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나 슈투트가르트 시내에 나갈 일이 없을 것으로 봐서 - 나가더라도 잠깐 볼 일만 보는 정도겠죠 - 슈투트가르트의 크리스마스 시장에는 가게될 것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2주 전 일이 있어 아이와 함께 잠깐 나갔다가 찍은 사진이 몇장 있긴 하군요.
하지만 이 포스팅은 지난 주 일요일 제가 사는 동네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시장때 찍은 사진들이 주인공입니다. 사진의 양이 꽤 많아 스크롤의 압박이 무서워 몇번 접으려고 합니다.
이미 이전 포스팅에서 독일의 크리스마스 시장에 대한 소개는 간단히 했으니 사진과 간단한 설명만 추가하겠습니다.
슈투트가르트 시내에 열린 크리스마스 시장은 꽤나 규모가 크고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합니다만 사람이 무척이나 많고 가격도 비싼 편이라 구경을 하는 것도 물건을 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즐거운 곳일 수 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이렇게 달콤하고 맛있는 것들을 파는 가게가 많기 때문입니다. :-)
크리스마스 시장의 가게들은 대부분 그 지붕을 나름대로 멋지게 장식을 해놓습니다. 이 가게도 예외는 아니어서 아래의 사진처럼 장식을 해놨더군요.
물론 이보다 더 멋진 장식을 해놓은 곳도 많습니다만 올해는 시내 안쪽까지 들어갈 시간도 여력도 없어 사진이 없군요. ㅠ.ㅠ 예전에 찍어놓은 사진들이 있긴 합니다만 찾기가 좀 귀찮아서 넘어갑니다.
하지만 저희가 잠깐이라도 들러야 했던 이유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바로 아이들에게는 언제나 흥미만점인 아래의 것 때문입니다.
사람들을 태우고 다니는 미니 기차는 언제나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여기에 (아이의 마음을 평생 간직하고 있는) 어른 남자들에게도 흥미로운 미니어츄어 마을은 보기만 해도 흐뭇해집니다. 물론 저 작은 기차들도 다 움직입니다. :-)
저희는 이날 저 위의 가게에서 솜사탕을 사먹고 - 저희 아이로서는 처음으로 먹어본 솜사탕이었습니다. 솜사탕 노래를 함께 부르며 먹었습니다. - 기차 한번 타는 것으로 올해의 슈투트가르트 크리스마스 시장을 보냈습니다.
저희가 사는 동네는 딱 하루만 크리스마스 시장이 열립니다. 올해는 두번째 대림주일인 지난 일요일에 열렸습니다. 집을 나서는데 빗방울이 떨어져 가야하나 고민을 잠깐 했습니다만 그래도 우산을 쓰고 갔습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날씨가 좋아져 좀 춥긴 했지만 구경을 하는 데에는 좋았습니다.
날씨가 안좋은데도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역시 동네 분위기 답게 가족 단위로 나온 사람들과 연세 많은 어르신들이 많군요.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먹는 재미를 빼면 안되겠죠. 이곳은 다양한 치즈를 팔고 있습니다.
과일 바구니를 만들어 주는 과일 가게도 있습니다. (좀 비싸 보였어요)
끄레뻬(Crape)와 와플(Waffel), 케익 등을 팔고 있네요. 이런 가게들은 대부분이 저희 동네에 있는 각종 클럽이나 동아리에서 나온 겁니다. 한국의 대학 축제가 연상되네요.
하지만 군밤도 팝니다. 한국과는 좀 다르죠?
긴 나무가지 한쪽 끝에 빵반죽을 붙여 모닥불에 구워 먹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과연 무슨 맛일지... 전 처음에는 소세지나 머쉬멜로우가 아닐까 했습니다만 자세히 보니 반죽이더군요.
우리나라의 길거리표 찹쌀도너츠가 연상되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찹쌀이 아니라 Quark(요구르트와 크림치즈의 중간인 유제품)이 들어갑니다. 전 맛이 있었는데 아내는 별로라고 하네요. ㅠ.ㅠ
Drehorgel(영어로 Barrel organ라고 합니다)을 연주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비록 악기는 다르지만)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중 Der Leiermann이 연상됩니다.
크리스마스 시장이 열린 거리의 약국에서도 나왔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Gummibaerchen(우리나라의 '마이구미'같은 것이죠. 대표적인 상표로는 HARIBO가 있습니다.)를 만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밀가루를 두껍고 평평하게 만든 후 곰모양의 본으로 틀을 찍고 여기에 시럽을 조심스럽게 부은 후 식히면 됩니다. 아이가 눈빛을 빛내며 구경하더군요.
아이는 길에서 만난 산타할아버지(여기서는 Weihnachtsmann이라고 하죠)에게 과자를 선물로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다른 선물은 어디에?'하는 표정을 짓더군요. ㅠ.ㅠ
그밖에 동네의 크리스마스 시장은 다양한 장식품을 파는 가게가 많았습니다. 자기들이 직접 만든 것들을 파는 곳도 많았는데 의외로 가격이 저렴해서 살까말까 고민한 물건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관리할 자신이 없어서 올해도 포기하고 말았네요.
직접 짠 양말이나 작은 장식품들을 팔고 있군요. 저 양말은 작은 선물(보통 초컬릿이죠)을 넣는 데 씁니다.
역시 직접 만든 장식품과 양초들입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할 수 있는 것도 많이 보였습니다.
집에서 만든 각종 과일 리퀘어(Liquer, 달달한 과일주)로군요. 저희 부부는 달착지근한 술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저런 술은 많은 독일할머니들의 사랑을 받죠. :-)
독일의 전형적인 크리스마스 장식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크리스마스 트리의 장식이라면 반짝이는 둥근 구슬이겠습니다만 이곳의 전통적인 장식은 나무로 만든 별입니다. 저희도 어렸을 때 저런 장식들을 나무에 걸어놓던 기억이 나는군요.
Adventkranz(전나무 등으로 장식한 둥근 테에 네 개의 초를 세워 매 대림주마다 하나씩 초를 밝히는 장식. 대림기간이면 대부분의 독일 가정에서 볼 수 있습니다)용 테와 다양한 초들입니다. 그리고 보면 이곳 사람들은 초를 켜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쁜 초들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직접 손으로 뜬 스웨터들. 좀 투박하지만 귀여운 맛이 있습니다.
이 가게는 자신들이 직접 만든 장식품들을 파는 곳입니다. 예쁜 것들이 많아 살까말까 고민을 많이 했던 곳이기도 하죠. 그러나 둘 자리도 마땅찮고 무엇보다 깨끗하게 관리할 자신이 아직은 없어서 구경만 했습니다. ㅠ.ㅠ
올해는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인사를 나누게 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아무래도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니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는군요. 세련된 물건이나 음식을 파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적인 훈훈함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