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erse

어머니

srv 2004. 9. 2. 06:39


어머니가 나를 낳으셨을 때 대략 지금의 내 나이이지 않으셨나 싶다.

어렸을 때부터 다른 친구들의 엄마.들보다 훨씬 더 늙은 어머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좀 이상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70을 바라보고 있는, 본격적인 할머니이신 우리 어머니.

본업인 그림 말고도재주가 많고 관심도 많은 양반이라

고장난 다리미, 세탁기를 수리하는 일(우리 형제가 크면서는 이런 일은

우리 둘의 과제가 되었다)부터, 목디스크때문에 시작한 수영을

무슨 대회(비록 아줌마 대상이긴 했지만 꽤 컸다)에서 메달을 따오질 않나,

서예도 척척... 내게는 수퍼우먼으로만 각인되어 있는 어머니.

동생이 직장 근처로 이사를 가면서 집에 놔둔 컴퓨터를 혼자서 어떻게 시작하시더니

불과 몇달 만에 위에 보는 것과 같은 그림을 그리셨다.

공돌이인 나에게도 난감한 포토샵 같은 프로그램이

예술혼을 가진 사람에게는 정말 단순한 tool에 불과한 모양이다.

가을이 되면 언제나 내 컴퓨터의 바탕화면으로 잘 쓰던 이 그림...

이번 가을은 불행히도 아이의 사진에 밀려 이렇게 블로그 한구석에나마

걸어놓는다.

아무리 봐도 너무나 전형적인 우리 어머니의 화풍.

이번 가을에 오시면 아이 그림이나 많이 그려달라고 부탁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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