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 VfB의 이적 시장 결산

Fussball 2009. 9. 4. 00:06 posted by srv


0. 벌써 분데스리가의 새 시즌이 시작한지 한달이 넘었습니다만 그동안 많은 팬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던 이적 시장은 지난 8월 31일이 되어서야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오프 시즌동안의 이적 시장은 VfB팬들에게는 아마 잊지 힘든 기억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만큼 가슴 졸이는 시간도 많았고 또 그만큼 지치기도 했으니까요.


1. 현재의 (재정적) 상황
지난달 VfB는 챔피언스 리그 조예선에 진출하기 위해 루마니아의 FC 티미소아라와 플레이오프 경기를 가져야 했습니다. 다행히 원정 경기에서 이기고 홈경기에서는 비기면서 지난 6년동안 3번째로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그렇잖아도 고메즈의 이적으로 넉넉해진 돈주머니가 더욱 풍성해질 전망입니다. 따라서 리그 성적과 챔피언스 리그에서의 활약에 따라 다음번 이적 시장이 열리는 내년 1월에 VfB가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집니다.


2. 이적된 선수들
보통은 영입된 선수들부터 소개를 하겠지만 이번 이적 시장을 무엇보다도 후끈하게 달궈놓았던 것이 바로 마리오 고메즈의 바이에른 뮌헨으로의 이적이니만큼 순서를 조금 바꿔 봤습니다.

- 마리오 고메즈 Mario Gomez (공격수) -> FC 바이에른 뮌헨
무려 30mio 유로 + 알파(바이에른의 성적에 따른 추가 이적금이 옵션으로 걸려 있습니다. 만약 모든 조건이 맞는다면 약 5mio 유로정도의 이적료가 추가 지급됩니다.)의 클럽 사상 아니 분데스리가 사상 최대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VfB의 간판 공격수인 마리오 고메즈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습니다. 그것도 지난 시즌의 마지막 경기 - 공교롭게도 바이에른과의 경기였죠. - 가 끝나자마자 이적 소식이 발표되어 팬들의 놀라움과 실망이 매우 컸더랬습니다. 고메즈 자신은 그동안 바이에른이 자신을 영입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했음을 밝히며 팬들이 기대했던 외국 명문 클럽으로의 이적이 아닌 바이에른의 이적을 결심하죠. 이미 2007/08 시즌이 끝나고 바이에른이 고메즈를 영입하고자 했으나 VfB의 단장인 호어스트 헬트가 고메즈를 설득하여 계약서를 갱신해 이적료 옵션 조항을 추가시켜 그를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즉, 나중에서야 밝혀진 것이지만 고메즈의 이적은 이미 예상되었던 일이라는 것입니다.
어쨌거나 마이스터 시즌을 포함해 지난 시즌동안 VfB의 공격을 책임졌던 고메즈의 이적으로 전력상의 큰 손실이 오게 되었고 이번 이적 시장에서 어떤 선수로 고메즈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느냐가 가장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 죠지 만젝 Georges Mandjeck (수비형 미드필더) -> FC 카이저스라우턴 (임대)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을 수 있는 좋은 유망주이나 현재 상황으로는 1부팀의 경기에 나설 가능성이 거의 없어 이미 한번 임대 경험이 있는 FCK로 다시 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경기 경험을 쌓으라는 것이긴 한데 같은 포지션인 쿠즈마노비치의 영입으로 앞으로 만젝은 VfB에서 더이상 희망이 없어 보입니다.

- 다니엘 루보야 Daniel Ljuboja (공격수) -> 계약 만료
이제서야 가는군요... ㅠ.ㅠ 그래도 팀을 찾은 모양인데 어디인지 관심도 없습니다.

이밖에도 이번 이적 시장동안 이적이 예상되었던 선수들은 더 있습니다. 독일에서 소위 Ladenhüter라고 부르는, 팀에서 효용가치가 많이 떨어진 선수들이죠. 아래의 두 선수는 지난 한달여 동안 이적이 예상되었습니다만 협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이들을 영입하려는 팀을 찾지 못해 여전히 슈투트가르트에 남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VfB의 스쿼드는 예년에 보기 힘든 거대한 규모가 되고 말았습니다.

. 일디라이 바스튀르크 Yildiray Bastürk (미드필더):
팀내에서 고연봉 수령자중 하나임에도 너무도 잦은 부상과 또 그에 못지 않은 부진함으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일디라이 바스튀르크. 베식타스 이스탐불과의 꽤 진지한 협상이 마지막까지 진행되었습니다만 결국 이적이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이후 감독인 마르쿠스 바벨은 '바스튀르크는 여전히 우리 팀의 일원이다.'며 그의 체면을 살려주고 있습니다만 현재 그의 구상에서 바스튀르크의 이름은 빠져 있는 것인 사실입니다.

. 얀 시막 Jan Simak (공격형 미드필더):
영입때에도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또 그정도 수준의 활약만을 보여준 시막 역시 이적 리스트에 올라 있습니다. 그의 전성기를 보냈던 하노버96에서 영입 시도를 하기도 했지만 실제 영입의 의도가 있었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불성실한 모습을 보여주며 협상이 결렬되었습니다. 스피드가 많이 떨어지고 무엇보다 수비로의 전환이 늦어 선발로 내세우는 것은 무리이고 교체 선수로 가끔씩 활약하고 있습니다만 조커 역할을 해줄 선수로는 엘손이라는 성실한 선수가 있어 현재로선 시막의 효용 가치는 그다지 많지 않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 수준과 여전히 나쁘지 않은 테크닉과 슛팅 능력을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팬들도 있습니다.

VfB 팬들이 목청 높여 이적시켜야 한다 주장하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클럽 역사상 최고의 이적료를 지불하고 데려왔지만 지지부진한 모습만을 보여주는 루마니아 출신의 공격수 치프리안 마리카 Ciprian Marica나 왼쪽 수비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아르투어 보카 Arthur Boka 등이 그들입니다. 그러나 마리카는 이번 시즌 뭔가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나선 상태이고, 보카는 지난 시즌 재계약한 상태라 일단은 이번 시즌의 활약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것으로 보여집니다.

3. 새로 영입된 선수들
마리오 고메즈의 이적이 이루어지자 마자 호어스트 헬트는 지금까지는 어디까지나 접촉 단계였던 수준의 새 선수 물색에서 적극적인 영입으로 전환합니다. 포지션은 당연히 공격수. 그리고 조만간 있을 챔피언스 리그 플레이오프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즉각 전력감의 선수여야 했습니다. 헬트에 의하면 바벨은 소위 '타겟 플레이어' 타입의 선수를 요구했다고 하는군요. 주머니는 두둑하니 고메즈 급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선수를 영입할 수 있을 것이라 보여졌죠. 아니나 다를까 바로 레버쿠젠의 공격수 파트릭 헬메스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합니다. 이제 겨우 한 시즌을 레버쿠젠에서 보낸 선수인데도 말이죠. 그러나 휴가중 친구들과 어울려 공을 차다가 십자 인대 파열이라는 심각한 부상을 입어 영입 시도가 중단됩니다. 그 뒤를 이은 이름은 호펜하임의 뎀바 바. 그와 관련된 소동은 더이상 언급하지 않기로 하겠습니다. 어쨌든 이번 여름 헬트는 약 스무명 정도의 선수들과 접촉을 했고 그중 일부 선수 혹은 소속팀와는 합의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름의 가장 큰 하일라이트는 네덜란드 출신의 공격수 얀 클라스 훈텔라의 영입 시도였죠. 이에 대해서는 헬트와의 인터뷰에도 역시 등장합니다. 어쨌거나 이런 소동들 덕분에 슈투트가르트의 팬들은 이번 여름동안 정말 극단적인 감정의 오르내림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여름동안 팬포럼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키보드 배틀과 비난, 실망 그리고 희망의 포스팅들은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입니다.

완전히 만족스럽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새 시즌을 대비해 새로 VfB의 유니폼을 입게 된 선수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알레산드로 리들레 Alessandro Riedle (공격수, 그라스호퍼 취리히)

17세. 독일 U18 대표. 1990년 월드컵 우승 멤버인 칼-하인츠 리들레의 아들.
일단은 프로팀의 명단에 올라와 있습니다만 당분간은 아마팀과 함께 훈련하고 경기에 나설 것으로 보여집니다. 신체적인 조건이나 테크닉적인 수준은 꽤 우수합니다만 아직 많이 어린 선수라서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하겠습니다.

- 스테파노 첼로찌 Stefano Celozzi (외곽 수비수, 칼스루에 SC)

20세. 독일 U21 대표. BL 27경기. 바이에른 뮌헨 유스 출신
오른발잡이입니다만 오른쪽, 왼쪽 윙백을 모두 맡을 수 있고, 무엇보다 젊고 장래성이 보이는 선수이기에 앞으로 리카르도 오소리오, 루도빅 마낭을 대신할 것으로 예상되는 선수입니다. 파이팅이 좋고 비교적 안정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아직은 경험이 부족해 보입니다.

- 마티아스 슈바르츠 Matthias Schwarz (미드필드 올라운더, FC 잉골슈타트)

21세. 2부리그 26경기. 바이에른 뮌헨 유스 출신.
이 선수의 영입은 상당히 의외였고 팬들 사이에서도 지금까지 이적의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시즌 개막 전 여러 차례 친선 경기에 출전했으나 이렇다 할 인상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현재는 아마팀에서 활약중인데 과연 프로팀으로 다시 올라올 수 있을지가 의문입니다.

- 알리악산드르 흘렙 Aliaksandr Hleb (미드필더, FC 바르셀로나, 임대)

28세. 벨라루시 대표.
그의 귀환은 이번 이적 시장동안 팬들에게 있어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비록 한 시즌만의 임대이긴 하지만 팀성적에 따라 완전 이적도 조심스럽게 예상되고 있습니다. 티미소아라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득점 장면은 과연 흘랩!이라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멋진 것이었습니다. 아직까지 컨디션이 100%의 상태가 아닌데다 자잘한 부상까지 겹쳐 풀타임으로 나올 수 없습니다만 조만간 보여줄 그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파벨 포그레브냑 Pawel Pogrebnyak (공격수, 제니트 상트 페테르스부르크)

26세. 러시아 대표.
마리오 고메즈를 대신할 공격수로 데려온 선수입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그의 이름을 예상하지 못했더랬습니다. 다분히 의외의 이름이었고 또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적료의 액수도 의외의 사실이었습니다. 공을 다루는 테크닉과 슛팅력이 뛰어나며 몸싸움에도 능합니다. 공을 받기 위해 미드필드로 내려오거나 사이드로 빠지기도 하는 등 다양한 전술적 활용이 가능한 선수입니다. 다만 골결정력은 좀 더 두고 봐야만 할 것 같습니다.

- 즈드라프코 쿠즈마노비치 Zdravko Kuzmanovic (수비형 미드필더, AC 피오렌티나)

21세. 세르비아 대표.
히츨스페르거, 케디라와 함께 중앙에 서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는 마르틴 라니히가 십자 인대 파열로 전반기 시즌동안의 출전이 불가능해지자 급히 영입한 선수입니다. 이미 세리에 A에서 70경기를 치러냈을 정도로 나이에 비해 경험이 풍부한 선수입니다. 아직까지 경기 모습을 본 적이 없기에 뭐라 판단을 내릴 수는 없으나 그의 영입은 포스트 히츨스페르거/케디라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전망을 할 수 있겠습니다.

이밖에도 아마츄어 팀에서 올라온 선수들이 있습니다.

- 세바스티안 루디 Sebastian Rudy (미드필드 올라운더 ZM)

19세. 독일 U21 대표.
13살때부터 VfB의 유스팀에 들어와 지금까지 VfB의 모든 유스팀을 거쳐 프로까지 올라온 선수입니다.
축구선수로서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는 동료 선수들의 호평을 받는 유망주입니다. 뛰어난 테크닉과 빠른 스피드를 겸비한 선수이며, 원래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입니다만 공격적인 8번 포지션도 맡을 수 있고 중앙에 설 수도 있습니다. 이미 지난 시즌 바벨이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가장 먼저 프로팀으로 끌어올렸던 선수이나 부상으로 오랫동안 빠지면서 이번 시즌부터 제대로 프로팀에서 활약하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주목할 가치가 있는 선수입니다.

- 파트릭 풍크 Patrick Funk (수비형 미드필더 DM)

19세. 독일 U21 대표.
루디와 비슷하게 12살때부터 VfB의 유스팀에서 성장한 선수입니다. 일단은 프로팀 스쿼드에 이름을 올려놨습니다만 이번 시즌동안에는 주로 아마팀에서 활약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다니엘 디다비 Daniel Didavi (공격형 미드필더 LM)

19세. 전 독일 U18 대표.
역시 13살때부터 VfB 유스팀을 모두 경험한 선수입니다. 빠른 스피드와 테크닉이 일품인 선수이죠. 다만 아직 은 경험이 부족한 것이 흠입니다. 풍크와 마찬가지로 주로 아마팀에서 활약하게 될 전망입니다.


4. 이번 시즌의 베스트 일레븐

정규 리그, 챔피언스 리그 그리고 DFB 포칼의 세 개의 일정을 소화해내야 하는만큼 코칭 스태프가 구상하고 있는 스쿼드의 폭은 에년보다 훨씬 커진 느낌입니다. 벌써 4경기가 치러진 이번 시즌의 분데스리가 경기에서 매경기마다 다른 모습의 선발진을 내보내며 선수들의 로테이션을 시도하고 있는 바벨 감독은 그 누구보다도 머릿 속이 복잡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아직 새로 영입된 선수들과의 팀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의 로테이션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의심이 제기되고 있고, 무엇보다 현재 팀이 보여주고 있는 빈약한 골결정력과 허약한 경기력은 시즌 초반의 VfB에게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 팀이 어떻게 성장하게 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하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현재 VfB의 베스트 일레븐은 다음과 같습니다.

레만 - 트래쉬, 타스키, 델피에르, 마낭 - 힐베르트, 케디라, 히츨스페르거, 흘랩 - 카카우, 포그레브냑

B팀의 일레븐은 다음과 같습니다. 베스트 일레븐과 포지션이 일대일로 대응됩니다.

울라이히 - 첼로찌, 불라루즈, 니더마이어, 보카 - 겝하르트, 쿠즈마노비치, 라니히, 루디 - 마리카, 쉬버

엘손과 시막은 조커로 투입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만 경우에 따라서 엘손은 선발 출장도 가능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오소리오는 컨디션에 따라 경기에 나올 수 있을 것 같고, 다음 이적 시장이 열리는 겨울에 고향인 멕시코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바스튀르크는 이번 시즌 출전할 기회가 몇번이나 있을지 모르겠군요.

이번 주말의 A매치 데이에 VfB 슈투트가르트는 독일 대표팀과 U21팀에 각각 4명과 5명의 선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미 A매치 경험이 있는 힐베르트와 트래쉬까지 포함하면 규모가 더 커지는군요. Bild에서 'VfB Deutschland'라고 부를 이유가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공교롭게도 현재 독일 대표팀과 U21팀의 감독이 모두 VfB 출신이군요. :-) 어쨌든 이번 시즌에도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함께 지켜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