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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똘똘아.

srv 2004. 10. 2. 06:13


2년 전 바로 이맘 때.... 아직 싱글이던 시절,

지금의 아내와 함께 서로의 부모님께 '인사'라는 것들 드리기 위해

한국에 갔었더랬다.

꽤 긴장하고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내 부모님이나 아내의 부모님이나

큰 저항없이 승낙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시 처가집이 울산에 있어서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울산에 도착한 것은

꽤나 늦은 저녁 시간이었더랬다.

당일만 자고 다음 날 서울로 올라오려고 했던 계획은

'내일은 여기서 놀고 모레에나 올라가라'는 장인 어른의 말씀에

급히 변경되어 처음 뵙는 데도 이틀밤이나 지내게 되었다.

처가집에는 개가 두마리 있었는데

하나는 사진에 보이는 흔하디 흔한 요크셔 테리어 '똘똘이'였고

다른 하나는 나이가 많아 냄새가 꽤 심하게 나는 뚱뚱보 푸들 '코코'였다.

두 마리 모두 천사표 마음씨의 처형이 길에 버려진 병든 녀석들을

집에 데려다가 치료해주고 기르는 것이었다.

똘똘이는 언제나 저렇게 혓바닥을 조금 내놓은 메롱.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서

아내는 언제나 '바보 똘똘이 메롱'이라고 부르더라..

이 녀석이 얼마나 웃겼는가 하면...

새벽녁 내가 혼자 자고 있는 방의 문이 스르륵 열리는 듯 싶더니

어느새 똘똘이가 방으로 들어와 누워 있는 나의 옆구리에 마치 피곤한 사람처럼

몸을 던지듯 눕더니 코를 골면서 자기 시작했다.

도대체 나를 언제 봤다고.....

그러더니 내 코고는 소리가 시끄러웠는지 나중에 자기가 알아서 나가긴 하더라.

작은 개는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함께 잠까지 잔 똘똘이는 꽤나 귀여웠다....

며칠 전 장모님과 통화하던 아내가

갑자기 나를 보며

'똘똘이가 죽었데.'란다.

너무 나이가 많이 들어서

노환으로 그만 세상과 작별을 했단다.

내년에 한국에 가면

똘똘이를 다시 볼 수 있나 했더니..

똘똘아. 좋은 곳에 가서도 언제나 메롱.하고 있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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