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30대의 의무 몇가지들...
서른이 되어 30대에 접어 들었을 때. 주위 사람들은 아주 난리가 났었다. 약 올리느랴... 하지만 정작 나는 서른이 된다는 사실이 기뻤던 것 같다. 그 많은 질병과 사고를 헤치고 30세까지 안 죽었다는 것 하나로도 충분히 자축할 만 하다고 생각했고, 20대에 겪었던 고민과 방황을 이제는 끝내도 된다는 (물론 근거는 없다-_-) 안도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날 길거리를 헤매고 다니다가 건물 안으로 들어선 기분이랄까. 그랬다. 20대엔 '또 해놓은 일도 없이 나이만 쳐먹는구나' 싶은 마음에 무척이나 괴로웠는데, 신기하게도 그 해 부터는 그러지 않았다.
30대라는 것. 서른이 넘었다는 것은 이제 어느 정도 자기가 먹은 밥그릇 갯수에 책임을 져야 할 나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냥 생각해 본 30대가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 (확실히 강조하는데! 내가 다 하고 있다는 건 아니다... 해야만 한다고 생각할 뿐;)
- 자신이 저지른 일은 스스로 수습하기
(전에는 무턱대고 저지른 다음, 주위 사람들을 애처로운 눈길로 쳐다보며 '살려죠~' 하면 다들 도와줬다. 지금도 그들이 그래줄 것이라고 믿지만. 쪽팔리잖아. 수습할 자신이 없으면 저지르지 않는 것이 상책이지만, 의지와는 상관 없이 저질러진 일에도 최소한 팔 걷어부치고 노력 중이라는 모습은 보여줘야지. 똥을 쌌으면 밑 닦는 일은 혼자 하자.)
- 안 튀겨진 팝콘은 다시 튀겨도 팝콘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자렌지에 돌리는 팝콘 봉지를 보면 밑바닥에는 옥수수 알갱이로 남아있는 팝콘들이 있다. 얘네들 엔간해서는 다시 안 튀겨진다. '하면 된다'가 안 통하는 것들이 있다. 물론 억지를 쓰면 되는 일도 있긴 하지만 우리는 박정희 군사정권이 '하면 된다'는 기치 아래 안 될 것을 되게한 결과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세상엔 안 되는 것도 있다는 걸 깨닫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아닌 걸 붙잡고 있지 말자. 튀겨진 팝콘이나 맛있게 먹자는 말이다. 아닌 사람 붙잡고 잘해보자고 용 쓰지 말고, 있는 사람한테나 잘하자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제 시간도 별로 없다.)
- 죽지 말기
(최승자 시인은 '삼십세'에서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고 했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질병이나 사고로 죽는건 하늘의 뜻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해도, 한가롭게 자살 같은거 하지 말자. 이제 죽을 수도 없다. 퍼먹은 밥그릇이 몇 갠데 책임도 안 지고 덜컥 죽어버릴건가. 그 밥을 만드느랴 수고하신 농민 여러분 및 라면 제조사, 식당 아줌마에게 죄송하지도 않냐? 살자! 책임지자!)
- 누울 자리 보고 다리 펴기
(이제 그 나이 먹었으면 여기가 내가 낑길 자리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정도는 해줘야 한다. 뭐 할라믄 상황 좀 보고 하자. 죽어가는 사람 앞에서 나 감기 걸렸다고 징징 대는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이제 상황과 때를 막론하고 꼴리는 대로 살 나이는 지나지 않았는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건 좋지만 주위와 상황을 봐가면서 해 줄 나이는 됐다.)
뭐. 당장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 일상을 살아가며 생각나는 것들은 이것저것 많지만 앉아서 정리하자니 겹치는 것도 있고, 생각 안 나는 것도 있다. 확실한건, 무슨 짓을 해도 '어리잖아.. 뭘 알겠어' 같은 면죄부가 통하지 않는 나이가 됐으니 지킬 건 지키고, 버릴 건 버리는 룰이 생겨야 하는 나이 라는 것. 뭐.. 어르신들 보기엔 코웃음 칠 만한 내용일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내 생각은 그렇다는 말이다. (내가 40대가 되어 봤을 땐 박장대소 할 지도;;) 최소한 이런 것들은 해줘야 하지 않나.. 싶은 것들. 이미 실천하는 20대도 있겠지만, 가끔 보면 40이 넘어서도 못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말이지...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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