울리는 초대장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A4지를 반으로 잘라서 커피에 좀 담가놓았다가 잘 말려 좀 오래된 종이의 느낌이 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고대 로마의 주화를 배경으로 희미하게 인쇄한 후, 라틴어 단어를 조금씩 섞어 가며 일일이 손으로 초대장을 썼습니다. 숫자와 아이들의 이름도 로마식으로 조금씩 바꾸었고, 분장은 준비할테니 로미인답게 샌들을 신고 와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마지막에는 한국에서 받은 아이의 도장도 쾅쾅 찍어줬죠. 그리고는 종이를 말아서 끝에 빨간 촛농을 떨어뜨리고 완전히 굳기 전에 외국 동전을 이용해 일종의 봉인을 찍었습니다. 원래는 봉인용 초를 써야 하지만 급하게 구하려니 보이지 않아서 그냥 일반초를 사용했습니다. 그래도 만들어 놓고 보니 그럴 듯 하더군요.
독일사람중에 아스테릭스 시리즈를 안읽은 사람은 없었을테니 아마 부모들도 이 초대장을 보고는 킬킬거리며 웃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동양에서 온 사람들이 이런 초대장을 만들었으니 더 특이했겠죠.
6명의 아이들을 초대했는데 그중 한명은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갔고 - 아이에게 물어보니 '어? 이사 갔어?' 어이구야... ㅠ.ㅠ -, 또 하나는 집안 공사때문에 아이 생일때 휴가를 가서 참석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조촐하면서 정상적인(?) 규모의 4명의 손님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본격적인 로마 병사 분장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파티 정보 서적에 나온 기사 투구 만들기를 응용해 두꺼운 색지로 로마 병사 투구를 만들고, 역시 두꺼운 종이와 색지를 이용해 로마군의 칼이었던 글라디우스(스페인식 양날검)와 사각 방패를 만들었습니다. 방패의 앞부분은 파티 당일 아이들이 스스로 그림을 그려 장식하게 하려고 비워놨습니다. 제가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재료들을 준비해 놓으니 아내가 친구들을 동원해 뚝딱뚝딱 만들어 버렸습니다.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데에는 별 재주가 없는 아내의 표현에 의하면 '아이에 대한 사랑을 불태워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
또 초대한 아이들을 위한 선물을 마련했습니다. 독일에서 생일 파티에 가면 사탕이나 초컬릿 같은 군것질거리와 작은 장난감이 들어 있는 선물 꾸러미를 받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래서 저희도 푸짐하게(?) 준비를 했습니다. 이럴 때 지기 싫어하는 한국 부모의 속성 같은 것이 나오더군요. ^^;; 비록 파티에 오는 아이는 4명이지만 뜻하지 않은 휴가때문에 못오게 된 아이의 것을 생각해 5개를 준비했습니다.
아이의 생일은 월요일이었습니다.
올해에도 유치원에는 머핀을 구워가기로 마음 먹었기에 그 전날인 일요일 저녁은 꼬박 머핀 준비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약 70개정도의 머핀을 구웠는데 나중에는 머핀 냄새가 싫어지더군요. 그리고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나눠줄 선물로는 한국에서 공수한 예쁜 연필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생일이 되었습니다.
머핀을 준비하느라 미처 생일 케익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만;; 아이디어를 내어 머핀탑을 쌓아 케익을 대신하기로 했습니다. 우선은 아침 먹으면서 가족끼리만 생일초를 껐습니다.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저희 부부는 본격적인 파티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시장에 갔다오고, 청소하고, 수십개의 풍선을 불어 거실 천정에 달고, 테이블 셋팅을 하고... 이렇게 정신없이 준비를 하다보니 오전 시간이 금방 지나가더군요. 파티는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지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이날따라 날씨도 좋아 밖에서 할 것인가를 잠깐 고민했지만 원계획대로 노는 것만 밖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유치원에서 아이를 데리고 온 다음 손님들을 기다렸습니다.
아이들이 오면 한명씩 준비해놓은 로마 병사 투구를 씌워주려고 준비를 해놓았었죠.
약속시간인 오후 1시가 되었지만 아무도 오지 않습니다. 약 5분 정도가 지나니 바로 옆집에 사는 아이들이 왔습니다. 그리고 10분정도가 지나자 아이와 제일 친한 친구가 여동생과 함께 오더군요. 미처 예상하지는 않았지만 부랴부랴 여동생과 그 엄마의 자리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한 아이가 오질 않더군요. 그래서 전화를 했더니 사정이 있어서 좀 늦는답니다. 기다리기에는 아이들이 배가 고플 것 같아 일단 식사를 먼저 시작했습니다.
햄버거에 함께 넣어 먹으라고 다양한 야채를 한껏 준비했건만, 야채를 넣어 먹겠다는 아이는 우리 아이뿐.. 어떤 녀석은 미리 넣어둔 치즈를 빼달라고 해서 급히 바꿔주었습니다. 평화롭고 한가한 식사가 될 것이라 예상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애당초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정신이 없더군요. 여기에 아이들의 먹는 속도가 제각각이라 어떤 녀석은 반도 못먹었는데 벌써 다 먹고 자리를 뜬 아이도 있었고, 한 두어입 먹다가 그만두는 아이도 있었고.. 결국 마지막까지 다 먹은 아이는 우리 아이뿐... 저와 아내도 어떻게 먹었는지 기억도 안날 정도로 후다닥 먹어 치우고는 아이들 뒤치닥거리를 하느라 혼이 빠질 지경이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준비했던 시간 계획이 완전히 꼬여 버리더군요. 적어도 30분은 점심을 먹는데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10분도 안되어 식사가 끝나 버렸습니다. 부랴부랴 식탁을 치우고 재빨리 다음 순서로 넘어갔습니다. 아이들 각자의 방패에 그림을 그리게 하는 것이었는데 미리 준비한 색지와 크레파스 등을 펼쳐놓고 그새 아이방으로 몰려간 아이들을 식탁으로 모이게 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는 동안 조금씩 도와주면서 한숨 돌릴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아이가 "아빠, 좀 도와줘요."라고 부탁해 대강 슥슥 그려줬더니 다른 아이들도 너도나도 도와달라고 부탁하기 시작. 대강대강 그려주고 나머지는 너희가 채워 넣으라고 하니 다 되었다고 그림을 그린 색지를 방패에 붙여 달랍니다. 빨리 방패를 완성시켜 밖에 나가 칼싸움을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마구 재촉을 하는 바람에 다시 한번 아내와 진땀을 흘리며 방패를 완성시켜주었습니다. 색지가 그냥 풀로는 붙지를 않아서 급히 스카치테입을 이용해 붙여야 했죠. ㅠ.ㅠ 원계획보다는 스타일이 좀 떨어지긴 했습니다만 워낙 다급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30분은 필요하리라 생각했던 '공작'프로그램은 10분만에 끝. 그와중에 늦게 온다던 아이도 도착해 혼란함은 더욱 커졌습니다.
정신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남은 시간들이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날씨는 또 왜 이렇게 더워서 땀이 삐질삐질 나는지...
어쨌든 아이들을 끌고 정원으로 나갔습니다.
아무런 말을 안해도 알아서 놀기 시작하는 아이들. 혹시나 다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시키면서 놔두었습니다. 아, 물론 처음에는 분위기를 잡기 위해 저도 잠깐 끼어 놀아줘야 했습니다만.
더 그리라고 했더니 완성이라며 들고 나간 방패
옆집에 사는 최고의 개구장이.
아이의 베프.
당나라 군대지만 다 모였습니다.
밖에 나와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놀기 시작하니 조금은 편해졌습니다. 그러나 5분도 안되서 칼들이 고장이 나는 사고가 발생. 두꺼운 종이로 만들었더니 과격한 아이들의 칼질에 손잡이 위로 칼날이 힘없이 꺾여, 칼이 더이상 칼이 아니게 되었죠. 부랴부랴 테이프를 감는 보강 공사를 해주었습니다만 조금 지나자 원상복귀되더군요.. 이렇게 놀다보면 그래도 30분은 버티겠지 싶었지만 20분이 좀 지나자 지루해 하는 아이가 생겼습니다. 절 보고 "언제까지 여기서 놀아요? 다음에는 뭐하나요?"라고 물어봐 저와 아내를 난감하게 만들더군요. 끓어 오르는 이유없는 분노(?)를 누르며 침착하고 웃음을 잃지 않은 얼굴로 "어... 좀 더 놀다가 들어가서 간식을 먹도록 하자.."고 대답해주었습니다.
아.. 아이의 생일 파티는 어른의 인내심과 성품을 테스트하는 이벤트였던 것입니다. ㅠ.ㅠ
그래도 아이들을 최대한 밖에서 놀게 하다가 다시 안으로 데리고 들어 왔습니다.
제가 밖에서 아이들을 보는 동안 아내는 재빨리 안을 정리하고 간식 준비를 해놨습니다.
생일 케익대신 마련한 머핀탑도 이때 완성을 했습니다.
레몬 머핀위에 휘핑크림을 얹고 정원에서 딴 Johannisbeer(영어로는 ribes 혹은 red currant라고 하는군요.)로 장식을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것도 간단하고 먹기도 간편해 케익 대용으로도 좋았습니다.
아이들은 머핀과 간식(멜론과 Haribo 그리고 아이스크림) 역시 후다닥 해치우더군요. 원래 세워놨던 시간 계획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린지 한참 되었으니 이제는 걱정이 되지도 않습니다. 포기하니 마음이 편하더군요. 하하하...
아이들은 우루루 아이방으로 몰려가 장난감을 가지고 자기들끼리 놀기 시작하고 어떤 아이들은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거실로 들고 나와 놀더군요. 저와 아내는 약간 멍한 상태로 아이들은 손도 대지 않은 멜론을 먹으며 노는 모습을 지켜 봤습니다.
좁아도 상관없어요.
그리고 그렇게 나머지 시간동안 아이들이 원하는대로 놀게 놔두었습니다. 그래도 한참 놀더군요.
날씨가 좋아 밖에 나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많아지자 다시 정원으로 나왔습니다.
이때는 저와 아내도 기운을 좀 찾아 함께 공도 차고, 바닥에 분필로 그림도 그리며 잘 놀아줄 수 있었습니다. 저희 아이가 좀 피곤했는지 약간 짜증을 부리기도 했습니다만 그리 심각한 일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되니 아이를 데리러 부모들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옆집에 사는 아이들이야 좀 더 길게 있기도 했지만 먼저 가야 하는 아이들도 있었죠. 나중에는 가장 늦게 왔던 아이만 남아 함께 있었습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늦게 왔고 또 늦게까지 머물러야 했던 이유는 그 아이의 집 지하실/지하주차장이 며칠 전 내렸던 호우로 완전히 물에 잠겨 큰 피해를 입어 그것을 정리하느라 부모가 바빴기 때문입니다. 비가 얼마나 왔느냐구요? 약간 저지대에 있는 동네 주차장이 완전히 물에 잠길 정도였습니다. 짧은 시간에 엄청나게 쏟아져서 저희 집 지하실에도 발목까지 물이 찼더랬습니다. 그때의 사진을 보시면 어느 정도였는지 쉽게 이해가 가실 것 같습니다. 원래는 따로 포스팅하려던 사진이지만 귀찮아서 여기에 올립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집은 가장 마지막 사진을 찍은 곳 근처였는데 이 주차장에 있던 물이 고스란히 지하 주차장을 가득 채웠다고 합니다. 물만 빼내는데도 한참 걸렸다고 하더군요. 가지고 있던 자동차 두 대와 스쿠터를 비롯해 지하실에 보관해놨던 물건들도 몽땅 다 못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쨌든 6시경에 아이의 아빠가 왔습니다. 그리고 비때문에 입은 피해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죠. 상심도 클 법한데 '이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면 안되지 않겠냐'는 말을 하더군요. 덩치만큼이나 마음도 넉넉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아이의 생일 파티를 무사히 끝마쳤습니다.
어느덧 저녁을 먹을 때가 되었지만 새로 음식을 준비할 힘이 없어 점심을 위해 준비했다가 남은 음식들로 대신했습니다. 다 끝나고 나니 피곤이 몰려와 가만히 앉아 있을 수도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래도 아무런 문제나 사고 없이 즐겁게 아이의 생일을 보냈다는 안도감에 마음만은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물론 집안은 엉망.. 특히 아이방과 거실 그리고 부엌은 완전히 난장판이었습니다만 아내도 저도 정리를 할 마음도 힘도 나질 않았습니다.
아내와 그날을 정리하면서 몇가지 결심을 했습니다. 하나는 아이 생일 파티때 식사 초대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다음 번에는 많은 아이들을 초대하려는 만용은 부리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아이의 다음 생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것입니다. 내년은 또 어떻게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 해결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