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아이 잡담

Leben in Deutschland 2010. 5. 5. 21:51 posted by srv

1. 맨날 아기같던 저희 아이가 이젠 정말 많이 컸습니다.
이제 올해 9월이면 학교에 입학하게 되니 정말 컸다는 느낌이 납니다.
어제 학교에 입학 신청을 했고, 아이는 유치원에서도 예비 학생으로 여러가지 행사를 치루고 있습니다.

아직 글도 못읽고, 자기 이름이나 간신히 쓸 줄 아는데 과연 학교 생활을 잘 해낼까 하는 의심을 하루에도 몇번이나 하게 됩니다만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잠재된 능력을 믿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건강하고 밝은 아이로 자라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큰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2. 아이가 가진 잠재력은 때가 되면 밖으로 나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일이 있습니다.
운동 신경이 좀 느리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겁이 많아 그동안 아이는 두발 자전거를 타지 못했습니다. 자기보다 어린 유치원 친구들은 벌써 자전거를 타고 유치원에 오가는데 아이는 자전거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걱정도 좀 하고 어떻게든 가르쳐 보려고 하기도 했습니다만 아이가 원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시키는 것 같아 그동안 그냥 놔두었습니다. 언젠가는 되겠지 하는 마음만 가지고 말이죠.

지난 부활절 방학때 갑자기 날이 좋아져 아이는 정원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스스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지만 제 눈앞에서 아무런 문제없이 자전거를 타고 있는 아이를 보니 신기하기만 하더군요.
그래서 저희 부부는 부랴부랴 아이 몸에 맞는 자전거를 새로 샀습니다. 가지고 있는 자전거는 아이에게 너무 작았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이후 아이는 유치원에 갈 때부터 시작해 자전거 타기를 즐기고 있습니다.


자전거는 당연히 Puky로 샀습니다. 20인치짜리를 살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아이를 앉혀보니 무리라는 결론을 내려 18인치로 결정.

그리고 그동안 꿈으로만 존재했던 일을 실제에 옮겨봤습니다.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나간 것이죠.


생각보다 아이는 잘 따라왔습니다. 포장이 안된 길을 가는데에도 어려워하지 않았고 오르막이나 내리막이나 크게 힘들어하지 않더군요. 변속 장치가 없는 자전거라서 오르막길에서는 결국 밀고 가는 일이 많았습니다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와 둘이서 자전거를 타고 어딘가를 갈 수 있다는 것 그 자체였습니다.
뉘역뉘역 서쪽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아이와 동네의 시골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그 순간이 너무도 소중하게 느껴졌으니까요. 약간 비틀거리기도 하지만 곧잘 자전거를 타는 아이를 뒤에서 따라가면서 아이가 지금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조바심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음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3. 독일은 잠깐 봄이 오는 듯 싶더니 다시 겨울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옷장에 넣어두었던 코트를 다시 꺼내 입게 되네요. 일주일 전만 해도 날씨가 정말 좋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어느 일요일 아침에는 베란다에 앉아 아침을 먹기도 했습니다. 뒤로 보이는 체리 나무에는 꽃이 만발하게 피기도 했죠.
지금은 비+바람으로 꽃은 이미 다 떨어졌습니다. ㅠ.ㅠ
앞으로 2주 정도는 계속 이런 좋지 않은 날씨가 계속된다는군요. 이런 일기 예보를 보면 컨디션이 더 나빠지는 것 같습니다.


4. 2주 전부터 슈투트가르트에서는 봄축제(Fruehlingsfest)가 한창이죠. 지금은 끝났을려나요?
아이가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해서 평일 오후에 잠깐 다녀왔습니다.
몇가지의 놀이기구도 타보고 슬쩍 구경만 하고 빨리 집으로 귀가했죠. 전에 아이를 데리고 갔다가 무섭다고 그냥 집으로 왔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도 그러면 어쩌나 싶었는데 그리 위험해 보이지 않는 놀이기구를 타며 좋아하더군요.
게다가 좋아하는 솜사탕까지 먹을 수 있었으니 아이에게는 최고의 시간이었죠.


예전에는 이런 봄축제에 가서 큰 천막안에 들어가 맥주도 마셔주고 했는데 아이 때문인지 별로 생각이 안나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